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직원 실신" 폭로하자 해고···나스닥 상장 中기업의 혹사 논란

중앙일보 2021.01.12 05:00
최근 젊은 사원들이 잇달아 숨지면서 과로사 의혹을 빚은 중국의 정보기술(IT)기업이 "회사 직원이 쓰러졌다"는 글과 함께 구급차 사진을 외부에 공개한 직원을 전격 해고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11일 허핑턴포스트와 중국 관찰자망에 따르면 중국 온라인 상거래업체 핀둬둬의 직원이 중국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인 '마이마이'에 "회사 직원이 쓰러졌다"면서 구급차 사진을 올렸다. 마이마이는 직장인 중심의 익명 소통채널인 '블라인드'와 유사한 서비스다.     
핀둬둬에서 일했던 남성이 ″직원이 쓰러져서 회사에 앰뷸런스가 들어왔다″면서 올린 글과 앰뷸런스 사진. [웨이보]

핀둬둬에서 일했던 남성이 ″직원이 쓰러져서 회사에 앰뷸런스가 들어왔다″면서 올린 글과 앰뷸런스 사진. [웨이보]

그의 게시물이 인터넷에서 반향을 일으킨 것은 지난해 말 이후 핀둬둬 내에서 잇따른 사고 영향이다.  
 
지난해 12월 29일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22세의 핀둬둬 여직원이 귀가 중 쓰러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직원은 신선 야채 배달업무를 맡아 매일 배달 상황을 챙겨왔다. 쓰러진 시간도 새벽 1시 30분이라 과로사 논란이 일었다. 
 
이달 9일에도 중국 후난성 창사(長沙)시에서 핀둬둬에서 일하던 탄 모가 숨졌는데 역시 과중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일 것이라는 추측이 돌았다.  
 
이렇게 한 달도 안 돼 연이어 직원이 숨지는 상황에서 이런 게시물이 올라와 주목을 끈 것이다. 익명 게시물을 올리던 그는 지난 10일에는 아예 자기 얼굴을 드러낸 동영상을 올리면서 회사 상황을 폭로하기 시작했다. 
 
왕 모라는 이 남성은 영상에서 자신이 7일 익명으로 글을 올렸는데 불과 하루 뒤인 8일 오후 5시 30분 인사부와 면담을 했고, 30분도 걸리지 않아 해직됐다고 폭로했다.  
 
그는 또 "회사가 매월 300시간 이상의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핀둬둬의 실상을 고발했다가 해고됐다는 왕 모 [웨이보]

핀둬둬의 실상을 고발했다가 해고됐다는 왕 모 [웨이보]

그에 따르면 상하이 직원은 매월 300시간, 본사 직원은 매월 380시간의 노동을 강요당하고 있으며 이를 채우지 못하면 인사 평가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법정 휴가도 강제로 깎였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중국에선 직장인들이 국경절-중추절을 합쳐 8일의 황금연휴를 즐겼지만 핀둬둬 직원은 5일만 쉴 수 있었다고 폭로했다.   
핀둬둬에서는 최근 젊은 직원들의 돌연사가 이어졌다. 사진은 2018년 상하이에서 핀둬둬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핀둬둬에서는 최근 젊은 직원들의 돌연사가 이어졌다. 사진은 2018년 상하이에서 핀둬둬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이 밖에 그는 "부족한 화장실 때문에 다른 건물 상가 화장실을 이용하기도 했고, 직원 식당에서는 자주 상한 음식이 제공됐다"고 고발했다. 그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올린 폭로 동영상은 '좋아요'를 210만개 받고, 공유 건수는 28만 건을 넘어섰다.
  
2018년 7월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핀둬둬 [로이터=연합뉴스]

2018년 7월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핀둬둬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IT 기업의 장시간 노동이 문제가 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허핑턴포스트는 "일부 IT 기업에선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주 6일 일한다는 뜻의 '996'이라는 말이 일반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핀둬둬는 단기간 내에 중국 온라인 상거래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기업으로 유명하다. 같은 상품에 대해 여러 명이 구매 의사를 나타내면 할인된 가격으로 사게 해주는 '공동 구매' 시스템으로 대박을 냈다. 2015년 창업해 3년 만에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하지만 이런 화려한 성공의 이면에 직원들의 희생과 비극이 있다는 논란이 제기된 것이다.  
 
회사 측은 11일 성명을 통해 장시간 노동을 강요했다는 주장은 유언비어라고 반박했다. 또 왕 모를 해고한 이유는 구급차 사진 때문이 아닌, 왕 모가 SNS에 악의적으로 작성한 ‘극단적인 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핀둬둬 관계자는 "극단적인 정서가 다른 직원을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해 계약 해지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터넷상에는 회사 측 해명이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게시물을 익명으로 올렸는데 어떻게 알고 콕 집어 왕을 해고할 수 있었냐는 것이다. 회사 측은 "구급차 사진이 찍힌 장소를 지나던 직원과 면담한 뒤, 왕 모가 의심되어 추적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왕은 "인사팀이 웹 크롤링(정보 수집)을 통해 알아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유진 기자·장민순 리서처 suh.youjin@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