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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부동산 첫 사과, 靑참모는 밖으로···유영민 온 뒤 생긴 일

중앙일보 2021.01.14 05:00
문재인 대통령이 유영민 비서실장과 함께 7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화상으로 열리는 '2021년 신년 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유영민 비서실장과 함께 7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화상으로 열리는 '2021년 신년 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는 매년 참모진이 초고를 쓰고, 문 대통령이 수정하는 방식으로 작성됐다. 올해 신년사는 문 대통령이 유독 예년에 비해 초고를 많이 고쳤다고 한다. 주거 문제에 대해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는 문구가 신년사에 담겼는데, 일부 참모가 우려를 표시했지만 문 대통령이 고수했다고 한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한 문 대통령의 첫 사과였다. 여권 관계자는 “유연하다는 평가를 받는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오고 난 뒤 변화 아니겠냐”고 평가했다.
 
지난 1일 유 실장이 취임한 이후 청와대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눈에 띄는 변화는 조직 내 소통이다. 비서실장은 보통 업무보고를 자신의 집무실에서 받는다. 하지만 유 실장은 취임 이후 청와대 여민관의 각 수석실을 직접 찾아 업무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유 실장은 2017년 대통령 선거 당시 문 대통령 캠프 디지털소통위원장을 맡을 때에도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전국을 돌아다녔다. 그런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면이 비서실장 취임 뒤에도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 실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한 회의에서 참모들에게 당부한 것도 ‘움직이는 청와대’였다. 유 실장은 지난 6일 국회를 방문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는 단식농성장을 찾아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을 만났다. 유 실장은 참모들에게도 “밖에 나가서 다양한 얘기를 들으라”고 지시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 일부 참모들이 시민사회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청와대에만 머물러 있는 것에 불만을 표출한 적도 있다고 한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장을 방문해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고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장을 방문해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고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 실장 취임 이후 청와대 회의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유 실장은 청와대 참모들에게 “중복되는 회의, 불필요한 회의는 줄이라”고 지시했다. 기존엔 비서실장 주재로 매일 아침 일일상황회의가 열렸고, 이어 수석비서관 이상급이 참석하는 이른바 ‘골방회의’가 또 열렸다. 유 실장은 아침 회의는 일일상황회의 한 번으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유 실장은 또 “문서를 많이 만들지 말고 손가락만 들고 와서 회의하라. 비서실장 말씀자료도 만들지 마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업인 출신의 실용적인 면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유 실장은 1979년 LG전자(당시 금성사)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정보담당임원(CIO·최고정보책임자)까지 올랐다. 유 실장은 다만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게 중요하다며 “회의 참석자는 늘리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오른쪽)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서주석 안보실1차장(가운데), 김상조 정책실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오른쪽)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서주석 안보실1차장(가운데), 김상조 정책실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 실장은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국민과 소통 부족 때문이라고 보고, 소통을 늘리는 방안도 고심하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어떻게 불식할지가 관심사다. 유 실장은 최근 이정도 총무비서관, 탁현민 의전비서관 등 정부 출범 때부터 청와대를 지킨 이들과 따로 만나 국민과 소통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유영민 체제’에선 언론과의 소통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노영민 전 실장은 국민소통수석실과 대변인실 소속을 제외한 청와대 참모진에게 “언론과 접촉을 하지 말라”며 함구령을 내렸었다. 그러다보니 청와대 내부에선 “오히려 왜곡된 내용이 보도된다”는 불만도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 전 실장 때와 달리 홍보할 부분은 각 비서관들도 알리라는 식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유 실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잘 하려고 하는데 시행착오를 겪는 일에 대해서는 취지가 좋고 방향만 맞다면 언론도 ‘잘 한다’고 칭찬해주기를 바란다. 그래야 신바람 나게 잘 나갈 수 있다. 앞으로 소통을 잘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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