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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내가 키운 양파는 얼마에 팔렸을까

중앙일보 2021.01.14 00:04 경제 4면 지면보기
강선희 양파생산자협회 정책위장

강선희 양파생산자협회 정책위장

2년 전 양파 가격이 폭락했을 때 농민들은 양파 20㎏ 한 망을 고작 4000원에 상인들에게 넘겼다. 양파 한 망의 생산비용은 9000~1만원이었다. 헐값에 농민 손을 떠난 양파는 얼마에 팔렸을까. 인근 마트에서 확인한 양파 한 망의 가격은 1만원 정도였다. 도시에 사는 친구들은 양팟값이 싸다고 해서 마트에 가보면 별로 싸지도 않다고 말하곤 했는데 사실이었다. 원가도 못 받고 넘긴 양파가 왜 두배 넘는 가격에 팔리는지 궁금했지만, 농번기가 시작된 뒤 일상에 묻혔다.
 
지난해 12월 한 방송사의 ‘농산물 가격의 비밀’ 보도를 보게 됐다. TV를 보는 내내 망치로 머리를 두들겨 맞는 기분이었다. 농민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동안 도매시장 법인들은 수수료 수입으로 꾸준한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 출하해본 농민은 경매 제도가 불공정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약자인 농민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경매를 통해 거래하는 것 말고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35년 동안 유지돼 온 경매 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은 몇 개 법인이 수십 년간 거래를 독점해 왔다. 시대 변화에 따라 유통의 근본이 뒤바뀌고 있지만, 농수산물시장엔 경쟁이 사라졌고 시대에 걸맞은 변화와 혁신도 불가능하다. 로봇, 인공지능(AI) 등 유통산업 변화가 눈앞에 와 있지만 농산물 유통 구조는 달라진 게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유통이 필수적인 지금도 경매를 통해 거래해야 한다.
 
유통 구조를 현실화하자는 농민과 소비자인 국민, 농산물 소매업을 하는 지역 소상공인의 외침을 정치권과 행정부는 외면해선 안 된다.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도 달라져야 한다. 경매제와 함께 시장 도매인제를 도입해 농산물 거래시장을 효율적으로 바꿔야 한다. 한국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은 일본도 경매제 비중이 8.5%에 그친다. 또한 정가 수의 매매를 중심으로 하는 시장 도매인제가 유통의 중심이 되면서 채소 가격이 안정됐다고 한다.
 
20년 전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에 도입한 시장 도매인제를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 도입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농민은 시장 도매인제를 통해 생산비가 보장되는 가격을 받아 지속 가능한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소비자인 국민은 공정한 가격으로 건강하고 맛있는 국산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 농산물 유통 혁신의 첫걸음은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개혁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믿는 이유다.
 
강선희 양파생산자협회 정책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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