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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 박탈' 美하원 통과날...트럼프 "나라 위험" 넌지시 경고

중앙일보 2021.01.13 14:05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EPA=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EPA=연합뉴스]

 
미국 하원이 1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 배제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하지만 키를 쥔 펜스 부통령은 결의안이 통과되기도 전에 이 요구를 거부했다.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다음날 표결에 부쳐 임기 전 퇴진을 계속 압박할 예정이다. 

수정헌법 25조 발동 요구 결의안 통과
찬성 223, 반대 205…공화당 1명 이탈
펜스 "조항 발동은 헌법 위배" 거부
민주당, 트럼프 탄핵안도 표결 예정

 
이날 표결에 부쳐진 결의안은 펜스 부통령이 수정헌법 25조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능력이 없음을 선언하고 대통령 권한 대행으로서 권력을 즉시 행사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하원은 본회의에서 찬성 223표, 반대 205표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소속 애덤 킨징어 의원을 제외한 전원은 당 노선에 따라 투표했다.
 
표결에 앞선 토론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군중을 선동해 의회 점거를 부추기는 등 선거 제도와 민주적 절차에 대한 신뢰를 깨뜨렸다고 주장했다. 
 
또 펜스 부통령과 펠로시 하원의장 등 당시 의회에 있던 사람들을 위험에 빠트린 데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하며, 대통령이 더이상 정상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으므로 직을 박탈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반면 공화당 의원들은 의회가 부통령에게 명령할 권한이 없다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AFP=연합뉴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AFP=연합뉴스]

 
펜스 부통령은 표결 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수정헌법 25조 발동은 국가 이익에 최선이 아니며 헌법에 합치하지도 않는다"면서 의회 요구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서한에서 펜스 부통령은 이 조항이 대통령이 신체적·정신적으로 불능에 빠졌을 경우를 위해 고안된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을 벌주거나 박탈하기 위해서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의안은 나라를 더 분열시키고 논란에 불을 붙일 것이라면서 "이제는 1월 6일의 비극을 뒤로하고 화합하고 치유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수정헌법 25조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피살 이후 도입됐다. 대통령이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유고 상태가 됐을 때 부통령이 대통령의 무력(無力)을 선언하고 권력을 승계해 국정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게 입법 취지다.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하기에 적합하지 않은지(unfit)를 판단하는 게 아니라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unable)인지를 기준으로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의회가 펜스 부통령에게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요구한 것은 초유의 의회 점거 사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미 공영라디오 NPR은 "현행법 체계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은 탄핵과 수정헌법 25조밖에 없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민주당은 이 조항을 탄핵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활용할 계획이다. 펠로시 의장은 펜스 부통령이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거부하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해왔다.
 
하원은 다음날(13일) 오전 9시(한국시간 13일 오후 11시) 모여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11일 테드 리우 하원의원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을 부추겨 의회에서 폭력 사태를 빚었다면서 '내란 선동' 혐의를 적용한 탄핵안을 발의했다. 의원 210여명이 공동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멕시코 국경 장벽 현장 방문을 위해 백악관을 나서면서 기자들과 만나 "탄핵은 정치 역사상 최악 마녀사냥의 연장선"이라면서 "우습고, 정말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의회 점거 사태 이후 6일 만에 처음으로 공개 발언에 나선 그는 민주당이 탄핵을 계속 추진할 경우 나라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탄핵당할 경우 폭력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넌지시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탄핵은 엄청난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면서 "낸시 펠로시와 척 슈머(상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그 길을 계속 가면 이 나라에 엄청난 위험과 큰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폭력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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