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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파적 양극화로 인한 국론 분열 극심…바이든, 초당적 사회 통합 ‘발등의 불’

중앙선데이 2021.01.16 00:28 720호 9면 지면보기

막 오르는 바이든 시대

트럼프 지지자들이 지난 6일 의사당을 점령한 뒤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지지자들이 지난 6일 의사당을 점령한 뒤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6일 미국 의회의사당 폭력 사태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경악케 했다. 성난 군중이 미국 민주주의 심장으로 여겨지던 의사당에 난입하는 모습은 대중 매체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지구촌 곳곳으로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 이는 미국 사회의 극심한 분열상과 리더십 붕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최악의 사태라 할 수 있다.
 

분열상 보여준 미 의사당 폭동
코로나·이민 등 정파적 이슈 변질
인종·지역·연령·성별 갈등도 심해

민주당 내부의 이질성 극복 과제
트럼프 이후 공화당 변화도 주목

현지에선 큐어넌(QAnon)과 프라우드 보이즈 등 극우 성향의 트럼프 지지자들이 주동자로 비난받고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책임을 오로지 그들에게만 묻기엔 미국의 현실이 결코 간단찮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재 우리가 목도하는 상황은 극우 세력에 의한 우발적 돌발 행동이라기보다는 오랜 기간 잠재돼 있던 미국 사회의 분열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결과라는 점에서다. 파국의 원인에는 미국 사회의 극심한 양극화와 이를 제대로 관리·해결하지 못한 정당들의 무능력, 그리고 노골적으로 분열을 조장한 트럼프의 리더십이 중첩돼 있다.
 
‘다양한 민족적 뿌리를 가진 이민자들의 국가’라는 미국의 태생적 출발은 정치적으로 통합을 중요시하는 풍토를 정착시켰고 사회·문화적으로는 다양성의 인정과 관용, 그에 기반한 다원주의가 주요 덕목으로 자리 잡도록 했다. 이런 미국 사회의 오랜 전통은 최근 잇단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크게 위협받고 있다. 특히 2001년 9·11 테러와 2008년 금융위기는 외부인에 대한 미국인의 관용도를 크게 낮추는 계기가 됐다.
 
이에 더해 소수 인종 출신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의 등장은 스스로를 미국 사회의 주류라 여겼던 백인 계층, 특히 백인 노동자들의 불만과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2016년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자 미국 사회는 기존에 이념적으로 갈라졌던 당파적 양극화에 더해 성별·연령별·인종별·거주지역별로 극심한 분열을 겪게 됐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분열은 이를 제도적으로 조정하지 못한 정당의 무능력이 겹치면서 배가됐다. 권력분립의 제도적 틀 속에서 사회 갈등을 논의하고 해소해야 할 책무를 지닌 정당들은 그 자체로 정파적 양극화의 대변자가 됐으며 그 경향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훨씬 더 심해졌다. 강성 지지자들을 등에 업은 트럼프에 의해 장악된 공화당도 2016년과 2018년 두 차례 선거를 거치며 정파적인 의원들로 채워졌다. 그 결과 사회 분열과 갈등을 타협을 통해 해결하려는 목소리는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유권자 차원의 분열과 극단적인 정당 양극화의 심화는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도 가감 없이 드러났다. 지지 세력 결집에 올인한 트럼프의 노골적인 캠페인 전략은 미국 유권자들을 트럼프 지지자와 반트럼프 세력으로 양분시켰고 코로나19 대처와 경제 불황, 이민 문제 등 거의 모든 사회 현안들을 정파적 이슈로 변질시켰다.
 
이처럼 정파적 양극화가 트럼프에 대한 맹목적 지지 또는 불신과 결합되면서 현안 해결을 위한 생산적 논의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런 상황에선 패배를 수용하는 것 또한 결코 쉽지 않다. 미국 민주주의의 민낯을 드러낸 의사당 폭력 점거 사태는 이 같은 분열과 양극화가 겹겹이 쌓인 결과물인 셈이다.
 
그런 만큼 20일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 앞에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 미국 사회의 분열을 해소해야 하는 시급한 과제가 놓여 있다. 특히 인구학적으로 볼 때 여성과 소수 인종, 고학력 백인, 대도시 거주자, 젊은 유권자층을 중심으로 한 반트럼프 연합과 남성, 저소득 백인, 시골 거주자, 고연령층을 중심으로 한 트럼프 지지 세력으로 양분되면서 균열의 양상이 한층 더 복잡해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사회의 통합을 위해 한편으론 트럼프 지지 세력을 포용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반트럼프 선거 연합으로 뭉친 지지자들을 결집해야 하는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문제는 전자에 집중할 경우 반트럼프 선거 연합의 느슨한 연계를 와해시킬 수 있고, 반면 후자에 집중하면 트럼프 지지자들의 격렬한 반발에 부딪히게 될 것이란 점이다. 더욱 이질화된 민주당 내부를 다독이면서 동시에 초당적 통합을 이룩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다.
 
다행스러운 것은 미국이 현재 당면하고 있는 코로나 위기가 국가적 차원의 단합과 협조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와 공화당 입장에서도 코로나 위기 극복과 경제 재건이란 국가적 당면 과제를 전면에 내세운 바이든 행정부를 취임 초부터 대놓고 비판하기엔 여론의 부담이 만만찮은 게 현실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코로나 위기 극복과 가시적인 경제 성과라는 구호는 갓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에 정책 실현의 동력을 제공해줄 전망이다. 조지아주 선거 결과 상원에서도 민주당이 주도권을 쥐게 된 권력 구도 역시 운신의 폭을 넓혀줄 것이다. 더욱이 의사당 폭력 사태에 대한 비난 여론과 이를 방임하고 동조한 공화당에 대한 압박도 커지고 있다. 공화당 내부에서 자성 목소리가 나오는 모습도 주목할 만하다.
 
임기 초기 바이든은 트럼프와는 다른 ‘통합의 리더십’을 앞세우며 초당적 태도로 유권자에게 다가가고 공화당의 협조를 구하는 통치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론 분열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당파적 다툼을 최소화하려는 노력도 경주할 것이다. 민주당 내부의 이질성 극복과 초당적 협력의 창출 사이에서 바이든이 어떠한 리더십을 발휘할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더불어 트럼프 이후 공화당의 변화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화당이 트럼프의 유산을 넘어 ‘법과 질서의 수호’를 원칙으로 삼는 전통적인 보수 정당으로 재편될 경우 미국 사회도 다양성에 근거한 민주주의가 새롭게 복원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이 그대로 이어진다면 2024년 대선에서도 극단적 당파성이 지배하는 큰 싸움이 또다시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후 뉴욕주립대에서 미국 대선에서의 유권자 투표 행태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과 미국의 선거·여론·정당정치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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