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서울 노원구 태랑초등학교에서 졸업식을 마친 학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중딩인데요, 제 나이에 적정 투자금은 얼마인가요?”
“고딩 ‘주린이’인데요, 돈은 있는데 지식이 없어요. 주식 필독서 추천해주세요”
고교 2학년인 이모(18)양은 지난달 아버지에게 부탁해 주식계좌를 열었다. 미성년자는 비대면으로 증권 계좌를 만들 수 없고 부모와 함께 증권사 지점이나 은행을 찾아 가족관계증명서 등 필요 서류를 내면 주식계좌를 낼 수 있다. 이양은 아르바이트 월급 등을 모은 50만원을 들고 주식시장에 입성했다. 이달엔 삼성전자에 투자해 5만원을 벌었다고 한다. 이양은 “아르바이트할 때 몇 시간 동안 일해야 버는 돈을 주식으로 벌어서 신기하다”고 말했다.
주식 광풍 올라탄 10대들

회원 수 10만 명이 넘는 한 페이스북 페이지에 청소년들이 올린 글. 사진 페이스북 캡처
이들의 나이만 보고 함부로 ‘주린이’(주식+어린이)로 보면 곤란하다. 본인 의지로 주식을 시작한 10대들은 주식 투자 기간은 짧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왕성하게 정보를 수집하고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경기도 파주시에 사는 중학생 김모(15)군은 지난해 5월쯤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친구의 말에 주식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그는 부모님의 허락을 받기 위해 투자계획서도 만들었다. 현재 용돈 100만원을 ‘굴리고’ 있다. 지금은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코스피 ‘대장주’에 투자하고 있으며 수익률은 15~20% 정도다. 김군은 “유튜브로 주식을 공부하고 있다. 주식을 배울수록 또래 애들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간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고딩 ‘주식 전도사’까지

13일 오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15세 차모 군은 주식 관련 페이스북 페이지와 그룹 운영을 이달 시작했다. 차군은 ‘은행에 돈을 넣어도 바뀌는 건 없다. 차라리 내가 벌어보겠다’는 마음에 지난해 8월부터 용돈 200만원을 가지고 주식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차군은 “중학생도 공부하면서 투자하는 것이 주식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 페이스북 페이지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자본주의 한복판 느낀 아이들, 씁쓸한 현상”
전문가들은 10대들의 주식 투자 현상이 지금의 사회상을 반영한다고 분석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래가 불안하고 다른 투자에 대한 희망이 안 보이니 10대들까지 주식 투자에 쏠리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SNS나 유튜브 등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가 늘어난 것도 10대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10대의 주식 투자 현상을 “씁쓸한 결과”라고도 했다. 그는 “경제·금융 교육을 담당할 학교는 자본주의와 담을 쌓고 있지만, 막상 아이들이 느끼는 현실은 자본주의 한복판에 있다. 공부만으로는 안 된다는 인식이 10대에까지 퍼진 것”이라며 “10대들이 투기나 도박성 투자를 멀리하고, 주식을 미래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도록 부모가 조언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