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창업하려면 충청으로 가라, 통신·바이오·로봇 유리

중앙일보 2021.01.13 00:04 경제 4면 지면보기
창업 생태계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지만 지역별 창업 잠재력은 충청권이 상대적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충청권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연구개발(R&D)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어 벤처캐피털(VC)과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의 지원만 보완하면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국가균형발전위 보고서 살펴보니
KAIST 등 연구개발 네트워크 강점
서울 빼면 생태계 잠재력 최고
영남·호남은 아이디어·인력 부족
수도권 집중된 자금 등 분산 필요

지역별 창업 잠재력 순위

지역별 창업 잠재력 순위

12일 중앙일보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로부터 입수한 ‘지역 창업 기업의 정주화 개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서울이 창업 잠재력 1위를 차지했지만, 충청권인 대전·충남·충북이 나란히 2~4위에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충청권에선 특히 무선통신 융합, 메디컬 바이오, 로봇 자동화, 금속 가공, 지식재산 서비스 등의 창업이 용이한 것으로 평가됐다. 기능성 화학 소재, 광·전자 융합, 지능형 기계 분야의 창업 여건도 뛰어났다. 하지만 충청권도 수도권에 비하면 개선해야 할 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에서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한 이모 대표는 “지역 내 창조경제혁신센터와 테크노파크 등 지원기관의 도움을 받아 스타트업을 시작하기는 괜찮다”며 “다만 성장을 위한 핵심적 요소인 인력·자금·시장 여건이 충분하지 않아 수도권으로 이전하고픈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충청권의 경우 창업 지원기관에서 VC의 투자심사역과 액셀러레이터 등을 스타트업에게 소개해주고 있으나, 이들이 실제로는 충청권까지 내려오지 않고 서울 등 수도권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또 영남권은 지원기관 등 인프라가 예전보다 많이 개선됐지만, 창업 아이디어 수준과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왔다. 호남권은 인구 감소와 청년 이탈 등 창업 자원 감소가 문제로 지적됐다. 강원은 창업 기업 중 이전 계획이 있는 곳이 3분의 2에 달했다.
 
이번 조사에서 창업 기업이 실패하거나 떠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수요 없는 시장’이 꼽혔다.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된 점이다. 창업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장 수요와 적합성을 검증하고 비즈니스모델(BM)을 보완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지원기관이 진행하는 창업 교육의 90%가 사업 계획을 짜주고, 투자 유치 설명회(IR)를 준비하는 이론형 강좌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벤치마킹 모델로는 주변 경쟁국과 도시에 창업 인재를 빼앗기지 않고 정주시키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이 거론됐다. 한동안 창업 인력 유출로 골머리를 앓던 암스테르담은 2015~2018년 민관 합동 프로그램인 ‘스타트업 암스테르담’을 통해 창업 생태계를 재구축했다. 그 결과 창업가 유입률이 3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내 글로벌 기업인 필립스가 헬스케어 등의 분야에서 지역 내 스타트업과 핵심 기술과 기획 과정(모듈) 등을 공유한 덕분이다. 한국창업경영연구원장인 김진수 중앙대 교수(경영학)는 “지역에서 창업하는 기업에 해당 지역의 특화 기술을 우선 제공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지역 대학에 유휴 부지가 많은데 이곳에 창업가들이 거주할 수 있도록 주택 단지를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창업 생태계(Startup Ecosystem)
창업자가 대학·인큐베이터·멘토로부터 기술과 교육 지원을 받고, 앤젤투자자·벤처캐피털(VC)로부터 투자를 받는 환경을 말한다. ‘출생-성장-성숙-재생 또는 쇠퇴’ 과정처럼 자연 생태계와 유사한 모습을 띤다.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