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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기념사진 대신 '랜선 박수'…코로나가 바꾼 졸업식

중앙일보 2021.01.13 15:42
13일 온라인에서 진행된 서울 원효초등학교의 졸업식 모습. 학생 이름·화면 등은 블러처리했다. 원효초 제공

13일 온라인에서 진행된 서울 원효초등학교의 졸업식 모습. 학생 이름·화면 등은 블러처리했다. 원효초 제공

조그만 화면 속 빼곡한 아이들이 일제히 팔을 높게 들어 손뼉을 친다. 얼굴 정도만 보이는 화면에 손뼉 치는 걸 잘 보여주게 하기 위해서다. 이모티콘으로 박수를 보내기도 한다. 13일 오전 웹엑스(Webex) 프로그램에서 열린 서울 원효초등학교의 졸업식 모습이다. 이날 졸업하는 6학년 5개반 학생 99명은 각자 집에서 화면으로 선생님과 만났다.
 
같은 시간, 안양여자상업고도 ‘랜선 졸업식’을 열었다. 유튜브 ‘안양여상TV’ 채널엔 학생·교사·학부모 100여명이 보고 있는 가운데 지난 졸업앨범 촬영 때의 추억 사진들이 지나갔다. 채팅창도 바빠졌다. "직접 볼 수 없어 아쉬워요. 졸업해서도 행복하고 즐겁기를", "고생하신 담임 선생님들 감사드립니다", "보석보다 빛나는 딸 000, 입학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졸업이라니" 등 축하와 축복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선생님은 학교서, 학생들은 집에서 마지막 인사

경기 시흥고등학교 오상아 교사가 지난 7일 온라인 졸업식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졸업장은 반 별로 시간을 나눠 전날에 나눠줬다. 유튜브 캡쳐

경기 시흥고등학교 오상아 교사가 지난 7일 온라인 졸업식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졸업장은 반 별로 시간을 나눠 전날에 나눠줬다. 유튜브 캡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바꾼 졸업식 풍경이다. 지난해 초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는 결국 졸업식까지 비대면으로 진행하게 만들었다. 꽃다발을 파는 사람과 학부모로 북적이던 학교 앞은 고요하고, 이 친구 저 친구와 사진을 남기느라 시끌시끌하던 교실은 각 담임선생님이 홀로 지켰다.
 
국민의례·학사보고·졸업장 수여·시상·축사·교가제창 등은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졸업장과 졸업앨범은 미리 날짜와 인원을 나눠 받아가도록 했다. 이 때가 사실상 담임선생님과 만나 인사할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12일 진행된 서울 누원초등학교 온라인 졸업식 모습. 마지막 순서로 화면에 교가가 흘러나온다. 유튜브 화면 캡쳐

12일 진행된 서울 누원초등학교 온라인 졸업식 모습. 마지막 순서로 화면에 교가가 흘러나온다. 유튜브 화면 캡쳐

원효초 정한주 교장은 “비대면 온라인 졸업식 걱정을 많이 했는데 화면으로 아이들의 리액션을 볼 수 있고 채팅창 등을 통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걸 체험했다”며“어찌 보면 앞으로는 이런 것이 졸업식 문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 번뿐인 졸업식인데…” ‘줌 졸업’ 후엔 ‘학원 줌’

그래도 학생과 교사의 아쉬움은 컸다. 지난 8일 초등학교를 졸업한 현서영(13)양은 "원래 강당에 모여 서로 얘기도 나누고 장난도 치고 함께 아쉬워하고 여러 감정을 공유해야 할 졸업식 없이 이렇게 비대면으로 해야 하니까 아쉽고 속상했다”며 “끝나고 친구들과 통화를 하면서 아쉬움을 달랬고, 외식은 못 했지만 가족들과 집에서 케이크를 먹었다”고 했다.
 
같은 날 졸업식을 한 구유빈(13) 양은“한 번뿐인 졸업식을 비대면으로 해서 아쉽다”며 “코로나19가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구 양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졸업식 날 줌(zoom) 프로그램으로 졸업식을 한 뒤 학원 비대면 수업을 하는 일과 영상을 남기기도 했다.
구유빈 양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꾸윱즙'에 초등학교 졸업식날의 일상을 올렸다. 온라인으로 졸업식을 한 뒤엔 다시 온라인으로 학원 수업을 듣는다. 유튜브 화면 캡쳐

구유빈 양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꾸윱즙'에 초등학교 졸업식날의 일상을 올렸다. 온라인으로 졸업식을 한 뒤엔 다시 온라인으로 학원 수업을 듣는다. 유튜브 화면 캡쳐

 
오상아 경기도 시흥고등학교 교사는 지난 7일 학생들에게 온라인 졸업식을 열었다. 26명의 학생 중 16명이 접속했다. 오 교사는 “이번에 담임을 맡은 아이들과는 원격수업을 많이 했고, 학교에 나올 때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얼굴을 보기 힘들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며 “예전 졸업식과 비교하면 무언가 졸업을 시킨 것 같지 않고, 헤어졌는데 헤어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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