
지난해 미국 증시에 상장한 음식 배달 스타트업 도어대시. 로이터=연합뉴스
작년 미국 IPO 공모액, 닷컴 버블 때 넘어
18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증시의 신규 상장 건수는 450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2019년(213건)의 두 배가 넘는다. IPO 시장에 몰린 자금은 1672억 달러(185조원)로, 닷컴 버블이 있던 1999년(1079억 달러)의 기록도 넘어섰다.
임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전 세계적인 경기 부양 기조와 유동성에 힘입은 주식시장의 초강세로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좋은 환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높은 수익률이 서학 개미에게는 매력 포인트다. 지난해 7월 상장한 미국 온라인 보험사 레모네이드는 지난 15일 기준 공모가(29달러) 대비 수익률이 409%에 달했다. 워런 버핏이 투자해 화제가 된 스노플레이크(142.8%)를 비롯해 에어비앤비(148.9%)와 유니티소프트웨어(185.8%) 주가도 공모가를 두 배 이상 웃돌았다. '미국판 배달의민족'인 도어대시는 상장 한 달여 만에 주가가 83.5% 뛰었다.

미국 IPO 기업 주가 성적표.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ETF나 스팩 통한 '우회 투자'가 대안
증시 입성을 준비하는 이들 기업에 투자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내 투자자가 미국 공모주에 직접 투자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의 경우 한국과 달리 개인 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는 일반청약 절차가 없기 때문이다. 상장 직후 투자하기엔 이미 가격이 뛰었거나, 초기에 주가 변동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신규 상장종목으로 구성된 상장지수펀드(ETF)를 사서 우회 투자하는 방법을 권한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ETF는 여러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라 한 종목을 사는 것보다 리스크(위험)가 덜하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르네상스 IPO ETF'가 꼽힌다. 우버·모더나·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 등 2년 내 상장한 49종목을 담고 있다. 상장 종목 주가가 치솟으면서 이 ETF는 지난해 이후 119% 급등했다.

올해 미국 IPO 예정인 주요 기업.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변종만 NH투자증권 해외기업팀장은 "합병 발표 전에 스팩에 투자해야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합병 대상 기업과 시기를 예측하는 건 쉽지 않다"며 "합병 발표 후 대상 기업의 성장성에 베팅하는 방법이 투자에 있어 차선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국내 공모주 투자도 마찬가지이지만 미국 공모주 투자를 고민한다면 증시에 입성하는 것이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지난해 10월 상장한 미국 컴퓨터 백신업체인 맥아피는 공모가 대비 7.5% 내렸고, 전자상거래 스타트업 위시는 상장 첫날인 지난 16일(현지시간) 공모가 대비 16% 하락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