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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싫지만…메르켈 “트위터 계정 영구정지 문제 있다”

중앙일보 2021.01.13 00:02 종합 6면 지면보기
메르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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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 점거 사태 여파로 트위터·페이스북 등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을 영구 정지시키자 거대 소셜미디어(SNS) 업체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마다치 않던 앙겔라 메르켈(사진) 독일 총리까지 나서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메르켈 “기본권으로서 표현 자유
의회 아닌 특정회사가 제한 안돼”
전문가 “통제 안 받는 소셜미디어
무소불위 리바이어던 권력 부상”

슈테펜 자이베르트 총리 수석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기본권으로서 표현의 자유는 근본적으로 의회에 의해 제한받을 수 있지만, 특정 회사 조처에 따라 제한돼서는 안 된다”며 “메르켈 총리는 그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이 영구 정지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브루노 르메어 프랑스 재무장관은 “디지털 규제는 거대 디지털 기업이 스스로 해서는 안 되며, 국민과 정부·사법부가 처리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빅테크 기업들의 제재가 쏟아지며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극우 성향 SNS인 팔러로 망명을 시도했지만, 구글과 애플은 팔러 앱을 앱스토어에서 삭제했다. 아마존 웹서비스(AWS)도 자사 인터넷 서버를 통한 팔러 접속을 차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 정지 등의 여파로 11일 트위터와 페이스북 주가는 각각 6.4%, 4% 하락했다.
 
트위터가 지난 8일(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계정을 영구 정지시켰다. [트위터 캡처]

트위터가 지난 8일(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계정을 영구 정지시켰다.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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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표현의 자유도 일정한 상황에선 제한할 수 있고, 폭력과 갈등을 부추기는 게시물에 대해 SNS 업체들이 책임감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는 옹호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부작용만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애리 플라이셔는 12일 폭스뉴스에서 “계정 정지 조치는 오히려 트럼프 지지자들을 극단화시키고, 미끄럼틀처럼 우리 모두를 더 나쁜 상황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헌법학자 제드 루벤펠드 예일대 교수도 월스트리트저널 칼럼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트럼프 계정·콘텐트 차단 문제는 민간 SNS 기업들이 통제받지 않는 새로운 권력의 리바이어던(성서에 나오는 무소불위의 괴물)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학 교수는 “트럼프의 메시지가 큰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정치인은 정치적으로 심판받는 것”이라며 “기업이 자체적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막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통신품위법 230조를 개정해 빅테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통신품위법 230조는 사용자들이 올린 콘텐트에 대해 SNS 업체에 법적 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면책권을 인정해주고 있다.
 
한국도 표현의 자유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회가 지난해 12월 통과시킨 대북전단금지법과 5·18역사왜곡처벌법이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일며 국내외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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