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법 8일 국회 통과
경찰 등 학대 현장 개입 여지 넓혀줘
"과한 처벌은 도움 안돼"
"현장 인력 전문성 강화해야"
“정인이 안 놓치게”…학대 신고 시 수사 의무

지난 8일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 양을 추모하며 시민들이 가져다 놓은 사진과 꽃 등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아동학대범죄처벌법 개정안은 아동학대 신고 즉시 수사 및 조사 착수를 의무화했다. 정인이가 사망하기 전 지난해 3차례나 “학대가 의심된다”는 신고가 경찰에 들어갔지만, 경찰은 양부모를 입건하지 않았다. “안마 과정에서 멍이 생겼다”는 양부모의 진술을 믿었기 때문이다.
신진희 변호사는 “어린 아동은 멍이 드는 경위가 정말 다양해서 경찰이나 전담 공무원이 성급히 아동학대라며 수사를 시작했다가 고소를 당할 수도 있다”고 했다. 개정 법안은 경찰 등이 좀 더 적극적으로 사건에 개입할 여지를 준 것이다.
또 경찰이나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현장조사를 위해 출입할 수 있는 장소를 넓혔다. 응급 상황 시 주거지나 자동차에도 들어갈 수 있다. 가해자와 피해 아동 분리 조사, 경찰관과 전담 공무원의 업무를 방해하는 경우 벌금형 상한은 15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높였다.
“가해자 신상공개, 피해자도 노출될 우려”
판사 출신 이현곤 변호사는 “가해자 처벌은 이미 학대가 발생하고 난 뒤의 2, 3차 조치에 불과하다”며 “어떻게 하면 피해자를 학대로부터 보호할지에 초점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아동학대 가해자 신상 공개도 비슷한 맥락으로 법안에서 빠졌다. 신 변호사는 “아동학대 사건의 80%가 친족에 의해서 발생하는데 가해자를 공개해버리면 피해자의 신상까지 노출될 위험이 있다”며 “친족 성폭력 사건도 같은 이유에서 가해자 신상 공개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이 없어서 정인이 사건 일어난 게 아니다"

6일 오전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를 추모하며 시민들이 보낸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뉴스1
이어 “현행 아동복지법으로도 분리가 가능한데 정인이 사건의 경우 법이 없어서 부모로부터 분리를 못 한 게 아니다”라며 “부모가 재학대를 저지를지를 가늠할 수 있는 전문성을 현장에서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아동을 보호자로부터 분리하고 난 뒤 이들을 책임질 만한 시스템이 부재한 것도 지적했다.
“우후죽순 법안 말고 현장 지원부터”
김영주 변호사는 “아동 분리, 처벌 강화 등은 예전부터 수십 번씩 나오던 대책들”이라며 “매번 반복하면서 법안만 뜯어고치기보다 열악한 아동보호 구조를 시간을 들여가면서 천천히 그리고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