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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코로나라도…외국인 투자 감소 심상치않다

중앙일보 2021.01.13 00:04 경제 1면 지면보기
국내에 투자한 외국계 기업 A사는 한국에서 철수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 중이다. 인건비 상승으로 수익성이 지속해서 악화하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다. A사 관계자는 “일단 지난해는 투자와 고용을 축소했다”며 “잦은 파업과 투쟁 일변도의 노동운동도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소개한 사례다.
 

작년 직접투자액 6년 만에 최저
주52시간, 최저임금 인상도 영향
감소율 2년연속 두자릿수 최악
“코로나 끝나도 회복 어려울 수도”
무역갈등에 일본은 투자 반토막

대구에서 자동차용 고무 제품 등을 만들던 외국계 회사 한국게이츠는 지난해 공장 문을 닫았다. 30년 넘게 꾸준히 흑자를 내던 기업인데 결국 폐업을 선택했다. 이곳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은 직장을 잃었다.
 
지난해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모가 6년 만에 가장 적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노동비용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까지 겹쳐 최악의 한 해를 보낸 여파다.
 
연도별 외국인 직접투자액

연도별 외국인 직접투자액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FDI가 신고 기준으로 207억4700만 달러, 도착 기준으로 110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12일 밝혔다. 2019년과 비교해 신고 기준으로는 11.1%, 도착 기준으로는 17% 감소했다. 2018년 이후 2년 연속 두 자릿수 감소세다. 지난해 FDI는 신고 기준으로 2014년(190억 달러) 이후 6년 만에 가장 적었다. 도착 기준으로는 2013년(98억4000만 달러) 이후 가장 저조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외국인 투자를 막는 구조적 요인도 있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경영환경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친화적이지 않다고 보는 외국인 투자기업은 39.2%였다. 국내 경영환경이 친화적이라고 보는 외국인 투자기업(18.4%)보다 배 이상 많았다. 외국기업들은 경영환경의 장애 요인으로 ‘고용노동 정책 및 법률’(25.1%)과 ‘노사 관계’(19.0%)를 꼽았다.
 
국가별 외국인 투자 실적

국가별 외국인 투자 실적

현 정부의 정책 중에는 ‘근로시간 단축’(25.2%)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19.2%)이 가장 큰 부담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설문조사에 응한 B사는 “주 52시간 근로를 비롯한 규제가 단기간에 급격히 도입됐다. 기업 입장에서 예측하기가 쉽지 않았고 대응하기는 더욱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C사는 “파업이 한창 진행 중일 때 노동조합이 외국인 최고경영자(CEO) 자택 앞에서 자녀 등교 시간에 피케팅을 한 적이 있다. 외국인 CEO는 상당히 위협적으로 받아들여 노조를 고소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파업이 일어나면 노조는 정치권부터 찾아간다. 노조 출신 정치인들이 여러 형태로 기업에 압력을 행사해주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전부터 노동비용 상승, 각종 기업 규제 때문에 외국인 투자기업뿐 아니라 전체 기업들의 투자 환경이 좋지 않았다”며 “적극적으로 투자 환경을 바꾸지 않는다면 코로나19가 사라져도 예전만큼 (외국인 투자가) 회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빅데이터·바이오·인공지능(AI) 같은 새로운 산업 투자는 오히려 늘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신산업 투자 규모(신고 기준)는 84억2000만 달러였다. 1년 전과 비교해 9.3% 증가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경제 활동이 부각되면서 데이터센터, 전자상거래 서비스 물류센터 등 인프라 확보형 투자가 많았다.
 
지난해 지역별 외국인 투자액(신고 기준)을 보면 무역 갈등을 겪고 있는 일본이 절반 가까이(-49.1%) 줄었다. 미국(-34.5%)과 유럽연합(EU·-33.8%)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반면 중국·홍콩·싱가포르 등 중화권(26.5%)은 크게 늘었다. 특히 중국은 19억9000만 달러로 2019년과 비교해 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도 전망은 좋지 않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올해 글로벌 FDI가 지난해보다 5~1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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