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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투자 6년래 최저…정부는 "코로나 불구 200억 달러대, 선방"

중앙일보 2021.01.12 11:00
국내 외국인투자기업 A사는 한국에서 철수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 중이다. 인건비 상승으로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다. A사 관계자는 "일단 지난해는 투자와 고용을 축소했다"며 "잦은 파업과 투쟁 일변도의 노동운동도 부담이 된다"라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소개한 사례다.
 

"인건비 상승, 기업 규제도 영향"
올해도 5~10% 감소 가능성

대구에서 자동차용 고무제품 등을 만들던 외국계 회사 한국게이츠는 지난해 공장을 닫고 한국에서 철수했다. 30년 넘게 꾸준히 흑자를 내던 기업인데, 사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폐업을 했다. 이 곳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은 직장을 잃었다. 
 
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가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노동비용이 증가하는 가운데 코로나19 상황까지 겹쳐 최악의 한 해를 보낸 여파로 분석된다. 

 

외국인 직접투자 6년만에 최악 

2020년 외국인직접투자 감소.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2020년 외국인직접투자 감소.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FDI가 신고기준으로는 207억5000만 달러, 도착기준으로는 110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12일 밝혔다. 2019년과 비교해서 신고기준(-11.1%)과 도착기준(-17.0%) FDI가 모두 2년 연속 두 자릿수 감소했다.
 
투자 규모로 볼 때 신고기준 FDI는 2014년(190억 달러)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았다. 도착기준으로는 2013년(98억4000만 달러) 이후 최악이다.
 
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 규모가 줄어든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코로나19로 인해 투자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확산세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해 상반기 신고기준 FDI(76억6000만 달러, -22.4%)는 전년보다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다만 방역상황이 비교적 안정되기 시작한 하반기(130억9000만 달러, -2.8%)에는 소폭 감소에 그쳤다.
 
코로나19가 기폭제가 됐지만, 그에 앞서 투자를 막는 구조적 요인도 있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한국인사관리학회의 지난해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영환경이 다른 국가와 비교하여 비친화적이라고 보는 외투기업(39.2%)이 친화적이라고 인식하는 외투기업(18.4%)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경영환경 장애 요인으로 ‘고용노동 정책 및 법률(25.1%)’과 ‘노사관계(19.0%)’를 꼽았다.

 
특히 최근 정부 정책 중 ‘근로시간 단축 정책(25.2%)’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19.2%)’이 가장 부담이라고 답했다. 설문조사에 응한 외투기업 B사는 “주 52시간 근로를 비롯한 규제가 단기간에 급격히 도입돼서 기업 입장에서 예측하기가 쉽지 않았고 대응하기는 더욱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노사관계에서 오는 부담도 투자를 막는 요소 중에 하나로 꼽혔다. 외투기업 C사는 “파업이 한창 진행 중일 때 노조가 외국인 CEO 자택 앞에서 자녀 등교 시간에 피켓팅을 한 적이 있다. 외국인 CEO는 이를 상당히 위협적으로 받아들여 노조를 고소했다. 또한, 파업이 일어나면 노조는 정치권부터 찾아간다. 노조 출신 정치인들이 여러 형태로 기업에 압력을 행사해주기 때문이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시작한 노동비용 상승, 각종 기업 규제 때문에 외투 기업 뿐 아니라 전체 기업들의 투자 환경이 좋지 않았다”면서 “적극적으로 투자 환경을 바꾸지 않는다면 코로나19가 사라져도 예전만큼 회복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다만, 박정욱 산업부 투자정책관은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6년 연속 200억 달러대 외국인직접투자를 유치하며 한국이 안전한 투자처임을 확인하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산업 투자는↑…첨단 소부장은 선방

어려운 투자 환경 속에서도 빅데이터·바이오·인공지능 같은 4차 산업혁명 관련 신산업 투자는 오히려 늘었다. 산업부에 따르면 신고기준 지난해 신산업 투자 규모는 84억2000만 달러로 전년과 비교해 9.3% 증가했다. 전체 산업에서 신산업이 차지하는 비중(33→40.6%)도 40%를 넘어섰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경제가 새롭게 떠오르면서 기업 디지털 전환을 위한 데이터센터, 전자상거래 서비스 물류센터 등 인프라 확보형 투자가 많았다.
 
실제 미국 한 업체는 국내기업의 아시아 서비스 확대를 위한 데이터 증설에 지난해에만 2억 달러를 투자했다. 국내 진단키트가 인기를 끌면서 대만 한 업체는 국내 진단키트 생산업체 지분에 1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반도체·2차전지·친환경차 부품 등 첨단 소재·부품·장비 투자도 전년 대비 소폭 감소(-7.0%, 신고기준)하며 선방했다. 투자 규모는 작지만, 신재생에너지 분야 FDI도 전년 대비 2배 이상(101.4%, 신고기준) 늘었다.
 

무역갈등 일본 직접투자 50%↓

국가별로 보면 무역갈등을 겪고 있는 일본의 국내투자가 지난해 큰 폭(-49.1%, 신고기준)으로 감소했다. 또 신고기준으로 미국(-34.5%)·유럽연합(-33.8%) 감소폭도 두드러졌다.
 
하지만 중국·홍콩·싱가포르 등 중화권(26.5%) 직접투자는 오히려 큰 폭으로 늘었다. 특히 중국은 신고기준으로 지난해 FDI가 19억9000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에 비해 두 배 넘게(102.8%) 증가했다.
 
올해부터는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본격 시작되지만, FDI 전망은 좋지 않다. 국제연합무역개발협의회(UNCTAD)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FDI는 지난해에 이어 5~10% 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잦아들지 않고 있는 데다, 조 바이든 미국 새 행정부 등장, 영국 브렉시트 영향으로 투자 불확실성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 방역상황은 물론 미·중 무역갈등 등 투자 장애 요소가 많이 남았다.
 
산업부는 “신산업, 첨단 소부장·R&D, 그린뉴딜 등 우리 산업 고도화에 기여하는 투자를 적극 발굴·유치해 FDI 플러스 전환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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