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독]"셀트리온 항체치료제, 코로나19 중증으로 악화 막는다"

중앙일보 2021.01.14 08:00
셀트리온 코로나 19 항체 치료제 및 학술발표한 엄중식 가천대 의대 교수가 13일 오후 인천 길병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셀트리온 코로나 19 항체 치료제 및 학술발표한 엄중식 가천대 의대 교수가 13일 오후 인천 길병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국내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가 곧 나올 수 있을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임상2상을 완료한 셀트리온의 항체 치료제 렉키로나주(코드명 CT-P59)에 대한 조건부 사용 승인 심사에 들어갔다. 한달여 뒤 승인이 떨어진다면 국내선 최초, 세계에선 세 번째 코로나19 치료제가 나오는 셈이다,  
 

임상 주도 엄중식 가천대 교수 단독 인터뷰
셀트리온 항체치료제 임상 연구 책임자
"50대 이상 기저질환자, 중증 진행 예방"
"백신 맞기 전까지 치료제가 대유행 방어"

13일 강원도 태백 하이원리조트에서는 ‘2021 하이원 신약개발 심포지아’가 온ㆍ오프라인 동시에 열렸다. 이날의 핵심은 오후 6시의 마지막 발표.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주에 대한 2상 임상시험 분석 결과 공개였다. 이번 임상시험의 연구책임자 엄중식(53ㆍ사진) 가천대 의대 교수가 온라인으로 등장해 치료제의 효능을 설명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오후 7시 반, 온라인 발표를 막 끝낸 엄 교수를 인천 구월동 가천길병원 본관 11층에서 만났다. 감염내과 교수와 기획조정실장을 겸하고 있는 그의 집무실은 코로나19 중증 환자 10명이 누워있는 ‘음압병동’ 옆에 있었다.  엄 교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감염내과 전문의다. 2002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조 교수 신분으로 감염병과 처음으로 맞섰고, 2009년 신종플루 땐 본격적으로 앞장서서 환자들을 치료했다. 지난해 1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한 이후로는 질병관리청의 위기관리대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셀트리온 렉키로나주의 효과가 좋다는 발표를 했는데,  자세한 설명을 하자면 .  
“환영할 만한 상황이다. 의료기관 입장에서 이 정도면 큰 개선이 있을 수 있다. 중증환자를 줄일 수 있고, 입원환자도 빨리 퇴원시킬 수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국내 30명을 포함,  루마니아ㆍ미국ㆍ스웨덴 4개국에서 327명의 경증ㆍ중등증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2상을 진행했다. 내가 있는 가천대 병원에도 환자 4명이 참여했다.  의사도 환자도 어느 치료제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는 ‘이중맹검법’(二重盲檢法)으로 임상을 진행했는데, 지난해 말에 이미 결과가 눈에 보였다. 치료제 주사 후 바이러스의 농도가 아주 빠르게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체 327명 환자를 통계분석한 결과를 보니 경증 및 중등증 환자가 입원치료를 필요로 하는 중증으로 발전하는 발생률에서 위약군(가짜 주사제를 맞은 환자)과 비교해 전체적으로 54%, 50세 이상 중등증 환자군에서 68% 감소했다. 회복 기간도 3일 이상 단축되는 효과가 있었다.”
 
경증과 중등증ㆍ중증의 차이가 뭔가
“경증은 코로나19 증상은 있지만, 환자가 매우 안정적이고, 건강상태도 양호한 경우다. 중증은 폐손상이 많이 진행돼 산소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중등증은 그 사이인데, 폐렴은 있지만 산소치료는 필요하지 않는 정도를 말한다.”
엄중식 가천대 의대 교수가 13일 학술대회에 온라인으로 참여해 셀트리온 코로나 19 항체 치료제 임상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최준호 기자

엄중식 가천대 의대 교수가 13일 학술대회에 온라인으로 참여해 셀트리온 코로나 19 항체 치료제 임상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최준호 기자

 
항체 치료제의 원리가 뭔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공 모양의 표면에 뾰족한 스파이크 단백질이 있는데, 그게 인체에 들어오면 세포 겉의 수용체에 달라붙은 뒤 내부로 들어가 복제ㆍ증식된다. 항체치료제는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달라붙어 무력화시킨다. ”  
 
그간 ‘경증 환자는 시간이 가면 자연치유가 되니 치료제가 필요 없고, 중증 환자는 어차피 바이러스가 정점을 지나 크게 줄어든 상태라 치료제가 듣지 않으니, 항체치료제는 사기’라는 비판까지 있었는데.
“그렇지 않다. 과학을 믿어라. 렉키로나주와 같은 항체치료제는 경증과 중등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경증이지만 50대 이상으로 나이가 많거나, 증상이 없더라도 기저질환이 있어 위험한 환자가 중증으로 번지는 것을 막아줄 수 있다. 20~30대의 건강한 경증 환자도 치료제 투여로 격리 기간을 3일 줄일 수 있다. 직간접적인 사회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중증의 경우에도 간혹 여전히 바이러스가 안 떨어지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효과를 볼 수 있다. ”
 
 -렉키로나주가 코로나19 대유행을 잡아낼 수 있을까.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는데.  
“항체치료제만으로 현재의 모든 상황을 바꿀 수는 없다. 다만, 연구 결과 렉키로나주가 환자의 증상이 중증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효과를 확인한 데 의의가 있다. 1000명의 환자가 발생할 때 15%가 중증으로 진행하는데, 그중의 절반을 치료제로 막을 수 있다면,  중증환자가 매일 70~80명이 줄어드는 셈이다. 그만큼 입원환자가 줄어드니 중환자 병상 확보를 위해 난리를 치지 않아도 된다.  백신으로 코로나19 유행을 조절하려면 아무리 빨라도 6~9개월 걸린다. 그 사이에는 얼마든지 4차, 5차 대유행이 올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확진자에 치료제를 조기투여하면 중증환자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의사들이 증세가 심한 환자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고, 방역 당국도 예방작업에 더 신경 쓸 수 있다.”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주가 미국 릴리와 리제네론사의 치료제들보다 효과가 뛰어나다는 얘기도 나왔는데.
“미국의 항체 치료제와 동시에 비교 연구를 한 게 아니라 누가 더 낫다고 판단하긴 어렵다. 다만, 셀트리온 임상에선 고위험군이 상대적으로 많이 포함됐고, 치료 효과도 좋았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온 것으로 이해한다.”
 
미국에선 개발된 항체 치료제 사용이 저조하다는데.  
“일단은 약값만도 워낙 고가(150만원)이고, 실제 투약비용은 그 이상이다. 미국의 가장 큰 문제는 워낙 환자가 많다 보니 중증 상태가 되기 전까지 병원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는 항체 치료제를 쓰기가 쉽지 않다.”
 
 
바이러스의 변이가 계속 일어나고 있다. 감염내과 전문의 입장에서 이번 코로나19의 전망을 하자면.  
“변이 문제도 상당히 걱정된다. 잘 지켜봐야 한다. 그 전에 대유행이 이미 3차까지 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차수가 높아질수록 확진자 발생의 진폭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경제 문제 때문에 전국 하루 확진자 200~300명 단위에서 방역을 완화한다면, 3차보다 더 심각한 4차가 올 수 있다. 개인적 견해로는 확진자가 100명 아래로 줄었을 때 방역을 완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치료제로 중증환자 발생을 60~70% 줄일 수 있다면  200~300명 단위에서도 심각한 상황을 막을 수는 있다고 본다. 하지만,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왔다는 희망적 보도가 나올 때마다 국민의 경각심이 떨어질까 심히 염려된다. 종식 때까지 마스크 잘 쓰고, 손 잘 씻고, 방역에 잘 참여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
 
인천=최준호 과학ㆍ미래 전문기자 joonho@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