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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직무정지해야" 美 현직 외교관들도 이례적 반기

중앙일보 2021.01.11 14:44
미국에서 벌어진 초유의 의회 폭동 사태에 직업 관료들까지 동요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현직 외교관들이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이례적인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에 난입한 시위대의 모습. [연합=AFP]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에 난입한 시위대의 모습. [연합=AFP]

10일 (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 외교관들은 국무부의 ‘이의제기 채널’(dissent channel)에 2건의 전문(電文)을 올렸다. 지난 6일 발생한 미 의회 난입 폭력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적인 책임을 묻고, 이에 따라 수정헌법 제25조 4항 발동을 위한 법적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미 외교관들은 이 전문에서 “우리가 민주 절차를 방해하고 폭력과 협박을 사용한 외국 지도자를 비난하듯, 이번 사건에 대한 각 부처의 공개 성명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명시해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대통령에게 책임을 지우는 데 실패한다면 우리의 민주주의와 외교 정책 목표를 해외에서 성취할 수 있는 능력은 더 훼손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정헌법 25조 4항에서 규정한 절차의 실행 가능성을 포함해 국가를 보호하기 위한 어떤 합법적인 노력도 지지해야 한다”면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부통령이 관련 방안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요청도 담았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7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 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의사당 난입 사태의 책임을 물어 행정부가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할 것을 요구했다. [연합뉴스=로이터]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7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 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의사당 난입 사태의 책임을 물어 행정부가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할 것을 요구했다. [연합뉴스=로이터]

 
현직 외교관들이 공개적으로 대통령을 '국가 위험'으로 규정하고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AP는 “국무부 이의제기 채널은 통상 구체적인 외교 정책 결정에 반대하기 위해 사용됐었다”며 “(이번 전문은) 내용이나 그 범위 면에서 전례가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전했다.
  
다만, 수정헌법 25조가 실제로 발동될 가능성을 두곤 의견이 분분하다. 발동 시 부통령이 즉각 권한대행을 맡도록 규정해 탄핵보다 과정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실제 발동 때는 여러가지 법적 논란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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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수정헌법 25조가 긴급 수술을 하는 등 대통령의 부재 상황을 전제로 한 규정한 것이라 이번 경우에 적용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외교관들의 반발은 그간 외교 창구를 거치지 않고 위에서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대외 정책을 꾸려나간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문에 참여한 외교관의 수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AP는 전했다. 미 국무부는 전문에 대한 답을 하지 않은 상태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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