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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후계자도 중도우파, 기민당 새 대표에 라셰트 당선

중앙일보 2021.01.18 00:03 종합 18면 지면보기
지난 2017년 독일 기독민주당 행사에 나란히 참석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왼쪽)와 아르민 라셰트 당시 공동 부대표. 라셰트는 16일(현지시간) 기민당 대표에 당선됐다. [EPA=연합뉴스]

지난 2017년 독일 기독민주당 행사에 나란히 참석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왼쪽)와 아르민 라셰트 당시 공동 부대표. 라셰트는 16일(현지시간) 기민당 대표에 당선됐다. [EPA=연합뉴스]

독일 집권당인 기독민주당(CDU)의 신임 당대표에 아르민 라셰트(60)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주총리가 선출됐다. 앙겔라 메르켈(67) 총리의 중도 우파 기조를 잇는 라셰트 후보의 당선으로 독일은 당분간 기존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첫 온라인 선거, 2차 투표 끝 역전승
메르켈 지지로 1차 1위 메르츠 제쳐
“극단 대립 안돼, 독일 통합·단결을”
9월 총선서 승리하면 총리 올라

16일(현지시간) 독일 정당 사상 최초로 온라인으로 진행된 기민당 대표 선거에서 라셰트는 대의원 1001명이 참여한 2차 투표에서 과반인 521표를 얻어 프리드리히 메르츠 전 원내대표(466표)를 꺾고 당선했다.  
 
1차 투표에선 메르츠 후보(385표)가 라셰트(380표), 노르베르트 뢰트겐 연방하원 외교위원장(224표)보다 우세했지만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2차 투표를 치른 결과 라셰트가 승리했다.
 
이날 라셰트는 당 대의원에게 “우리는 말을 분명하게 해야 하지만 극단적 대립을 해선 안 된다”며 “독일 사회를 하나로 통합하고 단결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국민이 메르켈 총리를 훌륭하게 생각하고 그가 기민당을 이끄는 동안에 신뢰했다”며 “그런 신뢰를 계속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더 중요한 선거가 우리 앞에 있다”고 지적했다. 메르켈 총리의 정책 기조를 이어 올가을의 연방의회 선거에서 승리하겠다는 의미다.
 
오는 9월 26일 총선에서 집권 기민·기사(CDU·CSU) 연합이 이기면 라셰트는 메르켈의 뒤를 이어 총리에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 16년간 집권한 메르켈 총리가 지난 2018년 10월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이번에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기민당 사무총장이던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59)가 그해 12월 당 대표로 선출돼 메르켈의 후계자로 떠올랐다. 그는 2019년 7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으로 옮긴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의 뒤를 이어 국방부 장관까지 맡았지만 2020년 2월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야 했다.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옛 동독지역 튀링겐주의 주지사 선거에서 소수정당 자유민주당을 지원해 킹메이커 역할을 하는 걸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리더십을 비판받으면서다.
 
라셰트는 2015년 메르켈이 수십만의 난민을 수용키로 하면서 정치적 위기를 겪을 때 그를 지지했다. 라셰트가 당 대표 선거에서 애초 유력했던 메르츠를 넘어서며 당내 입지와 확장성을 모두 갖추게 된 데는 메르켈의 지지가 한몫했다는 평가다. 메르츠는 메르켈이 2000년 당시 야당이던 기민당 대표를 맡자 당내 주도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왔다. 난민 포용 등 메르켈의 진보 성향 정책을 비판하며 당내 보수파의 지지를 얻었다. 독일 조사기관인 포르자 연구소의 만프레트 귈너 대표는 “라셰트가 대표가 된 덕분에 기민당은 (진보 성향의 표를 흡수해) 녹색당에 제1당 자리를 빼앗기지 않을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독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라셰트의 최대 과제다. 워싱턴포스트(WP)는 “기민당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은 팬데믹에 잘 대처한 메르켈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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