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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리는 부모와 즉시 분리···그런데 그 아이들 받아줄 곳 없다

중앙일보 2021.01.12 05:00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검찰청 앞에 설치된 정인이 사진을 한 시민이 어루만지고 있다. 이날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정인이 양부모 재판을 앞두고 엄벌을 촉구하며 근조화환과 바람개비를 설치했다. 연합뉴스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검찰청 앞에 설치된 정인이 사진을 한 시민이 어루만지고 있다. 이날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정인이 양부모 재판을 앞두고 엄벌을 촉구하며 근조화환과 바람개비를 설치했다. 연합뉴스

 
지방의 한 학대피해 아동 쉼터에는 7명의 아동·청소년이 생활 중이다. 정원(5명)을 초과했다. 100㎡남짓한 공간에 자원봉사까지 더해 늘 북적인다. 정원보다 많은 아이를 돌보고 있지만, 정부의 재정지원은 똑같다. 현 상황에서는 한 명의 아이도 받기가 부담스럽다고 한다. 근처의 또 다른 쉼터도 사정은 비슷하다. 쉼터 관계자는 “지난달 (학대의심) 아동을 어쩔 수 없이 장기보호시설인 그룹홈으로 보내야 했다”고 말했다.
 

3월부터 즉시 분리제도 시행되지만 

양부모의 학대·방임으로 숨진 ‘정인이 사건’ 이후 학대피해 아동을 가해자로부터 즉시 떼어내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이 뜨겁다. 오는 3월부터 강화한 분리제도가 시행된다. 1년에 2회 이상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되거나, 학대가 강하게 의심되는 경우 아동을 보호자에게서 즉시 분리하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아동을 일시적으로 보호할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의 학대피해 아동 쉼터는 76곳이다. 올해 19억9000만원을 들여 15곳을 더 늘릴 계획이다. 단순 계산하면, 15곳이 추가로 신설된다 해도 228개 지자체 중 60%에는 쉼터가 없다. ‘원정’ 쉼터 입소를 해야 할 처지다. 
11일 오후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서 한 어린이가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가명)양을 추모하는 기도를 하고 있다. 뉴스1

11일 오후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서 한 어린이가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가명)양을 추모하는 기도를 하고 있다. 뉴스1

 

재학대 아동 쉼터이용 37.6% 그쳐 

쉼터 정원은 이미 포화상태다. 이에 이용률이 떨어진다. 복지부의 아동학대 주요통계(2019)를 보면, 2019년 재학대 피해사례로 판단된 아동은 2776명이다. 그러나 이중 쉼터를 이용한 아동은 1044명(37.6%)에 그쳤다. 더욱이 재학대 사례는 해마다 증가 추세다. 2017년 1859명→2018년 2195명→2019년 2776명이었다. 
 
갈 곳이 마땅치 않은 환경은 의도치 않게 학대신고를 주저하게 하기도 한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의 최근 설문조사에서 ‘학대 신고를 망설인 적이 있다’고 응답한 교사는 60%에 달했다. 이유로는 ‘신고 후 아동의 상황이 더 나빠질 것’(33.8%)을 꼽았다. 
 

"다니던 학교 인근 쉼터는 불가능" 

한희정 실천교사회장은“(신고를 망설인 이유는) 아동학대 신고 후 주 양육자와 분리된 아동이 안전하게 학교생활을 지속할만한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라며 “학대피해 아동을 소속 학교 인근의 쉼터로 옮기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전학은 또다른 스트레스로 작용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쉼터에서 보호해야 할 아이를 무작정 그룹홈으로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위급상황에 일시적으로 머무는 학대피해아동 쉼터와 그룹홈의 운영 성격은 엄연히 다르다고 한다.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그룹홈은 공동생활가정”이라며 “갑자기 낯선 아이가 와 몇 개월 머물다 가면 기존에 생활하던 아이들이 굉장히 혼란스러워한다”고 말했다. 
11일 오후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서 한 시민이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가명)양을 추모하고 있다. 뉴스1

11일 오후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서 한 시민이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가명)양을 추모하고 있다. 뉴스1

 

올해 쉼터 예산도 인건비가 상당액 

예산을 늘려 쉼터를 확충해야 한다. 그러나 예산지원이 어려운 구조다. 학대예방 사업예산은 주로 복지부가 맡고 있지만, 예산은 복권기금(기획재정부) 등을 통해 마련한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에 따르면 올해 학대피해 아동 쉼터예산은 86억5500만원 수준이다. 인건비 비중이 크다. 52억9600만원(61.2%)이다. 일선 쉼터에서는 운영비가 부족해 후원금, 법인 전입금 등으로 메우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신 의원은 “복지부 일반예산으로 편성해 정책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아동쉼터를 늘리지 못한다면, 청소년쉼터를 활용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현재 아동쉼터도 만 3세~18세 아이가 생활한다. 오수생 한국청소년지도자연합회장은 “청소년 쉼터에서 학대피해 아동을 일시적으로 돌보는 탄력적 운영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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