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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위험사회

중앙일보 2021.01.18 00:13 종합 29면 지면보기
강기헌 산업1팀 기자

강기헌 산업1팀 기자

“현대적 위험(risk)은 과거의 위험(danger)과 구분해야 한다.”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1944~2015)은 1986년 내놓은 『위험사회』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벡에게 있어 두 눈으로 확인이 가능한 산불과 같은 자연재해는 과거의 위험이다. 반면 미세먼지는 현대적 위험이다. 일단 눈에 보이지 않는다. 특별한 장비가 없으면 농도 측정도 불가능하다. 피해 산정도 까다롭다.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자는 확률적인 추정만 가능할 뿐이다. 벡은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미세먼지와 같은 현대적 위험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벡은 “현대적 위험은 보편적인 생산된 위험(manufactured risk)”으로 봤다. 그의 표현대로 현대사회에서 위험은 국가를 초월한다. 중국 공장 굴뚝에서 발생한 미세먼지는 서풍을 타고 한국으로 건너온다. 정치 혹은 사회적 사건을 거치면서 증폭되는 것도 현대적 위험의 특징이다. 과거의 위험이 두 발로 홀로 서서 존재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2008년 광우병 시위가 대표적이다. 여중생 팬덤 문화에서 시작된 광우병 시위는 일부 시민단체가 주도하면서 폭발했다. 시위 규모가 커질수록 광우병에 대한 사람들의 위험 인식도 커졌다. 그 과정에서 광우병을 청산가리에 비유하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잠복기(10년)가 지났음에도 광우병 사망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특히 정치는 위험을 증폭시키는 볼록렌즈로 작동한다. 과학에 기반을 둔 팩트는 정치라는 렌즈를 거치며 가볍게 무시된다. 여당이 키우는 월성 원전 삼중수소가 그렇다. 더불어민주당은 “비계획적으로 삼중수소가 유출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원전 밖에서 기준치 이상의 삼중수소가 발견된 사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삼중수소는 약한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 동위원소이다. 환경으로 누설되어 섭취하면 체내에서 장기간 방사선을 발생시켜 돌연변이나 암을 유발할 수 있어 각국은 섭취 허용 한도를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중략) 물에 포함된 수소의 생물학적 반감기는 12일이다. 즉, 12일 후에는 인체에 흡수된 삼중수소의 절반이 체외로 배출된다.’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원자력 위키)
 
삼중수소 외부 유출 여부는 조만간 확인될 것이다.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건 생산된 위험과 이를 키우는 세력이다. 
 
강기헌 산업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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