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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입체파’ 콘도, 기쁨·불안·공포 심리 동시에 담아

중앙선데이 2021.01.16 00:20 720호 19면 지면보기

더페이지 갤러리 전시 2제 

역병으로 인한 일상의 단절이 가져온 ‘코로나 블루’로 많은 사람들이 우울함을 호소한다. 예술의 역할 중 하나가 ‘치유’라고 할 때, 서울숲 근처에 있는 더페이지 갤러리는 지금 ‘치유의 공간’을 자임하고 있는 곳이다. 우울함은 더한 우울함으로, 아니면 저세상 텐션으로 이겨볼 것을 권하는 전시 2개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피카소와 닮은 듯 다른 콘도
지드래곤도 컬렉션한 핫한 작가
‘포스 필드’ 작년 66억 경매 낙찰

‘에브리웨어 앤 히어’ 전
초현실·미니멀리즘 등 보여줘
“좋은 작품엔 좋은 에너지 있어”

조지 콘도


조지 콘도의‘레드 앤 그린 앤 퍼플 포트레이트’(2019). ‘심리적 큐비즘’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사진 더페이지 갤러리]

조지 콘도의‘레드 앤 그린 앤 퍼플 포트레이트’(2019). ‘심리적 큐비즘’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사진 더페이지 갤러리]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조지 콘도(George Condo·64)는 요즘 가장 핫한 작가다. 지난해 7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포스 필드(Force Field)’(2010)가 600만 달러(약 66억원)에 낙찰되며 작가 최고 경매가를 기록했고, 이보다 석 달 전인 4월의 소더비 온라인 경매에서는 ‘무의식의 재회(Antipodal Reunion)’(2005)가 130만 달러(약 14억원)에 낙찰되며 온라인 경매 사상 최고가 작품에 등극했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정상회담을 풍자하는 듯한 ‘더블 앨비스’는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장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그는 음악에도 재주가 있어 한때 밴드 활동을 하기도 했다. 앤디 워홀의 뉴욕 스튜디오(The Factory)에서 일하면서 키스 해링이나 바스키아와도 친분을 쌓은 콘도는 1980년대를 풍미한 팝아트 물결에 편승할 수도 있었건만, 조금 다른 행보를 보인다. 83년에 유럽으로 건너가 많은 현지 예술가 및 철학자들과 교류하며 인문학적 내공을 쌓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피카소의 입체주의를 계승한 ‘신 입체파’로 불리기도 하는데, 본인은 ‘심리적 입체주의(Psychological Cubism)’라는 용어를 내놓는다. 물체의 다양한 면을 한 화면에 구현한 피카소와 달리 자신은 희로애락의 복잡한 감정을 한 화면에 구현한다는 것이다. 또 보이는 대상을 물리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또 철학적으로 ‘해석’함으로써 본질을 구현하는 ‘인위적 사실주의(Artificial Realsm)’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23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조지 콘도의 회화와 청동 조각 등 20여 점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자리다. 강렬한 빨강 배경이 인상적인 2019년작 ‘레드 앤 그린 앤 퍼플 포트레이트(Red and Green and Purple Portrait)’는 기쁨과 불안, 공포와 조바심이 공존하는 콘도의 스타일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그런가 하면 애니메이션에서 보았을 법한 친근한 캐릭터를 3m가 넘는 화폭에 비틀어 그려낸 시리즈, 미국 남부 특유의 블루지한 감성을 담아낸 ‘멤피스’ 관련 연작도 눈길을 끈다.  
 
세계적인 힙합 뮤지션 카니예 웨스트가 2010년 자신의 앨범 표지를 왜 콘도에게 맡겼는지, 빅뱅의 지드래곤이 왜 그의 작품을 컬렉션했는지 느껴볼 수 있는 자리다.
 
에브리웨어 앤 히어


스티븐 해링턴의 ‘갓차(Gotcha)’(2019). 높이가 3m에 달한다. [사진 더페이지 갤러리]

스티븐 해링턴의 ‘갓차(Gotcha)’(2019). 높이가 3m에 달한다. [사진 더페이지 갤러리]

역시 23일까지 열리는 전시 ‘에브리웨어 앤 히어(Everywhere and Here…)’는 전시장을 네 개의 방으로 나누고 각기 다른 컨셉트로 공간을 꾸민 뒤 스무 작가의 작품을 배치했다. ‘방 안의 방’이라는 이름의 첫 번째 방에 들어가면 프랑스의 저명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장 프루베가 만든 ‘집’과 맞닥뜨리게 된다. 프루베가 44년 전쟁 유랑민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조립식 주택이다. 그 옆에 자리한 웬델 캐슬의 꿈틀거리는 애벌레 같은 아트 퍼니처 위로 백남준의 비디오 샹들리에가 시선을 붙든다. 
 
두 번째 방의 주제는 ‘소프트 초현실’이다. 미국 작가 미샤 칸이 잡동사니를 모아 만든 작품은 마법사의 공간에 있을 법한 것으로, 독일의 마르텐 바스가 만든 쭈굴쭈굴한 의자·탁자와 잘 어울리며 동화 『헨젤과 그레텔』속 마녀의 집 안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새로운 미니멀리스트’라는 주제의 세 번째 방은 명상의 공간이다. 단색화의 대표 작가 중 하나로 꼽히는 최명영은 한지에 먹을 여러 번 덧칠해 두 가지 물성이 서로에게 주는 영향력을 고찰한다. 도널드 저드가 채색 알루미늄 판으로 쌓은 87년작 3차원 작품은 간결한 미니멀리즘을 압축해 보여준다. 영국의 라이언 갠더는 조각과 영화, 공연과 문학을 넘나드는 개념미술가인데, 그가 선보인 움직이는 동그라미 작품은 관객을 몰입으로 이끈다.  
 
네 번째 방은 ‘키덜트 판타지’다. ‘캘리포니아 사이키델릭 팝’ 미학의 리더로 알려진 미국의 스티븐 해링턴이 내놓은 작품들은 밝고 뜨거운 태양 에너지로 가득하다. 형광빛 컬러가 주는 발랄함이 명랑한 캐릭터를 통해 전시장을 가득 메운다. 세계적인 팝아티스트 카우스의 아크릴 작품은 기존의 캐릭터 스타일이 아닌, 추상과 그래픽 아트의 경계에 있는 형태다. 브라질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캄파나 형제는 어린 시절의 신나는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봉제 동물인형 소파를 내놨다.
 
전시를 기획한 강희경 디렉터는 “좋은 작품에는 좋은 에너지가 있다”며 “코로나19로 다들 힘든 요즘, 전시장에서 좋은 기운을 받아가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관람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정형모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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