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금일봉 줄듯""엄청 지시" 김학의 출금, 박상기·이종근 관여 정황

중앙일보 2021.01.12 12:14
2019년 3월 23일 새벽 태국으로 떠나려다 출국이 제지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과거사진상조사단에 의해 긴급 출국금지 조치를 당한 뒤 인천공항을 빠져나와 귀가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진상조사단의 긴급 출금조치는 권한도 없는 조사단 소속 검사에 의해 허위 공문으로 이뤄진 불법 출금이었다는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JTBC 캡처]

2019년 3월 23일 새벽 태국으로 떠나려다 출국이 제지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과거사진상조사단에 의해 긴급 출국금지 조치를 당한 뒤 인천공항을 빠져나와 귀가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진상조사단의 긴급 출금조치는 권한도 없는 조사단 소속 검사에 의해 허위 공문으로 이뤄진 불법 출금이었다는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JTBC 캡처]

“ㅋㅋㅋ 장관님이 (김학의 전 차관의 출국을 막아) 금일봉 줄 듯”

"위법이고 나발이고 놓쳤으면 간담 서늘…출입국 창설이래 젤 핫한 듯"

“정책보좌관 한 분 계속 와서 얘기하는데…엄청 시끄럽고 엄청 지시한다”

 
본지가 입수한 106쪽 공익신고서에는 2019년 3월 23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긴급 출국금지한 당일과 다음 날인 3월 24일 법무부 출입국관리본부 직원들이 카카오톡 단체대화방(단톡방)에서 서로 잘했다고 자화자찬하며 당시 윗선과 대응책을 논의한 대화 내용도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출입국본부 심사과 직원들의 단톡방 대화는 그해 김학의 전 차관 측으로의 출금 정보 유출 의혹을 법무부가 자체 감찰하고, 이후 이를 검찰이 수사하는 과정에 고스란히 디지털 포렌식 증거로 확보됐다.

2019년 3월 23일 김학의 불법 출금한 뒤
'법 집행자' 법무부 직원들 단톡 대화엔
'김학의 잡기' 목적 위해 적법 절차 포기

 
문제는 이 가운데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장관 정책보좌관의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포함됐다는 점이다. 박 전 장관은 공익신고서에 적시된 10여명의 조사 대상자 가운데 맨 위에 올라와 있기도 하다.
 
직원들은 출금 이튿날“장관님이 (김학의 출국을 막은 데 대해) 금일봉 줄 듯”이라면서 박 장관이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막은 것을 칭찬할 것이라고 언급한다. 그러면서 “장관실에서 직접 연락이 와서 (출금) 규제 시간, 규제 조회 여부 등을 서울 정보화센터에서 출근해서 대응하고 있다고 인천공항 정보관리과 쪽에서 연락이 왔습니다”라고 장관실이 대응에 나섰음을 보여주는 글도 있었다.
 

위법 논란 대응 “지시”했던 이종근, 현재 불법 출금 수사 지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연합뉴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연합뉴스]

 
당일 새벽 0시 10분 김학의 전 차관을 인천공항에서 출국 막은 뒤 언론의 위법 논란 보도와 관련한 12시간 뒤인 낮 12시 정책보좌관이 직접 출입국본부를 방문해 ‘개입’한 정황도 발견됐다. 직원들은 “그 정책보좌관 (중략) 계속와서 얘기하는 데 대응법 알려셨음 하는데 검찰에 피해갈까봐. 자기네 문제 생길까봐. 엄청 지시한다” “오전 내내 심사과 와서 지시하다 감”이라고 적기도 했다. 
 
이는 장관 정책보좌관조차 위법 논란을 의식해 지시를 하러 출입국본부에 내려갔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화인 셈이다. ‘검사 출신이자 대변인과 친한 장관 정책보좌관’이라는 이력에 해당하는 인물은 현재 대검 형사부장인 이종근 검사장이다.  
 
심지어 현재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및 사찰 의혹 사건 수사도 이종근 형사부장의 지휘를 받고 있다. 김 전 차관의 출국정보를 무단 조회한 혐의 등으로 국민의힘이 법무부를 고발한 사건은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3부(부장 김제성)에 배당됐는데, 이 부장이 지휘 총책임자이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 출금한 당일 오전부터 언론 보도를 모니터링하며 "기자=무서운 놈들""담당관님한테도 전화 장난이 아니었나 봐. 너무 상세히 기사가 나고 있어서"라며 "알려드릴 게 없다만 반복했데"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대변인실로 돌리려면 대변인님과 본부장님 협의하셔야 할 거 같다고 대응방법도 없는데"라고 적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해 12월 6일 국회에서 '별장 성접대 의혹' 등으로 기소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2019년 법무부의 불법 출국금지와 사찰 의혹 증거자료를 양손에 들고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오종택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해 12월 6일 국회에서 '별장 성접대 의혹' 등으로 기소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2019년 법무부의 불법 출국금지와 사찰 의혹 증거자료를 양손에 들고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날 오후부터 김학의 출금에 대해 긍정적 보도가 나오자 단톡방 분위기도 반전했다. '저지당한 출국…김학의는 왜 한밤중 태국으로 떠나려 했을까'(경향신문), '김학의 곧 재수사…위법한 출국금지 주장'(MBC) 등 기사를 퍼 나르면서 "네이버 난리네요. ㅋㅋㅋ 짝짝짝"이라고 자축하는 분위기로 돌변한 것이다.
 
밤 9시 방송뉴스 보도 직후엔 "ㅋㅋㅋ장관님이 금일봉 줄듯""발 빠른 대처!!"라고 자신들이 한 일에 대해 여론이 좋은 데 환호했다.
그러면서 “위법성 논란이고 나발이고 놓쳤으면 간담이 서늘한데요”, 진짜 나갔으면 우리가 다 뒤집어쓸 뻔…출입국 창설 이래 젤 핫한 거 같은데 그래도 칭찬이니 다행""ㅋㅋㅋ멋져멋져" 같은 글이 이어졌다.


한 직원이 “위법이고 절차 어쩌구 그런 것에 시달리는 게 낫지. 못 나간 건 진짜 다행”이라고 하자 다른 직원들이 “당연하져 ㅌㅋㅋ(나갔으면) 진짜 작살날 뻔""좀만 더 버팁시다!!"라고 적기도 했다.
 

不法 의식했나…“삭제 바랍니다”

그러나 문제점을 의식한 듯 수시로 ‘입단속’도 내렸다. “카톡 대화방 자제요 기록 관련해서~~”, “삭제 바랍니다”, “여기 쓰지 마세요”라고 언급한 것이다.  
 
이는 직원들도 김 전 차관을 긴급 출국금지 자체가 위법이라는 점을 이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모 검사가 2019년 3월 22일과 이튿날인 3월 23일 작성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긴급 출입금지 요청서와 법무부 장관 승인 요청서.[중앙일보]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모 검사가 2019년 3월 22일과 이튿날인 3월 23일 작성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긴급 출입금지 요청서와 법무부 장관 승인 요청서.[중앙일보]

 
대검 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 명의의 긴급 출국금지 요청서가 접수됐던 3월 23일 0시 8분, 당시 출입국 직원은 “중앙지검이 아니에요. 양식도 관인도 (없어) 어뜩(어떡)하죠. 과장님도 보고 걱정하심”이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남겼다. 

출금 8시간 뒤인 오전 8시 15분 김 전 차관 긴급 출국금지를 사후 승인해야 할지를 놓고 "(차규근) 출입국본부장과 (안모) 과장이 얘기 중이세요. 진상조사단이 검찰조직이 아니라 문제가 검토되고 있겠네요""글고 긴급(출금)대상이 피의자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말씀 중이세요"라고 논의한 내용이었다. 
 

"양식도, 관인도 없어 어떡하죠…요청서가 인공!!!" 

이 검사는 두 번째 법무부 장관 승인요청서 공문을 법무부 민원실 팩스로 보냈다가 에러가 나자 직원 휴대전화로 사진 파일을 보내기도 했다. 이에 직원은 "승인요청서는 원래 법무부로 내는 건데! 요청서가 인공이고!!"라며 애초 출금 요청 자체가 허위라는 걸 알았다는 것이다.
 
이 직원은 이후 같은 해 5월 검찰 조사에서 "(이 검사의 출금 요청서는) 통상적인 긴급출국금지 요청서 양식이 아니었다. 사건번호는 중앙지검이 기재돼 있는데 요청기관은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요청 검사는 동부지검 소속으로 보여 전체적으로 이상하고 통상 보던 것과 달랐다. (수사기관장) 관인도 없이 검사 사인만 있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해 과장님께 보고했다"라고 진술했다.

결국 그는 긴급 출국금지 요청에 적힌 2013년 서울중앙지검 무혐의 사건번호 대신 나중에 이 검사가 이후 승인요청서에 적어 보낸 '동부지검 2019년 내사 1호'란 사건번호로 출입국 전산 기록을 바꿨다. 내부에서 위법성을 검토하자 수정한 것인데 이 사건번호도 존재하지 않는 사건이었다.
 
김수민‧정유진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