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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떠나는 이찬희 "조국 아집에 국민 두동강...尹도 과했다"

중앙일보 2021.01.18 05:00
2년간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56)이 정국을 뒤흔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조 전 장관에 대해 “오직 자신만이 검찰개혁을 수행할 수 있다는 아집으로 국민을 두 동강 냈다”고 쓴소리하면서도 윤석열 검찰총장에게도 “먼지털기식 조국 수사는 과했다”고 지적했다. 
 

내달 22일 임기 마치는 대한변협 회장 인터뷰

"사모펀드 연루됐는데 정의(justice)의 대표 안 돼"

지난 13일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서울 강남구 변협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지난 13일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서울 강남구 변협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대한변호사협회 회관에서 진행한 중앙일보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 2019년 1월 변협 회장으로 당선돼 2년간 전국 3만여 명의 변호사들을 대표해왔다. 다음 달 22일 임기가 끝난다.
 
-임기 동안 조국 사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갈등으로 법조계가 혼란스러웠다.
=외줄 위에 올라탄 심정으로 시국에 있어 변협의 목소리를 내는데 신중을 기했다. 어느 한쪽 입장을 지지하는 순간 변호사 집단 전체가 매도되거나 스스로 쪼개질 위험에 놓였다. 조국 사태 같은 정치 대결 양상마다 자기주장을 했다면 과연 변협이 추천한 인물(김진욱 전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이 최종적으로 공수처장 후보자가 될 수 있었을까. 다만 윤석열 총장 직무정지 사태는 예외였다. 총장의 직무를 정지할 만한 중대한 위법은 없었다고 판단했기에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조국 전 장관 국면은 1심까지 진행이 됐다. 수사와 재판에 대해 평가한다면.
=영어 명칭에 ‘정의(justice)’가 붙는 유일한 두 직책이 법무부 장관(the Minister of Justice)과 대법관(Justice of the Supreme Court)이다. 법무부 그 자체가 정의여야 하는 것이다. 조 전 장관은 가족이 사모펀드와 사립학교 재단 비리에 관여됐다는 의심을 받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직에 취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은 오로지 자신만이 검찰 개혁을 수행할 수 있다는 생각에 무리하게 장관에 취임했고 이 과정에서 국민을 두 동강을 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尹의 먼지털기 수사로 국민의 '檢 두려움' 커졌다"

조국 법무부 장관,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 연합뉴스TV 제공]

조국 법무부 장관,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 연합뉴스TV 제공]

-조국 수사의 방향 자체는 맞았다는 건가.
=그렇지만 그 범위는 과했다. 본인과 그 가족의 먼지까지 탈탈 터는 ‘특수부식’ 수사 방식이 문제다. 우리나라 검찰 특수부의 잘못된 수사 관행이 '수사하면 최소한 구속 기소는 해야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하는 거다. 조국 수사로 인해 국민은 ‘검찰에 밉보이면 가족 전체가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한다’는 두려움을 갖게 됐고, 이는 오히려 검찰 개혁이 절실하다는 국민의 인식을 강화하게 했다
 
-추미애 장관-윤석열 총장과 소통할 기회가 많지 않았나.
=윤석열 총장은 소통이 정말 잘 된다. 그가 서울중앙지검장에 취임한 직후 만나 변호사들이 실무에서 겪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영장실질심사 결과가 변호인에게 통보되지 않아 자기 의뢰인이 구속된 줄도 모르는 사태가 종종 있다고 했더니 바로 다음 날 연락이 와서 ”(개선) 해봅시다“라고 하더라. 3~4일 뒤에 바로 개선 방안이 발표됐다. 반면 추 장관은 판사 출신이지만 정치인에 가깝다는 생각을 했다. 자기 신념이 정말 강하다.
 
-추 장관 취임 직후 윤 총장 측근들을 좌천한 ‘검찰 대학살’ 때 변협의 환영 성명으로 ‘여권 편향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윤 총장 취임 직후 인사 때 아는 후배 검사들과 저녁을 먹고 있었는데 얼굴이 다들 굳어지더라. 자기 사람들, 특수부 검사들만 챙긴다는 원망이 나왔다. 반면, 추 장관 취임 이후 첫인사 때는 변협이 선정한 우수검사들을 희망하는 보직에 우선 배치했다. 당시 성명은 변협의 검사평가를 인사에 반영한 부분을 환영한다는 취지였지 결코 정치적 의미는 없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평가하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본 것 같아 씁쓸했다.
 

"검찰·사법개혁보다 정치개혁이 먼저"

지난 13일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서울 강남구 변협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지난 13일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서울 강남구 변협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도 진통을 세게 겪었다.
=공수처의 치명적 단점은 처장부터 소속 검사까지 모두 연임이 아예 금지되거나 일정 횟수로 제한되는 ‘어공(어쩌다 공무원)’이라는 점이다. 내 걸 챙겨나가야 한단 생각이 정치적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 공수처 검사가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는 경우, 예컨대 퇴직 3년 이내 정계에 진출하거나 청와대나 관련 기관 등에 영전하는 것을 제한하는 규정이 필요하다.
 
-대통령이 변협이 추천한 김진욱 후보자를 최종 지명했다. 청문회(19일)가 코앞인데 수사 경험 부족, 위장 전입 논란 등이 있다.
=처음에 김 후보자에게 전화해 처장 후보를 제안하니 검사 출신이 아니라며 거절하더라. 하지만 나는 (초대 공수처장 자격의) 1순위가 정치적 중립이고, 수사 능력은 그다음이라 봤다. 김 후보자는 판사 출신이라 검사와 변호사보다 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안목을 갖추었기에 공수처장으로 적임이라 생각했다. 그보다 재산 측면에서 깨끗한 인물도 드물었다. 집도 전세고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오래 일했지만,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사건의 변호는 안 했다고 하더라.
 
-검찰개혁·사법개혁이 올바르게 가고 있다고 보나.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치는 게 검찰개혁·사법개혁이다. 그런데 가장 근본적인 건 정치개혁이 먼저다. 예컨대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기 내에 사법개혁의 ‘완성품’을 만들어 낼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고 실제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반면 많은 정치인은 국민보다 당을 위하고, 당보다 자신의 당선을 위해 행동한다. 과연 사법보다 정치가 더 깨끗하다고 볼 수 있나.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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