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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44조 사고 팔았다, 사상 최대 공방전…삼천피 170P 요동

중앙일보 2021.01.12 00:04 경제 1면 지면보기
11일 코스피는 장중 170.04포인트를 오르내리며 투자자에게 떨리는 하루를 선사했다. 이날 코스피는 개장 10여 분 만에 3200선을 넘어서며 속도를 냈다. 이어 1시간 15분 만에 역대 최고치(3266.23)를 찍었다.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가의 치열한 공방 속에 오후 1시 32분에는 3096.19까지 밀렸다. 결국 코스피는 전날보다 3.73포인트(0.12%) 하락한 3148.45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거래대금은 44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코스피 과열 ‘현기증 장세’
개인, 개장 10분만에 1조 사들여
오전 장중 최고 3266까지 치솟아
오후엔 기관 매도공세 3100 깨져
동학개미 4.5조 천문학적 순매수

롤러코스터 탄 코스피.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롤러코스터 탄 코스피.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개인들은 천문학적이라고 할 만한 돈을 쏟아부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은 4조4779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한국 증시가 출범한 이후 개인들의 하루 순매수로는 최고액이었다. 기존 최고 기록인 2조2205억원(지난해 11월 30일)의 약 두 배다. 반면 기관(-3조7391억원)과 외국인(-7192억원)은 대규모로 주식을 팔아치웠다.
 
동학개미의 ‘편식’은 심했다. 개인들은 삼성전자(1조7394억원)와 현대자동차(3289억원)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이날 삼성전자 주식의 거래대금은 8조원을 넘어섰다.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9만6800원까지 오르며 ‘9만 전자’에 이어 ‘10만 전자’ 고지도 넘봤다. 결국 전날보다 2200원(2.48%) 오른 9만1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609조원에 달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 급등세가 대형주 중 소수 종목에 집중된 만큼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 전체로 보면 주가가 오른 종목은 170개, 내린 종목은 712개였다. 동학개미의 매수세가 일부 종목으로 쏠렸다는 뜻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최근 코스피가 과열 국면에 들어섰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장주식의 시가총액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값을 ‘버핏지수’라고 불렀다. 그는 “현재 버핏지수가 표준편차를 벗어났다”며 “단기 과열 양상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하루종일 요동친 코스피

하루종일 요동친 코스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8일 67조5474억원에 이른다. 빚을 내서 투자하는 ‘빚투’ 움직임도 뜨겁다. 새로 주식계좌를 만드는 투자자들도 많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지난 8일 신규 계좌 개설은 5만3270건이었다. 11일에는 일부 증권사에서 온라인 거래 시스템의 접속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주식 호황기 때는 한 달에 신규 유입 예탁금이 5조~6조원이었다. 올해는 지난 4일까지 7조5000억원이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최근 개인들의 순매수 규모가 급증한 배경으로 “주식시장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절박감”을 들었다. 그는 “겉으로 명확히 드러나는 투자 악재도 없어 (개인 순매수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학개미의 ‘진화’를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투자자들이) 유튜브와 블로그 등 다양한 정보를 학습할 통로가 많아졌다”며 “똑똑해진 개인 투자자의 성향이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기술(IT)·플랫폼·바이오 기업 등에 개인들의 매수세가 몰리는 것은 신기술 분야의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코스피가 올해 들어 6거래일 동안 270포인트 넘게 오른 만큼 언제든지 지수가 출렁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미국 금융시장에서 장기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외환시장에서 달러 약세에 변화의 조짐이 생긴 것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7.5원 하락(환율은 상승)한 달러당 1097.3원에 마감했다. 이날 장중 한때 원화가치는 달러당 1100원선까지 밀리기도 했다. 정 센터장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경제정책과 지정학적 위험, 2~3월 기업 실적 발표 등이 (증시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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