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숙 경제정책팀 차장
시간을 거슬러 보고서에서 나열한 대책을 복기해봤다. 국민연금·실업급여 소득대체율 자녀 수 연계, 교육비 세액공제 전환, 다자녀 가구 상속세 감면, 전 소득계층 양육수당 신설, 다자녀 고등학교 무상 교육과 대학 학비 경감, 결혼 소득공제, 신혼부부 대상 저가주택 공급 중산층으로 확대, 유연근무제 도입 등등.

노트북을 열며 1/14
뒷북 대책으로 바뀐 건 없다. 아니, 더 나빠졌다. 당시 보고서가 전제로 삼은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아이 수)은 1.2명대다. 지금은 1명대를 뚫고 0.72명(2022년)으로 추락 중이다. 10여년 전 전망보다 더 빨리, 더 큰 폭으로 인구가 줄어들 것이란 뜻이다.
현재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있는 강 선임연구위원에게 저출산 현실을 다시 물었다. “10년 전보다 상황은 좋아지지 않은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강 연구위원은 당시 기억을 얘기했다. “당시 저출산 대책 간담회를 많이 다녔는데 참석자 중에 언제나 내가 가장 어린 축이었다. 유학도 다녀오고 박사까지 한 나이였는데 말이다. 참석자 한 명의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애들이 아이를 안 낳는다’. 저출산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 직접 당사자인 젊은층이 배제된 문제는 여전하다. 젊은층이 적당한 집에서 적당히 안정적 소득을 올리며 살게 못 한다면 저출산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 ‘인구가 감소한다’며 뒤늦게 호들갑 떠는 지금보다 10년 후가 더 두려운 이유다.
조현숙 경제정책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