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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비본질적” 거부 이틀만에…文 또 “방역협력하자”

중앙일보 2021.01.11 17:45
1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 신년사 중계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 신년사 중계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의 적대적인 발언에 대해 문 대통령은 ‘언제 어디서든 만나자’며 올리브 가지를 내미는 것으로 응답했다.”

NK뉴스 "악담 퍼붓는데 올리브가지 내밀어"

미국의 대북 전문 매체 NK뉴스가 11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와 관련해 게재한 기사 제목이다. 실제 김정은 위원장은 9일 공개된 8차 노동당 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남북관계 악화의 책임을 한국에 돌리며 핵 무력 강화를 선언했지만, 문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는 여전히 ‘대화와 상생 협력’에 맞춰져 있었다.

김 “집권자가 설명하라” 비난에도 “상생”

구체적으로 문 대통령은 “남북 협력만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이 많다”며 “코로나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상생과 평화의 물꼬가 트이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동북아 방역ㆍ보건 협력체’, ‘한-아세안 포괄적 보건의료 협력’을 비롯한 역내 대화에 남북이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코로나 협력”을 촉구했다.
불과 이틀 전 김 위원장이 “현재 남조선당국은 방역 협력, 인도주의적 협력, 개별관광 같은 비본질적인 문제들을 꺼내들고 북남 관계 개선에 관심이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며 정부의 관계 개선 노력을 폄하했는데,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콕 집어 거부한 방역 협력을 또 제안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정부를 향해 “이중적”이라고 비난하며 “첨단 군사자산 획득 노력을 가속화해야 한다느니 하던 집권자가 직접 한 발언들부터 설명하라”고 문 대통령을 직접 공격한 상황에서다.
 9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이뤄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사업총화 보고 내용을 공개했다. [뉴스1]

9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이뤄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사업총화 보고 내용을 공개했다. [뉴스1]

“비대면 방식으로도 대화” 임기 5년차 조바심

이번 신년사에는 임기 5년차를 맞았지만, 남북관계 진전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데 대한 답답함이 묻어났다. 문 대통령은 “언제든, 어디서든 만나고, 비대면의 방식으로도 대화할 수 있다는 우리 의지는 변함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방역을 이유로 국경을 걸어 잠그자 비대면 회담까지 언급했다.  
이와 관련, 북한이 한국을 직접 위협하는 무기를 쥐고 흔드는데 이를 비판하거나 유감을 표하기는 커녕 여전히 대화와 협력만 강조한 게 적절한가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국방력 강화 의지를 밝히며 초대형방사포, 신형전술로켓, 중장거리순항미사일 등 신형 무기 개발 성과도 열거했다. 대미용 전략무기뿐 아니라 한국을 대상으로 한 전술무기 개발까지 공언했다.

北, 한국 때릴 신무기 과시하는데…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제는 평화경제나 교류협력, 지원을 이야기하는 게 한계가 있는 만큼 군비통제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남북 간 합의 이행 문제 등 근본적인 것을 건드리는 게 더 바람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외국문출판사가 지난해 11월 '김정은 시대' 무기 개발과 군사지도 모습을 담은 화보집을 펴냈다. 사진은 초대형방사포를 시험사격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 외국문출판사가 지난해 11월 '김정은 시대' 무기 개발과 군사지도 모습을 담은 화보집을 펴냈다. 사진은 초대형방사포를 시험사격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번 신년사에는 새로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를 의식하는 듯한 언급도 곳곳에 있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에 발맞춰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한편 멈춰있는 북·미대화와 남북대화에서 대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마지막 노력을 다하겠다”고도 말했다. ‘마지막 노력’이라는 표현에서는 2022년 5월 임기 종료 전 남북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으려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임기 첫해부터 북한 문제를 외교 우선순위에 올리도록 설득하는 게 관건이라는 정부 인식이 드러난다.  

바이든 의식, 협력 제안 수위는 조절

이와 관련, NK뉴스는 “문 대통령은 평양에 직접적 메시지를 보냈지만, 지난해보다는 다소 덜 노골적이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문 대통령은 북·미 대화 교착 상태가 남북 관계의 후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언급했다. 올해 신년사에서 이런 구체적인 제안을 하거나 대북 제재와 충돌 소지가 있는 내용을 포함하지 않은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이 동맹보다 남북관계 개선을 더 중시한다’고 오해할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후보자. 사진은 2013년 11월 찍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후보자. 사진은 2013년 11월 찍었다. [로이터=연합뉴스]

정부가 지난해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체결한 가운데 문 대통령은 미국이 다시 주도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큰 포괄적ㆍ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관련해서도 “가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CPTPP 가입을 계속 검토해나가겠다”(2020년 12월 8일 무역의 날 기념사)는 기존 발언보다 한발 더 나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일본에 대해선 “한ㆍ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했다. 원론적 입장이지만 양국 간 갈등 요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유지혜ㆍ박현주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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