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서울에서 문을 닫는 음식점과 PC방 등이 늘어나 상가 전체로는 지난해 2분기에만 2만개가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치과 원장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로 경영이 어렵다며 3주간 휴업한다는 문자를 남기고 잠적했다. 최근엔 강원도 원주에 있는 한 돌잔치 업체 대표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업체 대표는 미리 예약금을 낸 고객에게 환불을 해주겠다고 했지만 아무런 조치 없이 행방을 감췄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헬스장의 문이 닫혀 있다. 김지혜 기자
'경영난' 문 닫는 헬스장…소비자 피해도 급증
소비자원이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접수된 헬스장 관련 피해구제 신청 1995건을 분석했더니 ‘계약해지 관련’ 피해가 93.1%(1858건)로 가장 많았으며, 이 가운데엔 코로나19로 인한 자금난을 이유로 ‘연락 두절(환급 지연)’되거나 ‘폐업 또는 폐업 예정’이라며 영업을 중단한 사례 259건이 접수됐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근처 헬스장 대표가 리모델링을 이유로 오픈을 미루다 연락이 두절됐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피해자와 대표가 나눈 문자메시지의 일부. 헬스장 회원 380여명 가운데 법적 대응하겠다고 나선 피해자는 69명이며 피해 금액은 2172만원에 달한다. [제보자 정모씨 제공]](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18/c5c96567-2865-4d14-b71c-9e0ef7cb2bdb.jpg)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근처 헬스장 대표가 리모델링을 이유로 오픈을 미루다 연락이 두절됐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피해자와 대표가 나눈 문자메시지의 일부. 헬스장 회원 380여명 가운데 법적 대응하겠다고 나선 피해자는 69명이며 피해 금액은 2172만원에 달한다. [제보자 정모씨 제공]
피해보상은커녕 처벌도 어려워
결국 피해자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고 있는 실정이다. 오픈 채팅방에서 단체 소송 방법을 논의하고, 민·형사 소송을 검토하는 식이다. 하지만 민사소송의 경우 피해 금액보다 법률 자문료 등 추가 비용이 더 들어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비용이 들지 않는 형사소송을 선택해도 '먹튀 업주'에 대한 처벌이 쉽지 않다. 허윤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변호사)은 “기망의 의도가 있어야 사기 혐의가 성립한다"며 "처음에 정상적으로 영업하다가 코로나19로 어려워져서 손해가 발생한 경우 처벌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피해자들 "또 다른 피해자 막기 위해 소송 나서"
앞서 언급한 홍대입구역 인근 헬스장 회원 정모(33)씨는 변제 약속을 하고 연락이 끊긴 헬스장 대표 A씨를 상대로 지난해 12월 31일 서울서부지검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현재 이 사건은 마포 경찰서에서 조사 중이다. 정씨는 "환불보다도 또 다른 피해자를 막기 위해 소송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환불·반환 규정 없는 경우 많아

지난해 한국소비자원 홈페이지에 등록된 '코로나19로 인한 헬스장·휘트니스센터 분야 주요 피해유형별 해결방안' 공지글. 한국소비자원 홈페이지 캡처
이런 이유로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소비자와 관련 업계 등 모두 다 피해를 봐 어려운 상황"이라며 "1차 피해자인 소비자를 업체가 먼저 구제하게 한 뒤 정부나 지자체가 업체를 지원하는 식의 정책이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비자권익증진기금 논의가 몇해 전부터 진행되고 있는데 코로나19와 같은 비상상황에서 소비자 피해구제를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