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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먹고 살지 막막”…코로나1년, 비정규직 절반 가까이 직장 잃었다

중앙일보 2021.01.17 16:18
정부가 11일부터 코로나19 3차 확산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고용 취약계층에 3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 뉴스1

정부가 11일부터 코로나19 3차 확산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고용 취약계층에 3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 뉴스1

#. "제가 일하는 서울의 한 대형 식당은 지난해 4월 한 달간 휴업해 직원 100여명이 무급휴직을 했습니다. 얼마 전 다시 무급휴직 동의서에 사인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4월과 달리 이번엔 휴업을 하지 않아 일부 직원에게 임금을 받지 않고 주 1~2회 출근하라고 합니다. 무급휴직 기간이 3개월이라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합니다."
 
#. "지방정부 위탁 기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휴관이 잦아지다 보니 매출이 없는 상태입니다. 2020년에는 사업비를 돌려 월급을 준 사업주는 올해엔 불가능하다며 무급으로 일할지 권고사직을 할지 결정하라고 합니다. 이렇게 회사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아 그만둔 직원이 열 명이 넘습니다. 저도 그냥 나가야 하는 건가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1년. 코로나19 상황이 지속하면서 직장 폐업, 정리해고, 사업 부진 등 비자발적인 이유로 직장을 잃은 실직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일을 그만둔 지 1년 미만인 비자발적 실직자는 219만6000명으로 지난해(147만5000명) 대비 48.9% 증가했다. 실업 통계 기준이 바뀐 2000년 이후 역대 최대치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00년(186만명),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을 받은 2009년(178만9000명)에도 비자발적 실직자가 늘었지만, 200만명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특히 2019년과 비교해 직장이 문을 닫아 실직한 사례는 149%, 퇴직·해고로 직장을 잃은 사례는 129.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엔 '코로나 실직' 관련 고민 글이 꾸준히 올라온다. 공무원시험 준비생이 모인 한 카페에는 '코로나로 실직해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게 됐다'는 글에 공감을 표하는 회원들이 많았다. 이들은 "재취업이 힘드니, 다 공무원 준비를 하는 것 같다" "알바마저 잘려 교재비, 식비, 생활비를 감당하기가 힘들다"란 고민을 털어놨다. 맘 카페도 마찬가지다. 맞벌이하다 남편이 실직했다는 한 이용자는 "예상은 했지만, 막상 이렇게 닥치니 너무 힘들다. 남편 앞에서는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사실 숨도 잘 안 쉬어진다. 제 수입으로는 매달 나가는 고정 지출 감당도 안 된다"고 토로했다.
 

비정규직 10명 중 4명 "실직했다"

2020년 이후 실직경험 변화. [자료 직장갑질119]

2020년 이후 실직경험 변화. [자료 직장갑질119]

특히 지난해엔 고용 취약층인 '비정규직'의 실직 사례가 두드러졌다.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2일부터 29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17.2%가 '지난해 실직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중 비정규직의 비율은 36.8%로 정규직(4.2%)보다 8.8배 높았다.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4월부터 6월, 9월, 12월까지 총 4차례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정규직 실직자는 1차 조사(3.5%)와 비교해 4차 조사에서 4.2%로 소폭 증가했다. 이에 반해 비정규직은 8.5%에서 36.8%로 폭증했다. 특히 고용 약자층인 ▶비사무직(27.4%) ▶5인 미만 사업장(24.2%) ▶월급 150만원 미만(42.2%) 직장인의 실직 경험이 사무직(7.0%)이나 공공기관(9.2%), 월급 500만원 이상(9.5%)보다 3~4배가량 높았다. 이들의 실직 사유는 '권고사직'(29.7%), '비자발적 해고'(27.9%), '계약 기간 만료'(21.5%) 순이었다.
 

"더 세심하고 장기적인 대책 필요"

정부는 새해 일자리 대책으로 특수고용직(특고)·프리랜서 고용안정지원금과 소상공인 버팀목 자금 등 주요 현금지원 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특고·프리랜서 테두리에 포함되지 않는 비정규직 근로자도 살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대표는 "지난해 실직을 경험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77.3%는 실업급여를 받지 못했다"라며 "이 중 극히 일부인 특고, 프리랜서에게만 정부는 1년 동안 최대 200만원을 지원한 것이 전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문을 닫거나 영업이 제한된 업종은 대부분 4인 이하 사업장이 많고, 이런 사업장 노동자의 60%가 고용보험 밖에 있다"며 "그곳에서 일하던 노동자에겐 어떤 지원도 하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은 국민이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내다보며 사회 전반적인 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신희주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는 "감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같은 상황이 앞으로 반복될 것이라 전망한다"며 "고용 안정도 중요하지만, 고용된 상태든 아니든 보호받을 수 있는 장기적인 사회 보호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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