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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 커플과 비혼 집사가 말했다 "꼭 결혼해야 가족인가요"

중앙일보 2021.01.17 05:00
 

[밀실 신년기획 2회]
2021 신(新)가족의 탄생

“결혼은 상대의 가족을 돌보고 경조사를 챙기는 사회제도로 들어가는 약속인 것 같아요. 상대방의 가족, 사회, 회사 등등 얽힌 사람들이 고구마 뿌리처럼 줄줄이 딸려오는 거죠. 반면 동거는 좀 더 느슨한 형태의 결합이죠.”

 
지난해 12월 만난 정만춘(필명·34) 작가에게 “결혼과 동거의 차이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입니다. 그는 20대 초부터 지금까지 총 세 명의 남성, 한 명의 여성과 결혼 없이 동거했어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에세이 『더 사랑하면 결혼하고, 덜 사랑하면 동거하나요?』를 펴냈습니다.  
 
“결혼하면 누군가의 며느리, 손주 며느리, 처제 같은 여러 정체성이 생기잖아요. 저는 그런 정체성을 원하지 않거든요. 누군가와 살고 싶지만, 상대와 이런 부분은 함께 하고 이런 부분은 하지 않는 등, 원하는 부분을 하나씩 선택하는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결혼해야만 가족인가" 묻는 이들의 이야기, 영상으로 만나보세요.
 

“필수 아닌 선택”…결혼관 변해가는 사회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설문조사 응답자(성인남녀 1000명) 중 24%가 '향후 결혼 의향'에 대해 '없는 편' 또는 '절대 없음'이라고 답했다. 이시은 인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설문조사 응답자(성인남녀 1000명) 중 24%가 '향후 결혼 의향'에 대해 '없는 편' 또는 '절대 없음'이라고 답했다. 이시은 인턴

최근 우리 사회에도 다양한 형태의 가족과 가구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가족은 결혼을 통해 생기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젠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 느끼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죠. 결혼 없이 살림을 꾸리는 ‘동거 가족’, 결혼을 거부하고 혼자 사는 ‘비혼 가구’가 생겨나는 등 전통적인 가족 형태에서 벗어난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신혼부부 보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어요.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2019년 혼인 건수는 23만9200건으로, 2012년부터 8년 연속 감소했습니다. 같은 해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따지는 조혼인율(4.7건)은 통계를 작성한 1970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죠.
 
밀실팀은 지난해 12월 결혼에 얽매이지 않은 다양한 가족, 가구를 만나봤습니다. 이들이 생각하는 가족은 우리 사회가 그동안 생각했던 모습과 얼마나, 어떻게 다를까요?
 

“비혼 가구에 편견은 평범한 일상”

방송작가로 일하는 김민정(35)씨는 집에 반려묘 두 마리와 삶을 꾸려가는 에세이 『결혼은 모르겠고 내 집은 있습니다』를 쓴 작가다. 이진영 인턴

방송작가로 일하는 김민정(35)씨는 집에 반려묘 두 마리와 삶을 꾸려가는 에세이 『결혼은 모르겠고 내 집은 있습니다』를 쓴 작가다. 이진영 인턴

방송작가 김민정(35)씨는 ‘비혼주의자’입니다. 혼자 고생해 마련한 집에 반려묘 두 마리와 삶을 꾸려가는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결혼은 모르겠고 내 집은 있습니다』를 쓴 작가이기도 합니다.
 
김씨가 비혼을 '선언'한 이유 중 하나로 “결혼의 불합리성”을 꼽았는데요. 그는 “여자 선배들이 결혼 후 일터를 하나둘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결혼 후 여성의 지위에 대한 불합리함을 느꼈다”고 말했어요. 그러면서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꾸려가는 삶이 무척 만족스럽고 행복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물론 비혼 1인가구로 살아가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주변의 시선부터 곱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는 “비혼 1인가구를 향한 편견은 평범한 일상”이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비혼주의자라고 소개하면 ‘너 혹시 남자한테 큰 상처를 받은 거 아니냐’, ‘결혼을 못 하는데 안 한다고 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말하자면 비혼은 완결된 형태의 가족이 아니라는 얘기인 거죠.”

 
책『합리적 비혼주의자로 잘 살게요』를 펴낸 홍경희(42) 작가는 서울 목동 등에서 유명한 학원강사로 일하다 40세의 나이로 조기 은퇴한 뒤 캐나다에 이민했습니다. 그는 “(비혼으로 살면) 남편이나 자식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시간을 자신을 위해 계획하고 소비하게 된다”며 “다른 가족과 같이 살고 있었으면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조기 은퇴나 이민을 선택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어요.
 

“느슨한 결합 원한다”…결혼 대신 동거 선택

 비혼 에세이 『더 사랑하면 결혼하고, 덜 사랑하면 동거하나요?』를 펴낸 정만춘 작가는 ″동거는 좀 더 느슨한 형태의 결합″이라고 설명했다. 이시은 인턴

비혼 에세이 『더 사랑하면 결혼하고, 덜 사랑하면 동거하나요?』를 펴낸 정만춘 작가는 ″동거는 좀 더 느슨한 형태의 결합″이라고 설명했다. 이시은 인턴

“한 지붕 아래 살기 위해 결혼이 구태여 필요하냐”고 묻는 이들도 있는데요. 결혼 대신 동거를 택한 경우입니다. 앞서 동거를 “느슨한 결합”이라고 소개한 정만춘 작가도 마찬가지죠. 정 작가는 배우자의 가족 행사와 대소사를 챙기는 '사회적 책임'이 버겁기에 동거가 더 나은 선택이라 느꼈답니다.
 
“동거할 경우 서로의 가족을 돌보거나 신경 쓰는 것이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각자 자율에 맡기죠. 물론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신경을 써드릴 수 있지만, 전적으로 저의 선택에 달린 것이지 가족으로서의 의무는 아니니까요.”
 

결혼 원해도 할 수 없는 ‘동성 커플’

유튜브 '망원댁TV'를 운영하는 동성 커플인 '백팩'과 '킴'. 이진영 인턴

유튜브 '망원댁TV'를 운영하는 동성 커플인 '백팩'과 '킴'. 이진영 인턴

연인끼리 결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이도 있습니다. 동성 커플의 경우인데요. 아시다시피 한국에선 동성 간의 결혼을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죠. 유튜브에서 20만 구독자를 보유한 커플인 백팩(활동명·30)과 킴(활동명·33)은 4년째 함께 사는 가족입니다.
 
두 사람은 가족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했습니다. 동성 커플에 대한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 하죠. 그래서 다른 가족이라면 그냥 지나칠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킴은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신청할 때는 저희 커플과 관련된 물품들을 집 안에서 치우거나 숨겨놓는다”며 “호모포비아(※동성애를 극도로 혐오하는 생각·증세)인 사람일 경우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죠.  
 
백팩은 “택시 안에서는 연인에게 ‘여보’라고 하지 않고 '형'이라고 한다. 운전대를 잡고 있는 분과 언쟁이 날 수 있는 건 피하고 싶어서”라고 말했어요. 그는 “일상생활을 할 때 저희 가족은 알아서 먼저 조심하고 자기 검열하는 부분이 많은 편”이라며 “신변의 위협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막기 위한 행동”이라고 설명했어요.
 

사회 안전망 밖에 있는 가족·가구

결혼하지 않은 동거인의 경우 서로 법적인 보호자가 될 수 없다는 점도 불편 중 하나다. 상대방이 의료 서비스를 받아야 할 경우 불편함을 초래하는 탓이다. 중앙포토

결혼하지 않은 동거인의 경우 서로 법적인 보호자가 될 수 없다는 점도 불편 중 하나다. 상대방이 의료 서비스를 받아야 할 경우 불편함을 초래하는 탓이다. 중앙포토

다양한 모습·형태의 가구와 가족이 생겨나고 있지만, 이들이 한목소리로 불편함을 호소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사회 안전망의 부재’였죠. 비혼주의자, 동거인, 동성 연인 모두 우리 사회가 생각하는 ‘전통적인 가족’이 아닌 탓입니다.
 
같이 사는 연인이 법적인 보호자가 될 수 없다는 점도 불편 중 하나입니다. 상대방이 의료 서비스를 받아야 할 경우 때론 위험한 상황이 생겨날 수 있죠. 몇 해 전 심혈관 질환으로 수술을 받았던 유튜버 킴은 “수술을 해야 하는 병원에서 '직계가족만 보호자가 될 수 있다'고 해 난감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주거 지원 정책의 혜택을 받기도 어렵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내 집 마련이 한층 힘든 일이 되죠. 정만춘 작가는 “혼인 신고를 하지 않은 동거인들은 1인 청년주택밖에 신청하지 못한다. 이러면 대개 10평 안 되는 작은 주택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김영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비혼 동거나 혈육이 아닌 공동체 가족 등 다양한 가족 형태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으나, 법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해 실질적으로 생활 현장에 불편함을 초래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정의하거나 지원하는 법 논의가 본격화돼야 할 시기가 됐다”는 지적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결혼해야만 '가족'일까요? 가족이라는 제도적 테두리에서 이들은 제외되는 게 맞을까요?
 
윤상언·최연수·박건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영상=이시은·이진영·조예진 인턴, 백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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