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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한 고용 민낯…노인·보건복지·나홀로 사장만 일자리 ↑

중앙일보 2021.01.13 12:03
지난해 일자리 통계에선 나랏돈을 쏟아부어 만든 임시직 위주 정부 일자리 대책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일부 늘어난 일자리는 고용의 질이 악화한 영향이 컸다.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2020년 연간 고용동향’ 통계에서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21만8000명 줄었다. 고용률은 전년 대비 0.9%포인트 줄었고, 실업률은 0.2%포인트 올랐다. 정부 공공일자리 사업을 지난해 연말 종료하면서 12월 취업자 수가 63만명 줄어든 영향이 컸다. 지난해 11월 취업자 수 감소 폭(-27만3000명)의 두배를 넘었다.
 
코로나19에도 꺾이지 않은 60대 이상 일자리.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코로나19에도 꺾이지 않은 60대 이상 일자리.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하향 일색 통계에서 드물게 오른 지표에서 오히려 암울한 일자리 상황판 민낯이 드러났다. 연령별로 따져봤을 때 유일하게 증가한 노인 일자리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15~29세 18만3000명, 30대 16만5000명, 40대 15만8000명, 50대 8만8000명 쪼그라들었다. 유일하게 60대 이상만 37만5000명 늘었다. 1963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지난해(37만7000명 증가)를 빼면 역대 최고 증가세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변수’로 전 연령대 일자리가 타격을 받은 데도 불구하고 60대 이상 일자리만 늘었다”며 “전등 끄기, 담배꽁초 줍기, 등하교 도우미같이 나랏돈을 들여 만든 노인 일자리 효과가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산업별로 봤을 땐 보건·사회복지(13만명), 운수·창고(5만1000명), 농림어업(5만명) 분야 취업자가 늘었다. 일자리의 양과 질 측면에서 중요한 제조업(-5만3000명)ㆍ서비스업(-21만6000명)이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보건복지 분야는 정부가 예산을 대규모로 투입해 만든 공공 일자리가 늘어난 영향, 운수ㆍ창고는 배달·택배 수요 증가에 따른 영향을 받았다. 농림어업 분야 종사자도 건강한 취업자 증가로 보기 어려웠다.
 
기획재정부 차관을 지낸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농림어업 일자리가 늘어난 건 고용 충격의 직격탄을 맞은 도시 지역 실직자·은퇴자가 귀농한 영향”이라며 “(농림어업 취업자) 상당수가 60세 이상 여성 무급(無給) 가족 종사자”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조업은 일자리가 늘어난 만큼 경기 활성화 효과가 있지만, 농림어업 고용은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다시 말해 ‘나 홀로 사장’이 전년 대비 9만명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하지만 월급을 줘야 하는 직원을 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전년 대비 16만5000명 감소했다. 직원을 내보내고 사장 혼자 장사하거나 문을 닫는 경우가 늘었다고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가 늘어난 통계를 두고 ‘고용의 질’ 개선 지표로 제시했다. 자영업자 통계를 두고 고용의 질이 악화했다고 볼 수 있는 이유.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줄고 1인 자영업자가 느는 건 불황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가뜩이나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시행 등으로 어려운 여건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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