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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열병식 수위 조절…바이든 떠보는 ‘로우키’ 전략

중앙선데이 2021.01.16 00:20 720호 12면 지면보기
지난 14일 밤 북한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제8차 대회 기념 열병식에 ‘북극성-5ㅅ’ 문구가 쓰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등장했다. 이번에 공개된 SLBM은 지난해 10월 공개된 ‘북극성-4ㅅ’보다 탄두를 키운 신형 미사일로 추정된다. [AP=뉴시스]

지난 14일 밤 북한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제8차 대회 기념 열병식에 ‘북극성-5ㅅ’ 문구가 쓰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등장했다. 이번에 공개된 SLBM은 지난해 10월 공개된 ‘북극성-4ㅅ’보다 탄두를 키운 신형 미사일로 추정된다. [AP=뉴시스]

북한 노동당 제8차 대회의 피날레는 열병식이었다. 지난 14일 저녁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진행된 열병식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강조했던 핵 억지력을 앞세워 최강의 국방력을 과시하려는 자리였다. 대내적으로는 인민의 결집력을 강화하는 한편 외부 세계에는 핵 무력을 비롯해 강력한 무기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는 분석이다.
 

미 본토 타격 ICBM 공개 안 한 배경
김정은, 북·미 협상 염두에 둔 듯
SLBM ‘북극성-5ㅅ’ 탄두 1m 증가
다탄두 탑재될 가능성도 거론

열병식의 시점도 미묘했다. 오는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을 목전에 뒀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열병식을 꼼꼼히 살펴보면 새로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를 향한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감지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는 이번 행사가 당대회를 기념하는 사상 첫 열병식이라는 점이다. 둘째는 통상적으로 등장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이날 열병식에는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신 김 위원장은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선보였다.
 
당대회 직후 이례적으로 열병식을 진행한 것은 북한이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걸 바이든 당선인에게 다시 한 번 상기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비핵화 문제 등을 둘러싸고 새로운 대북 전략을 짜게 될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북한의 군사력을 늘 감안해야 한다는 경고를 보냈다는 분석이다.
 
김정은 위원장(가운데)이 지난 14일 털모자를 쓰고 열병식을 참관하고 있다. [AP=뉴시스]

김정은 위원장(가운데)이 지난 14일 털모자를 쓰고 열병식을 참관하고 있다. [AP=뉴시스]

그런 가운데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 대신 SLBM을 등장시킨 것은 김 위원장이 이런 경고의 수위 조절을 시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작전 거리가 짧은 디젤 잠수함만 보유하고 있고 현재까지 SLBM을 기술적으로 완성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만큼 이날 북한이 공개한 SLBM으로는 미국 본토에 대한 직접 타격이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따라서 이날 SLBM을 공개한 것은 김 위원장이 일종의 로우키(low-key)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향후 바이든 행정부와의 북·미 협상을 염두에 둔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날 선보인 신형 SLBM ‘북극성-5ㅅ’는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북극성-4ㅅ’의 개량형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지난 5∼7일 당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핵 장거리 타격 능력을 제고하는 데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핵잠수함과 수중 발사 핵전략무기를 보유할 과업이 상정됐다”고 밝힌 만큼 향후 북한이 역점을 둘 무기 중 하나로 꼽힌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사진으로 보면 북극성-5ㅅ의 탄두부가 북극성-4ㅅ보다 최대 1m가량 길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공간이 넓어진 탄두부에 다탄두가 탑재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와 관련,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두 종류의 SLBM을 동시에 개발하고 있으며, 이들 미사일은 서로 다른 용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 위원은 “북한이 기존 로미오급 잠수함을 개량한 잠수함과는 별도로 선체를 키운 4000t급 이상의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는 첩보도 흘러나오고 있다”며 “두 종류의 SLBM도 각기 다른 잠수함에 탑재할 미사일로 추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익재·이철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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