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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실수 하나로 후원사 잃은 토마스

중앙일보 2021.01.18 00:03 경제 7면 지면보기
후원사인 랄프 로렌 옷을 입은 토마스. 동성애 혐오 실언으로 후원이 끊겼다. [AP=연합뉴스]

후원사인 랄프 로렌 옷을 입은 토마스. 동성애 혐오 실언으로 후원이 끊겼다. [AP=연합뉴스]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낼 때가 있다. 남자 골프 세계 3위 저스틴 토마스(28·미국)가 대회 도중 내뱉은 말 한마디 때문에 스폰서(후원사)를 잃게 됐다.
 

경기 중 동성애자 비하 단어 사용
8년째 후원 랄프 로렌 지원 중단
PGA 투어 측도 별도 징계 나서

토마스는 10일 열린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토너먼트 오브챔피언스 3라운드 도중 혼잣말로 뭔가 중얼거렸다. 4번 홀(파4)에서 짧은 파 퍼트를 놓쳐 보기를 하자 화를 참지 못한 것이다. 그가 내뱉은 단어는 남성 동성애자를 비하하는 단어였다. 지난해 우승자였던 그에게는 경기 내내 중계방송 카메라가 따라붙었고, 그의 음성은 고스란히 TV를 통해 전해졌다.
 
파장은 컸다. 토마스는 경기 직후 “어른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했다. 정말 부끄럽고 끔찍하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사과했다. PGA 투어 사무국은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며 그를 비판했다. 무엇보다 토마스에게 의류 용품을 후원했던 미국 랄프 로렌사가 16일 후원 중단을 결정했다. 회사 측은 성명문을 통해 “토마스가 심각성을 인지하고 사과를 했을지라도, 브랜드 홍보대사인 그의 행동은 포용 문화를 지키고자 하는 회사 가치에 반한다”고 후원 중단 이유를 밝혔다. 랄프 로렌은 토마스가 프로로 전향한 2013년부터 후원해왔다. AP 등 복수의 매체는 “토마스가 PGA 투어 측으로부터도 징계를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지난해 3월 PGA 투어 통산 4승인 스콧 피어시(43·미국)는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밝힌 정치인을 비난하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또 극우단체의 주장도 함께 게시했다. 많은 골프 팬들이 피어시의 행동을 비난했다. 피어시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려고 글을 올린 건 아니다”고 사과했다. 당시 PGA 투어에서는 제이 모나한 커미셔너까지 나서서 “골프는 만인을 위한 스포츠다. 이번 일은 매우 심각한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타이틀리스트와 풋조이, 제이 린드버그 등 용품·의류업체가 후원을 중단했다. 그는 이후 PGA 투어 14개 대회에서 한 번도 톱10에 들지 못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린 잘못된 글 하나로 곤경에 처했다.
 
골프선수나 대회를 후원하는 기업은 정치, 사회 이슈에 민감하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시즌이 파행으로 진행되자 국내외 투어는 후원사 이탈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다음 달 말 예정된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 대회인 멕시코 챔피언십은 우여곡절 끝에 미국 플로리다로 옮겨 열기로 했다. 코로나19로 무관중 대회 가능성이 커지자 최대 후원기업인 멕시코 통신회사 살리나스 그룹이 후원 중단의 뜻을 밝혔다. 이에 PGA 투어는 대회지까지 옮긴 끝에 후원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 대회는 앞서 2007~16년 미국 자동차업체인 캐딜락의 후원을 받았다. 대회지가 마이애미의 트럼프 내셔널 도럴 리조트 골프장이었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민자 비하 발언이 이어지자 캐딜락 측은 후원을 포기했다. PGA 투어는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골프를 즐겨야 한다”며 대회지를 멕시코로 옮겼다. 2017년 현대자동차는 7년간 이어온 중국 여자오픈의 타이틀 스폰서 자리를 내놨다. 당시 현대차 측은 “전년도에 계약이 끝났다”고 설명했지만, 당시 골프계에서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중국 내 사업이 힘들어지면서 후원까지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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