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검찰청 앞에 설치된 정인이 사진을 한 시민이 어루만지고 있다. 이날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정인이 양부모 재판을 앞두고 엄벌을 촉구하며 근조화환과 바람개비를 설치했다. 연합뉴스
지방의 한 학대피해 아동 쉼터에는 7명의 아동·청소년이 생활 중이다. 정원(5명)을 초과했다. 100㎡남짓한 공간에 자원봉사까지 더해 늘 북적인다. 정원보다 많은 아이를 돌보고 있지만, 정부의 재정지원은 똑같다. 현 상황에서는 한 명의 아이도 받기가 부담스럽다고 한다. 근처의 또 다른 쉼터도 사정은 비슷하다. 쉼터 관계자는 “지난달 (학대의심) 아동을 어쩔 수 없이 장기보호시설인 그룹홈으로 보내야 했다”고 말했다.
3월부터 즉시 분리제도 시행되지만
하지만 이런 아동을 일시적으로 보호할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의 학대피해 아동 쉼터는 76곳이다. 올해 19억9000만원을 들여 15곳을 더 늘릴 계획이다. 단순 계산하면, 15곳이 추가로 신설된다 해도 228개 지자체 중 60%에는 쉼터가 없다. ‘원정’ 쉼터 입소를 해야 할 처지다.

11일 오후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서 한 어린이가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가명)양을 추모하는 기도를 하고 있다. 뉴스1
재학대 아동 쉼터이용 37.6% 그쳐
갈 곳이 마땅치 않은 환경은 의도치 않게 학대신고를 주저하게 하기도 한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의 최근 설문조사에서 ‘학대 신고를 망설인 적이 있다’고 응답한 교사는 60%에 달했다. 이유로는 ‘신고 후 아동의 상황이 더 나빠질 것’(33.8%)을 꼽았다.
"다니던 학교 인근 쉼터는 불가능"
그렇다고 쉼터에서 보호해야 할 아이를 무작정 그룹홈으로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위급상황에 일시적으로 머무는 학대피해아동 쉼터와 그룹홈의 운영 성격은 엄연히 다르다고 한다.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그룹홈은 공동생활가정”이라며 “갑자기 낯선 아이가 와 몇 개월 머물다 가면 기존에 생활하던 아이들이 굉장히 혼란스러워한다”고 말했다.

11일 오후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서 한 시민이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가명)양을 추모하고 있다. 뉴스1
올해 쉼터 예산도 인건비가 상당액
당장 아동쉼터를 늘리지 못한다면, 청소년쉼터를 활용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현재 아동쉼터도 만 3세~18세 아이가 생활한다. 오수생 한국청소년지도자연합회장은 “청소년 쉼터에서 학대피해 아동을 일시적으로 돌보는 탄력적 운영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