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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발 고용 쇼크 본격화, 12월 취업자 63만 줄었다

중앙일보 2021.01.14 00:03 경제 2면 지면보기
13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실업급여 를 신청하기 위해 사무실에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13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실업급여 를 신청하기 위해 사무실에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일자리 정부’를 자처한 문재인 정부가 22년 만에 최악의 고용 성적표를 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깊어진 경기 침체의 영향이다.
 

외환위기 이후 최악 성적표
임시직 위주 일자리대책 한계
겨울 공공근로 종료되자 급감

최저임금 인상에 코로나 직격탄
‘나홀로 자영업’ 1년새 9만명 증가

작년 취업자 21만8000명 줄어
60대 이상만 37만5000명 늘어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는 2690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21만8000명이 줄었다. 1998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일자리 감소를 기록했다. 연간 취업자가 전년 대비 감소한 건 1984년 석유파동, 98년 외환위기, 2003년 신용카드 사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네 차례밖에 없었다.
  
1·2월 빼고 10개월 연속 취업자 감소
 
지난해 1월과 2월을 빼면 취업자 수는 10개월 연속으로 감소(전년 동기 대비)했다. 90년대 후반 외환위기로 16개월 연속 감소한 이후 가장 길었다. 지난해 12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62만8000명 줄었다. 월간 단위로 이만큼 일자리가 줄어든 건 99년 2월(-65만8000명) 이후 21년 10개월 만이다. 지난해 12월 취업자 수의 감소 폭은 지난해 4월(-47만6000명)과 10월(-42만1000명)을 뛰어넘었다.
 
취업자·실업자 증감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취업자·실업자 증감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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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체로는 업종별로 도·소매업(-16만 명)과 숙박·음식점업(-15만9000명), 교육서비스업(-8만6000명)에서 취업자가 많이 줄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대면 서비스 일자리가 몰려있는 업종이다. 특히 임시직(-31만3000명)과 일용직(-10만1000명)의 일자리 감소 폭이 컸다. 고용의 ‘약한 고리’로 분류하는 취약계층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컸다는 의미다.
 
고용이 증가한 건 공공행정·사회보장·사회복지 등 이른바 ‘관제’ 일자리들이다. 300만 명이 넘는 이런 일자리는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충격을 다소 덜어주는 ‘완충재’ 역할을 했다. 하지만 겨울철을 맞아 공공근로 사업이 잇따라 종료됐다. 나랏돈을 쏟아부어 만든 임시직 위주 정부 일자리 대책의 한계다.
 
지난해 일자리가 늘어난 연령대는 60대 이상(37만5000명)이 유일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등 끄기, 담배꽁초 줍기, 등하교 도우미 같이 나랏돈을 들여 만든 노인 일자리 효과가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13일 ‘2020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을 주요 내용으로 열린 관계장관회의 에서 고용시장상황을 점검하고 대응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13일 ‘2020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을 주요 내용으로 열린 관계장관회의 에서 고용시장상황을 점검하고 대응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다시 말해 ‘나 홀로 사장’은 지난해 9만 명 늘었다. 그런데 직원을 둔 자영업자는 16만5000명 감소했다. 직원을 내보내고 자영업자가 혼자 장사하거나 문을 닫는 경우가 늘어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줄고 1인 자영업자가 느는 건 불황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가뜩이나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시행 등으로 어려운 여건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업률·고용률 같은 지표도 악화일로다. 지난해 실업률은 4%였다. 2001년 이후 19년 만에 처음 4%대로 올라섰다. 지난해 실업자 수는 110만8000명으로 2000년 통계 기준을 변경한 이후 가장 많았다. 지난해 고용률은 60.1%였다. 1년 전보다 0.8%포인트 낮아졌다. 2013년(59.8%) 이후 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코로나19에도 꺾이지 않은 60대 이상 일자리.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코로나19에도 꺾이지 않은 60대 이상 일자리.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지난해 12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정으로 인해 대면 서비스업종을 중심으로 상당히 많이 (취업자 수) 감소 폭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공공행정과 보건·복지 분야의 취업자 수 증가세가 둔화한 것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9년 12월 (고용) 상황이 좋았던 기저효과도 섞여 있다”고 덧붙였다.
 
‘그냥 쉬었다’나 일시 휴직자 등 이른바 ‘그림자 실업’까지 고려하면 고용 한파는 훨씬 심각하다. 지난해 ‘그냥 쉬었다’는 사람은 237만4000명에 달한다. 1년 사이 28만2000명 늘어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일시 휴직자는 83만7000명으로 1년 사이 43만 명 급증했다. 80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일시 휴직자는 일하지 않는데도 취업자로 분류된다.
  
일자리 예산은 21% 늘어 사상 최대
 
지난해 일자리 예산은 전년보다 21.3% 늘어난 25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지난해 네 차례 예산을 추가로 편성(추가경정예산)하며 돈을 더 쏟아부었지만 소용없었다. 코로나19가 할퀸 고용 악화에 역부족이었다.
 
고용은 3~6개월 전의 경제 상황을 반영하는 후행성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 고용시장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며 고용 악화가 심해지고 있다”며 “민간 부분에서 손실이 축적되고 고용 부담이 커지면서 추가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했다. 홍 부총리는 “코로나19에 따른 고용 충격으로 고용시장의 체력이 상당히 저하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 달까지 어려운 고용 상황이 지속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세종=조현숙·김기환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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