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델핀 오 유엔 세대평등포럼 사무총장이 14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코엑스 호텔에서 개량 한복 차림으로 인터뷰하고 있다. 한국계로 프랑스 하원의원을 지냈다. 김상선 기자
델핀 오 유엔 세대평등포럼 총장
‘한국 이미지상’ 수상 위해 방한
“팬데믹으로 남녀평등 퇴보해”
‘페미니스트 외교’ 전파에 앞장
- 『제2의 성(性)』을 쓴 시몬 드 보부아르(1908~1986)의 나라인 프랑스에도 성 평등이 아직 미완성 과제인가. 한국에선 남성 역차별 주장까지 나오는데.
- “안타깝지만 한국뿐 아니라 서구 전체에서 그런 주장이 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원의원 시절 사람들은 항상 (남성인) 보좌관을 의원으로 알고 먼저 말을 걸었다. 젊은 여성인 내가 의원일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성 평등은 남성을 적으로 돌리려는 게 아니라 세상의 훌륭한 남성과 함께 침묵의 성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행동하자는 것이다.”
- 팬데믹이 성 평등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 “남녀평등은 팬데믹 상황에서 퇴보했다. 같은 일을 해도 여성이 받는 급여가 적어 결국 육아를 위해 경력을 단절하는 건 여성이 됐다. 일을 그만두지 않더라도 팬데믹에서 육아와 일을 함께 해야 하는 부담은 여성에게 가중됐고 가정 폭력도 심화했다. 남녀평등의 퇴보를 두고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로 ‘그림자 팬데믹’이란 말도 쓴다.”
- 마크롱 정부가 ‘페미니스트 외교’를 주장하는데, 생소하다.
- “2014년 스웨덴에서 먼저 주창했고 그 뒤 캐나다·프랑스·멕시코에서 도입한 개념이다. 성 평등 중시를 특정 분야뿐 아니라 모든 부문의 정책 수립과 실행에서 필수 요건으로 삼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한 프랑스대사관은 페미니스트 외교를 위해 한국 외교부와 어떻게 협의하고 어떤 행사를 통해 성 평등 의식을 고취할지 로드맵을 제출해야 한다.”
- 하원의원을 단임으로 끝냈는데.
- “정계에서 특권을 너무 오래 누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아닌 남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게 부모님의 가르침이었고 이를 위해 단임을 택했다.”
- 오빠인 세드리크 장관이 한 언론 인터뷰에서 “델핀이 항상 공부를 더 잘해서 성적표가 나오는 날이면 긴장하곤 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 “부모님은 아들과 딸을 전혀 차별하지 않았고 항상 성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특히 전쟁을 겪은 친가와 외가 할머니의 강인함을 배우며 자랐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