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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기재부 게으른 것 아니냐”…홍남기 또 ‘반기’들다 ‘백기’?

중앙일보 2021.01.14 06:00
전 국민 4차 긴급재난지원금을 향한 정치권의 입김이 더 거세지고 있다. 국가 재정과 실효성을 이유로 재난지원금 논의 때마다 선별 지원을 주장했던 기획재정부는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재난지원금을 비롯한 주요 경제 현안에서는 기재부가 여당의 정치 논리에 끌려다니는 모습이 계속 이어졌다.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다가오면서 4차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재명 “기재부 게으른 거 아니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방역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방역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난지원금의 ‘보편 지급’과 ‘선별 지원’을 두고 최근 가장 뜨겁게 설전을 벌이고 있는 두 인물은 이재명 경기지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이 지사는 12일 선별 지원 방침을 유지하고 있는 기재부에 대해 “좀 험하게 표현하면 게으른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며 “지역화폐를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가 “정부의 재정도 화수분이 아니기 때문에 한정된 재원이라면 피해 계층에 지원을 두텁게 하는 것이 경제 전체에 바람직하지 않냐”고 말한 데 대한 반박이다.
 
이에 앞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경기 진작 필요가 생기면 재난지원금의 전 국민 지급도 검토할 만하다고 본다”며 불씨를 댕긴 이후, 당 대변인의 공식 논평과 당내 발언이 이어지면서 논의가 커지기도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를 두고 기재부 안팎에선 “또 ‘홍두사미’(홍남기와 용두사미를 합친 말)가 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재난지원금 등의 경제 현안에서 논의 초반에는 정치 논리에 반기를 들던 홍 부총리가 결국엔 청와대와 여당의 정무적 판단에 백기를 드는 상황이 지난해 반복됐기 때문이다.
 

1차 재난지원금부터 꺾인 홍남기

1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논의했던 지난해 초 상황이 특히 지금과 닮았다. 1차 재난지원금은 당초 ‘소득 하위 50%만 대상으로 하자’는 게 정부 입장이었다. 그러나 국회의원 선거를 눈앞에 둔 여당은 계속해서 홍 부총리를 압박했고, 정부는 뜻을 꺾을 수밖에 없었다. 2차 재난지원금에는 ‘통신비 2만원’이 끼어들었다. 당시 홍 부총리는 이에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는 분석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통신비 지원은 결국 여야 간의 정치적 합의로 선별 지원 결론이 났다. 
증가하는 나랏빚.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증가하는 나랏빚.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재정 당국이 정치권에 휘말려 제대로 된 힘을 쓰지 못한 지난해 나라 곳간 사정은 급격히 나빠져만 갔다. 12일 기재부가 발표한 ‘재정동향 1월호’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98조3000억원을 찍었다. 2019년 같은 기간 적자 폭(-45조6000억원)의 2배 이상이다. 나랏빚이 불어나는 속도도 빠르다. 올해 연간 국가채무는 846조9000억원에서 956조원으로 109조1000억원 늘어난다.
 
결국 앞으로의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에서 홍 부총리가 ‘재정 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관철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에 더해 홍 부총리가 급격히 악화한 재정 건전성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이라며 야심차게 내놓은 재정준칙도 국회를 통과할지 불투명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과 교수는 “'홍 부총리가 윗선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 순치형 관료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엔 소신을 접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홍 부총리도 지난 10일 방송에서 "국정을 기재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정부 내 논의와 국회와 협의구조가 있다"면서 "재정 당국의 의견을 이야기하지만 그대로 돼야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타협의 여지를 남겼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 국민이 혼란에 빠졌던 1차, 정부의 방역 조치에 따라 타격을 입은 업종에 지원금을 준 2·3차 때와는 달리, 4차 재난지원금은 뚜렷한 명분이 부족하다”며 “누구에게 줄지를 두고 미리 다툴 것이 아니라 재난지원금의 실효성과 시기, 재원 등에 대해 정부가 확고한 입장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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