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중식
임상 주도 엄중식 가천대 교수
고령·기저질환자 치료에 도움
회복기간 사흘 이상 단축효과
- 임상시험에서 나타난 렉키로나주의 효과는.
- “(코로나19) 중증환자를 줄일 수 있고 입원환자도 빨리 퇴원시킬 수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국내(30명)와 루마니아·미국·스웨덴 4개국에서 327명의 경증·중등증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을 진행했다. 가천대 병원에도 환자 네 명이 참여했다. 치료제 주사 후 바이러스의 농도가 아주 빠르게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환자의) 회복 기간도 사흘 이상 단축하는 효과가 있었다.”
- 항체 치료제의 원리는 뭔가.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공 모양의 표면에 뾰족한 스파이크 단백질이 있다. 그게 인체에 들어오면 세포 겉의 수용체에 달라붙은 뒤 내부로 들어가 복제·증식한다. 항체 치료제는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달라붙어 무력화시킨다.”
- 그간 항체 치료제는 ‘사기’라는 비판까지 있었는데.
- “그렇지 않다. 렉키로나주와 같은 항체 치료제는 경증과 중등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경증이지만 나이가 많거나, 증상이 없더라도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가 중증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아줄 수 있다. 20~30대의 건강한 경증 환자도 치료제 투여로 격리 기간을 사흘 줄일 수 있다. 직·간접적인 사회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 렉키로나주가 코로나19 대유행을 잡아낼 수 있을까.
- “항체 치료제만으로 모든 상황을 바꿀 수는 없다. 1000명의 환자가 있을 때 중증으로 진행하는 것은 15%다. 그중 절반을 막을 수 있다면 중증 환자가 매일 70~80명 줄어드는 셈이다. 백신으로 코로나19 유행을 조절하려면 아무리 빨라도 6~9개월 걸린다. 그 사이에는 얼마든지 4차, 5차 대유행이 올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확진자에게 치료제를 조기 투여하면 중증환자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
- 미국에선 항체 치료제 사용이 저조한데.
- “약값만도 워낙 고가(150만원)고 실제 투약비용은 그 이상이다. 미국에선 워낙 환자가 많다 보니 중증 상태가 되기 전까지 병원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선 항체 치료제를 쓰기가 쉽지 않다.”
인천 글=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
사진=장진영 기자 joo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