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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달걀껍질 아파트' 파장···혹한기 40만명 거리 내몰릴 판

중앙일보 2021.01.13 12:19
뉴욕증시에 상장까지 한 중국의 대형 임대아파트 관리업체가 유동성 위기를 맞으며 혹한기에 수십만의 세입자가 거리로 나앉을 처지가 됐다. 
 
12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지난해 말 시작된 중국 '단커(蛋殼·달걀껍질)아파트' 사태의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을 계기로 단커의 공실률이 올라가며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다. 
 
문제는 기업 하나가 흔들리니 애꿎은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다툼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원인 샤오위에(28·가명)는 BBC에 "방세를 일시불로 미리 냈는데도 쫓겨날 판이다"라고 호소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중국에서 장기임대 아파트를 운영하는 기업 단커 아파트가 유동성 위기를 맞으며 세입자와 집주인 모두가 곤혹스러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단커 아파트에 상황을 문의하기 위해 몰린 인파. [남방도시보]

중국에서 장기임대 아파트를 운영하는 기업 단커 아파트가 유동성 위기를 맞으며 세입자와 집주인 모두가 곤혹스러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단커 아파트에 상황을 문의하기 위해 몰린 인파. [남방도시보]

단커는 집주인에게 집을 빌려 세입자에게 1년 이상 빌려주는 사업을 하고 있었다. 집주인 입장에선 단커에 아파트만 빌려주면 아파트 인테리어에 세입자 관리까지 해주고 돈도 꼬박꼬박 입금해주니 편리했다. 
 
청년층 입장에서도 깔끔한 인테리어를 갖춘 아파트에 비교적 합리적인 월세로 거주할 수 있어 인기가 높았다. 유망 스타트업으로 주목받은 단커는 지난해 초 뉴욕증시에도 상장됐다. 
 
그런데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예상치 못한 게 있었다.   
 
입주자들은 1년 치 임대료를 미리 내는데 단커는 집주인에게 매달 혹은 분기별로 돈을 주는 구조다. 단커는 여기서 생긴 현금흐름의 '시차'를 이용해 광고비와 인테리어비를 부담하면서 사업을 확장해갔다.    
단커는 깔끔한 인테리어를 갖춘 아파트를 빌려줘 청년층을 중심으로 인기가 높았다. [단커 아파트 홈페이지]

단커는 깔끔한 인테리어를 갖춘 아파트를 빌려줘 청년층을 중심으로 인기가 높았다. [단커 아파트 홈페이지]

사실상 세입자들의 개인신용으로 레버리지를 일으켜 미래의 수입을 미리 끌어오는 식으로 사업을 한 것이다. 사업이 잘 나갈 때야 괜찮았지만, 코로나 사태에 공실률이 올라가자 단숨에 위기가 찾아왔다. 

집주인에게 집세는 줘야 하는데, 코로나 탓에 신규 세입자를 찾지 못하면서다. 공격적으로 회사를 키우는 과정에서 인테리어 등에 돈을 쓰느라 단커는 창사 이래 한 번도 순이익을 낸 적이 없었다. 집주인에게 비싸게 임대받고 세입자에게는 싸게 재임대하는 전략도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단기간에 무리하게 아파트 계약 건을 늘리다 보니 단커가 부담해야 할 몫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BBC에 따르면 단커가 관리하는 아파트는 창사 초기인 2015년 2400여 채에서 5년 만에 41만5000여 채로 급증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단커의 사업 구조와 몸집 불리기가 '폰지 사기(아무 이윤 창출 없이 투자자들이 투자한 돈을 이용해 투자자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방식)'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왔다.  
2020년 1월 17일 뉴욕증시에 상장된 단커 아파트 [신화=연합뉴스]

2020년 1월 17일 뉴욕증시에 상장된 단커 아파트 [신화=연합뉴스]

 
단커가 집주인들에 임대료를 주지 못하자 뿔난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내쫓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BBC는 보도했다. 단커를 통해 들어온 사람을 내쫓고 다른 세입자를 불러들여 세를 직접 받겠다는 것이다. 
 
결국 40만 가구 이상의 중국인들이 1년 치 월세를 미리 내고도 집에서 쫓겨날 처지가 됐다. 
단커 아파트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가 높았다. [단커 아파트 홈페이지]

단커 아파트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가 높았다. [단커 아파트 홈페이지]

집주인이 예고 없이 들이닥쳐 개인 소지품을 내다 버리거나 전기·수도를 갑자기 끊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돈을 미리 냈는데도 쫓겨나게 된 세입자 중에서는 칼을 들고 집주인과 대치하는 살벌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졸지에 거리로 내몰린 세입자들은 당장 갈 곳이 없어 패스트푸드점 등에 머무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단커 아파트 사태로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2020년 12월 광저우에서 불을 지르고 숨진 남성이 단커 이용자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웨이보]

단커 아파트 사태로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2020년 12월 광저우에서 불을 지르고 숨진 남성이 단커 이용자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웨이보]

지난해 말에는 광둥 성에 거주하던 20대 남성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아파트에 불을 질렀는데 그가 단커 이용자였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집주인에게 쫓겨날 위기에 처해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그의 죽음과 관련한 검색횟수만 2억5000만회를 넘겼다. 사회적 관계망 서비스(SNS)상에는 '깨진 달걀껍데기', '단커가 내 돈 안 돌려줘' 같은 해시태그(#)가 등장했다.  
나가라고 하는 집주인과 못 나가겠다는 세입자 간의 대치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중국망]

나가라고 하는 집주인과 못 나가겠다는 세입자 간의 대치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중국망]

클렘슨대학 경제학과의 케빈 추이 부교수는 "직장을 찾아 매년 수십만 명의 젊은이가 대도시로 이주하는 현실에서 단커 사태로 주택시장의 취약성이 드러났다"면서 "중국 청년층은 대도시의 부동산 월세를 감당할 수 없다 보니 임대료가 비교적 저렴한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단커 아파트 사태로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집주인들이 무더기로 단커 아파트를 찾아와 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있는 모습.[신랑 동영상]

단커 아파트 사태로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집주인들이 무더기로 단커 아파트를 찾아와 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있는 모습.[신랑 동영상]

주택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임대사업을 은연중에 장려하던 중국 정부도 역풍을 맞게 된 상황이다. 
 
단커 아파트에게 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플래카드. [웨이보]

단커 아파트에게 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플래카드. [웨이보]

단커 직원들에게도 한파가 불어 닥쳤다. 11일 중국 신랑 재경에 따르면 단커 관계자는 "지난해 4월 입사했는데 회사 돈줄이 말라붙으면서 임금 지급에 차질이 생겼다"는 글을 올렸다. 이 직원은 "임원 회의가 열려 '급여를 안 주는 게 아니라 유예한다'고 설명했는데 유예 기간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고 현재까지 최소 두 달 치 임금이 체불됐다"고 밝혔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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