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훈 베이징특파원
고속도로는 갈수록 차가 줄더니 10여㎞를 앞두고 빈 도로가 이어졌다. 랑팡시 톨게이트. 공안이나 방역차는 없었다. 봉쇄를 실감케 한 건 오히려 그 을씨년스런 분위기였다. 관리소 직원은 “안으로 들어가면 다시 나오기 어렵다. 도시가 이미 봉쇄됐다”고 했다.
베이징으로 돌아오기 위해 차를 돌렸다.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1㎞도 채 가지 않아 공안 검문에 막혔다. “핵산검사 결과 봅시다.” 베이징에서 왔고 랑팡시 안에 들어간 게 아니라고, 차를 돌려 나왔을 뿐이라고 설명했으나 소용없었다. 짜증 섞인 얼굴로 검사결과가 없으면 못 나간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봉쇄의 경계는 톨게이트가 아니었다. 결국 핵산검사를 받기 위해 랑팡시로 들어가야 했다. 다른 방법이 없었다.

14일 중국 허베이성 랑팡시는 진출입은 물론 도심 통행도 전면 봉쇄했다. 박성훈 특파원
안전이 최우선이라 비판할 순 없지만 도시를 정지시킨 기회비용은 엄청나다. 랑팡에 한국 기업 공장들도 물류 마비로 가동이 중단됐다. 베이징에서 출퇴근하던 직원들은 발이 묶였다. 당장 개인사업자, 택배 배달원, 운전기사 등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수입도 끊겼을 것이다.
인구 429만의 도시 랑팡의 2주 내 확진자는 14일 기준 단 1명이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틀어막는 이유는 뭘까. 한 현지 매체는 이렇게 적었다. “우리 시는 수도를 방어하는 ‘해자’이자 첨병이다.” 해자는 적을 막기 위해 성벽 주위에 파놓는 물길이다. 해자 앞에 예외는 없다. 현재 중국 방역의 실상이다.
박성훈 베이징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