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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사법부 조사 기다려야"…한국인 억류자 협상 시작부터 난항

중앙일보 2021.01.11 16:54
이란에 억류된 한국 선박과 선원의 석방을 위한 협상이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은 억류 문제를 외교적 협상으로 풀어내려 하는 반면 이란은 사법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서다. 
 

이란 찾은 최종건 차관에 "한국, 정치화 말아야"

이란에 도착한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10일(현지시간)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부 차관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아락치 차관은 “한국이 이번 사건을 정치화해선 안 되며, 이란 사법부의 조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이란 국영TV를 인용해 보도했다. 아락치 차관은 또 한국 내 이란 동결 자금에 대해 “미국의 제재보다도 한국이 (문제를 해결할) 정치적 의지가 없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고 이란 파르스 통신이 전했다.
이는 한국인 억류자 문제는 이란 국내법에 따라 처리될 사안이라는 기존 주장을 반복한 것이라 자칫 억류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또 이란은 동결 자금에 대해 '한국의 의지'를 강조해 한국을 상대로 미국을 설득해오라는 속내를 드러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최 차관이 한국 선원들의 석방을 강력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왼쪽)이 10 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부 차관(오른쪽)과 면담했다. [이란 국영 IRNA]

최종건 외교부 1차관(왼쪽)이 10 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부 차관(오른쪽)과 면담했다. [이란 국영 IRNA]

최 차관은 11일(현지시간)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만나 선박 억류 문제를 논의한다. 최 차관을 비롯한 정부 대표단은 혁명 수비대를 직접 접촉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대신 혁명수비대를 직접 통솔하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측에 대한 접촉을 추진하는 것으로 현지 소식통이 전했다. 또한 한국 정부 대표단은 이날 압돌나세르 헤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를 만나 동결 자금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이란 반관영 메흐르 통신이 보도했다.
  
최 차관이 이란 외무차관을 만나 입장 차만 확인한 날, 미국은 이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0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이란의 화학무기 사용 정보에 대한 기밀을 해제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국무부 보고서를 공개해 이란이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1993년 체결된 CWC는 평화적·연구 목적을 제외한 화학 무기의 개발·생산·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란 또한 이 협정에 1993년 CWC에 서명해 1997년 비준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0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이란의 화학무기 사용 정보에 대한 기밀을 해제했다"고 밝혔다. [트위터 캡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0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이란의 화학무기 사용 정보에 대한 기밀을 해제했다"고 밝혔다. [트위터 캡쳐]

이날 기밀 해제된 국무부 보고서는 2019년 조사 내용을 기반으로 한 것으로 “이란이 차드·리비아 전쟁 당시였던 지난 1987년 이란이 리비아에 화학무기를 넘기고도 신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이란은 폭동진압제(RCA) 보유내역을 전부 신고하지 않았으며, 화학무기생산시설(CWPF) 관련 신고서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란 화학무기의 리비아 이전 의혹과 관련해 리비아가 신고한 130mm 포 사진, 이란 측에서 광고한 폭동진압제 추정 장비(단시간에 많은 양의 연기를 발생시키는 기계 등) 등 사진을 실었다.
미 국무부가 이란 측이 광고에 실었다고 지적한 '포그 메이커'(단시간 내 연기 대량 생성 용도) [미 국무부]

미 국무부가 이란 측이 광고에 실었다고 지적한 '포그 메이커'(단시간 내 연기 대량 생성 용도) [미 국무부]

앞서 미국 재무부는 한국 선박이 억류된 바로 다음날인 5일(현지시간) 이란의 철강·금속 제조업체 등을 추가로 블랙리스트에 올리며 추가 경제제재에 나선 바 있다. 이란 또한 같은 날 ‘자살 드론’ 훈련을 포함해 대규모 무인 정찰 훈련을 시작하고, 솔레이마니 암살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적색 수배를 인터폴에 요청하며 반격에 나섰다.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질수록 사태 해결에 부정적 영향을 줄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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