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 할 의욕’마저 꺾였다…쉬었음·구직단념 합치면 300만명

중앙일보 2021.01.14 14:10
지난해 고용 재난은 22년래 최대인 21만8000개의 일자리만 없앤 게 아니다. 활발하게 사회 진출을 해야 할 사람들의 ‘일 할 의욕’마저 앗아갔다. 지난해 ‘쉬었음’ 인구와 ‘구직단념자’가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점에서다
 
최대로 늘어난 ‘쉬었음’ 인구.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최대로 늘어난 ‘쉬었음’ 인구.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쉬었음’ 인구는 전년보다 28만2000명(13.5%) 늘어난 237만4000명으로 조사됐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3년 이래 최대 규모이자, 최대 증가 폭이다. 쉬었음 인구는 일할 능력이 있고 큰 병을 앓는 것도 아니지만, 취업준비·가사·육아 등을 하지 않고 말 그대로 그냥 쉰 사람을 뜻한다.
 
구직단념자도 전년 대비 7만2000명 늘어난 60만5000명으로 관련 통계를 개편한 2014년이래 최대치를 찍었다. 역시 증가 폭도 가장 크다. 구직단념자는 취업을 원하고 취업 가능성이 있지만, 노동시장과 관련된 이유로 지난 1년간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을 가르킨다.  
 
이에 따라 둘을 합친 인구는 297만9000명으로 300만명에 육박했다. 2016년 207만6000명에서 문재인 정부 기간을 거치면서 지난해까지 총 90만3000명이 늘었다.
 
최대로 늘어난 구직 단념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최대로 늘어난 구직 단념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쉬었음 인구와 구직단념자는 ‘일 할 의욕’을 잃고 고용 시장에서 소외된 이들이다. 일할 능력이 있지만 쉬거나, 아예 구직 자체를 포기한다. 만성적인 ‘취업 포기자’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이들은 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통계상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일종의 ‘그림자 실업’인 셈이다. 능력이 있는 경제주체가 일하지 않으면 그만큼 우리 경제에는 손해다.
 
이처럼 그림자 실업이 늘어난 것은 경기부진으로 새로운 취업 문이 좁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용시장의 구조적 요인, 기업의 인건비 부담, 일자리 창출을 막는 친노조·반기업 정책 등으로 고용한파가 이어졌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까지 더해진 여파”라고 설명했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청년층에서 그림자 실업이 두드러졌다. 전년과 비교해 ‘쉬었음’ 인구가 가장 많이 늘어난 연령층은 20대로 8만3000명 증가했다. 늘어난 전체 쉬었음 인구 가운데 20~30대가 44%를 차지한다. 또 늘어난 전체 구직단념자 중 절반가량은 은 20∼30대 청년층인 것으로 추정된다. 젊은 취준생들이 연이은 취업 실패로 낙담해 구직 의지가 꺾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현상이 장기화하면 ‘구직→취업 실패→구직 단념’이라는 악순환이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성진 교수는 “청년층의 취업기회 상실로 사회진출이 늦어지면 빈부 격차뿐만 아니라 결혼ㆍ출산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며 “양질의 일자리는 기업에서 나오는 만큼 민간 투자를 유도하고, 신산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 기업 고용을 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