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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억→36억→86억→? 이재용 운명, 내일 뇌물액수에 달렸다

중앙일보 2021.01.17 15:34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0년이 지난 14일 확정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법원의 네 번째 판단이 18일 나온다. ‘능동적 뇌물’ 인정 액수를 비롯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한 평가가 이 부회장의 실형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로 평가된다.
 

뇌물 ‘89억→36억→86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송영승 강상욱)는 이날 오후 이 부회장 등에 대한 파기환송심 선고를 진행한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형량을 가를 핵심 요건 중 하나는 ‘적극적 뇌물’ 액수가 얼마로 인정되는지다. 앞서 이 사건 1심은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건넨 뇌물공여ㆍ횡령액수를 89억원이라 판단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최씨 딸 정유라 씨 승마지원 관련 용역대금 36억여 원만 뇌물로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삼성이 제공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과 말 구입비 등 50억 원은 정치권력의 압박에 의한 ‘수동적 뇌물’로 보고 제외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2019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다시 뇌물액을 86억 원이라고 판단했고, 사건을 2심 법원인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50억 이상은 실형 5년 이상

이번에 재판부가 뇌물액을 86억 원으로 인정한다면 이 부회장은 실형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파기환송심은 대법원 판단을 따라야 한다. 이 부회장은 뇌물 공여 과정에서 회삿돈 횡령 혐의를 함께 받고 있는데 1억 이상 뇌물공여죄(양형기준 징역 2년 6월~3년 6월)보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50억 이상 횡령죄 처벌 형량(5년 이상 징역)이 더 크다. 동일 범죄에 두 개 이상의 죄형이 경합하면 더 큰 죄를 적용하게 돼 있기 때문에 횡령죄를 적용해 5년 이상의 징역형이 나올 수 있고, 그럴 경우 3년 이하 징역에서만 가능한 집행유예 선고는 힘들어진다.
 
특검도 “뇌물 액수가 2심에서 50억 원 추가됐으니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 이상이 선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2월 30일 결심 공판에서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9년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에 대한 권고형량 범위는 징역 5년~16년 5월”이라며 “형량 범위보다 낮은 형을 선고하는 것은 법원조직법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판사 재량으로 형을 깎아주는 ‘작량감경’을 거친다면 실형을 피할 수도 있다. 정상참작 사유가 있을 때 재판부의 재량에 따라 형량을 절반까지 감형할 수 있으며 그러면 집행유예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이 피해를 본 금액을 본인 사재로 반환했고, '비선 실세'의 요구를 받아 뇌물을 건넨 점, 국내 경제 상황 등이 고려 요소다.
 

'긍정' 평가받은 준법감시위도 핵심 변수

지난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첫 회의. 연합뉴스

지난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첫 회의. 연합뉴스

이 부회장의 형량을 가를 또 하나의 핵심 요소는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다. 앞서 재판부가 이 부회장과 삼성에 재발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감시제도를 마련하라고 주문한 데 따라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 준법감시위를 공식 출범한 뒤 지난해 5월 '4세 승계 포기''무노조 경영 원칙 폐기' 등을 선언했다. 준법감시위가 제대로 작동을 하는지 전문심리위원까지 둬 검증을 해왔으며 이는 양형 판단에도 반영될 수 있다.
 
법조계도 준법감시위에 대한 평가는 이 부회장 측에 유리하다고 보는 편이다. 재판부와 이 부회장 측에서 지정한 감시위원 2명은 재벌 감시 효과가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상태다. 반면 특검 측 감시위원은 “(준법감시위가) 지속가능한 제도인지 확신할 수 없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박근혜처럼 재상고심까지 갈 듯

국정농단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대법원은 지난 14일 징역 20년형을최종 확정했다.  1뉴스1

국정농단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대법원은 지난 14일 징역 20년형을최종 확정했다. 1뉴스1

특검 측은 재판부가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를 권고해 양형에 반영하겠다고 한 것 자체가 “불공정한 재판 진행”이라며 파기환송심 재판부를 기피 신청했지만 대법원에서 기각되기도 했다. 다만 준법감시제도가 양형에 반영됐음에도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어서 결과를 단언하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번 파기환송심에서 어떤 결론을 내놓더라도 사건은 재상고심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검과 이 부회장 측이 재판 내내 팽팽하게 대립해온 만큼 한 쪽에서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 부회장보다 먼저 재상고심에서 판결이 확정된 박 전 대통령 역시 파기환송심 판결에 특검이 불복해 재상고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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