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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양모와 입양 교육 받은 A씨 "홀트 사후관리 의심"

중앙일보 2021.01.12 16:14
"어쩌면 정인이가 우리 집에 입양을 오고 우리 아이가 그 집에 갔을 수도 있었다. 비슷한 시기 홀트에서 아이를 입양했다. 홀트가 우리 부부에게 했듯 입양절차를 철저하게 확인했다면 사건을 막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40대 후반 A씨는 정인이 사건에 만감이 교차한다고 했다. 그는 2018년 3월 홀트아동복지회에 입양 상담을 신청했다. A씨 부부는 5년 넘게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이가 마음처럼 오지 않자 고민 끝에 입양을 결심했다고 한다.
6일 오전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를 추모하며 시민들이 보낸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뉴스1]

6일 오전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를 추모하며 시민들이 보낸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뉴스1]

“부모 교육서 정인이 양부모 봐”

2019년 5월쯤 A씨 부부의 순서가 됐다는 홀트의 연락이 왔다. 입양 절차 중 하나인 국내입양 부모교육이었다. 입양을 원하는 부모들이 모여 입양에 대한 이해, 자녀 양육방법, 먼저 입양한 부모로부터의 사례 발표, 입양 아동의 심리 및 정서 등을 하루 8시간 동안 배우는 교육이었다. A씨는 이 자리에서 정인이 양부모를 만났다고 했다. 
 
"강의장에 갔는데 다들 우리처럼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부부들이 긴장한 채로 앉아있었다. 내가 앉은 좌측에 눈에 띄게 젊은 엄마가 있었다. 상투 머리를 하고 의자에 다리를 하나 올린 채 무심하게 과자를 먹고 있더라. 결과론적이지만 수업을 집중해서 듣지도 않는 것 같았다. 정인이 사건으로 방송을 보고 온라인에 떠도는 사진을 보니 그 엄마더라."
 
지난 6일 홀트의 입장문에 따르면 정인이 양부모는 2018년 7월 입양을 신청했고 2019년 8월 양부모로 정해졌다. A씨에 따르면 입양 부모들은 이런 교육과 상담을 통해 입양 전 준비해야 할 것들, 아이에게 흔한 질병과 간단한 처치법, 아이에게 좋은 마사지 방법 등을 사전에 교육받는다. 신생아를 돌보는 필요 최소한의 교육이다. 
 
지난해 5월 어린이집 보육교사와 의료진이 정인이의 허벅지에 멍이 든 것을 발견해 신고했을 때 양부모는 “오다리 교정 마사지를 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A씨는 “마사지 방법도 배우기 때문에 이런 진술부터가 양부모의 거짓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홀트가 제공하는 입양 부모 교육 자료. A씨 제공

홀트가 제공하는 입양 부모 교육 자료. A씨 제공

“홀트 관리 철저…정인이 사례 이해 안 돼”

A씨는 “저희는 정인이 사건이 보도된 뒤 당연히 홀트가 아닌 다른 기관에서 일어난 사건인 줄 알았다. 제가 홀트에서, 정인이 같은 아이를 비슷한 시기 입양하지 않았나. 홀트는 입양 절차와 사후 관리가 철저했는데 왜 정인이 사건이 발생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A씨에 따르면 1년에 4번, 3개월에 한 번씩 담당 선생님이 방문해서 꼼꼼하게 체크를 했다는 것이다. 
 
"첫 아이라 물건을 모두 새로 샀다. 100g에 5000원이 넘는 고급 분유를 준비했다. 아이에게 더 좋은 걸 먹이고 더 잘해주고 싶었다. 가정법원 조사관도 홀트 담당자도 아빠랑 애착 관계가 형성이 됐는지, 자연스러운 건지 일시적인 건지 아이 용품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다 사진을 찍고 갈 정도로 철저했다."  
 
A씨는 정인이 관련 보도를 보면서 "홀트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홀트의 입양과 사후 관리를 경험한 사람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는 이유였다. A씨 가족에 대한 홀트의 사후관리는 2020년 10월 끝났다고 했다. 정인이가 사망한 즈음이다. A씨는 "양부모들은 첫째 딸이 있지 않나. 마음으로 낳으나 배로 낳으나 다를 게 없는데 아이에게 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인이를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첫 재판은 13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다.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 양이 안치된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추모 메시지와 꽃들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 양이 안치된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추모 메시지와 꽃들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홀트 "입양기관 역할 다했다" 
홀트 측은 입양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지난 6일 입장문을 통해 "국내 입양은 입양특례법과 입양 실무 매뉴얼을 준수하여 진행된다"면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예비 입양 부모 교육 이수, 범죄경력 조회, 상담 및 가정조사 등의 양친가정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입양기관 사후관리 경과' 자료를 바탕으로 “홀트는 지난해 5월 26일 정인이 가정을 방문했는데 정인이의 배, 허벅지 안쪽 등에 생긴 멍 자국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3, 5, 7월의 세 차례 가정방문에서는 '특이사항이 없다'고 판단하거나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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