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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남자가 싫어” 26세 佛페미니스트 작가 도발, 미국 달군다

중앙일보 2021.01.11 17:05
I Hate Men

I Hate Men

 
제목부터 도발적인 책 한 권이 새해 벽두 미국에서 화제다. 프랑스의 26세 페미니스트 폴린 아르망주가 쓴 책으로, 제목은 이렇다. 『난 남자를 증오한다』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8월 출판됐는데, 당시 양성평등부에 근무하던 랄프 쥐르멜리라는 남성 직원이 “남혐에 대한 헌사”라는 이유로 출판금지를 추진하겠다는 e메일을 출판사 측에 보내며 논란이 일었다. 미국에는 오늘 19일 영어로 출간된다. 프랑스어 원제인 『나, 남자, 나는 그들이 싫다(Moi, les Hommes, Je les Déteste)』보다 더 직관적으로 『난 남자를 증오한다(I Hate Men)』이라고 번역됐다. 유수 출판사인 하퍼 콜린스에서 출간한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저자 인터뷰 기사를 싣고 “조용히 묻힐 뻔했던 책이 출판금지령으로 더 유명해졌다”며 “세계 17개국에서 출간 예정인 이 책으로 프랑스인 페미니스트는 당신의 신경을 긁을 것”이라고 전했다. NYT는 또 “출판금지를 추진했던 그 남성 직원은 책을 읽지도 않았으며, 부처에 의해 다른 곳으로 인사 조치됐다”고 덧붙였다.  
 
폴린 아르망주. 지난해 가디언과의 인터뷰 기사 캡처. 사진 아르망주 본인 제공.

폴린 아르망주. 지난해 가디언과의 인터뷰 기사 캡처. 사진 아르망주 본인 제공.

 
정작 작가인 아르망주는 NYT에 “이렇게까지 책이 성공할 줄은 몰랐다”며 “환경보호부터 페미니즘까지 다양한 주제에 대해 써온 블로그 글을 모았을 뿐”이라고 겸손해했다.  
 
이 책을 두고 ‘남혐’ 딱지를 붙이는 이들은 적지 않다. 지난해 겨울 영국에서 먼저 출간이 됐을 당시 현지 유력 라디오 진행자인 이언 콜린스는 “남자가 싫다는 제목을 달다니 이 여성은 똘똘할지는 몰라도 지적이지는 못하다”며 “‘OO가 싫다’고 하면 으레 증오범죄로 몰리는 데 왜 남성 혐오만 괜찮은 거냐”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아르망주는 “모든 여성이 남성을 싫어해야 한다고 적은 게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남자를 싫어할 권리는 여성에게도 있는데 그렇다고 말을 하면 바로 남혐으로 몰리는 건 옳지 않다”고 항변했다.  
 
지난해 BBC 인터뷰에선 여성 진행자가 “모든 남자가 강간범은 아니지 않으냐”는 질문도 받았다. 아르망주는 그에 대해 “물론 아니고, 좋은 남자들도 많다”면서도 “그러나 모든 남성들이 여성혐오에 직접 또는 (반대를 하지 않음으로써) 간접적으로 가담하고 이득을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과도한 제목으로 인해 오해를 받고 있긴 하지만 대체로 영미권 매체에선 책의 내용에 대해선 우호적이다. NYT는 “책이 짧지만 유려하다”고 평하며 “이 책은 프랑스에서 다시 불붙고 있는 페미니즘 문학의 상징과도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페미니즘이 문화 콘텐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곳은 프랑스 외에도 또 있다. 중국이다. 영국의 권위지 이코노미스트는 9일 “중국에서 여성들이 주도하는 스탠드업 코미디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며 “이들 여성 코미디언들은 주로 남성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극을 꾸민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가 소개한 중국 여성 코메이던 양리. [이코노미스트 캡처]

이코노미스트가 소개한 중국 여성 코메이던 양리. [이코노미스트 캡처]

 
이코노미스트가 소개한 중국 여성 코미디언인 양리의 인기 대사를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남자들은 참 귀엽다. 지극히 평범한 남자들조차도 어쩜 그렇게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지 모르겠다.” 리양의 팬들은 환호했지만 인터넷에선 ‘남혐 페미니스트’라는 딱지가 붙으며 반발이 일었다. 이코노미스트는 “베이징대의 학자까지도 ‘양리와 같은 인터넷 페미니스트들은 참을 수 없는 존재들’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며 “일부 남자들은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일 줄 모른다”고 꼬집었다.  
 
양리는 외려 이번 비판을 인기에 역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코노미스트는 “남성이 이런 농담을 하면 다들 웃지만, 여성이 하면 다들 역겹다고 하는 게 (중국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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