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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국선 탈락 중앙위선 건재···北넘버2 맞나, 알쏭달쏭 김여정

중앙일보 2021.01.11 13:45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노동당의 핵심 그룹인 정치국에서 탈락했다. 북한 매체들은 11일 전날(10일) 진행된 8차 당대회의 정치국 상무위원ㆍ위원ㆍ후보위원 등 중앙지도기관 선거(임명) 결과를 전했다. 
 

북, 10일 노동당 새 지도부 공개
김여정, 정치국 후보위원서 제외
중앙위 위원선 139명중 21번째 호명·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8차 노동당 대회를 통해 당 '총비서'로 추대됐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1일 전했다.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8차 노동당 대회를 통해 당 '총비서'로 추대됐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1일 전했다. [뉴스1]

이에 따르면 김여정은 당의 정책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정치국 구성원에서 제외됐다. 그는 이번 당대회 기간까지도 정치국 후보위원 직책을 유지했고, 정치국 회의가 열리면 회의장에서 김 위원장의 발언을 꼼꼼히 메모하는 사진이 공개됐다.  
북한 노동당 주요 인사.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북한 노동당 주요 인사.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간 김여정은 공식 직책이 후보위원이었지만, 김 위원장을 그림자 수행하며 북한 정권의 핵심 권력이자 ‘넘버 2’로 평가받았다.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당시 북측과 협의할 사안이 있어 대남 정책 총괄인 김영철 부위원장(당시)에게 얘기했더니 ‘내가 하면 시간이 걸릴 수 있으니 김여정 동지에게 직접 얘기해 보라’ 고 하더라. 김여정에게 얘기했더니 금방 해결된 적이 있다”고 귀띔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새로 선출된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연합뉴스]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새로 선출된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연합뉴스]

 
대북 소식통들은 ‘모든 길은 김여정에게 통한다’고 할 정도로 북한 간부들 사이에서 그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라고 한다. 국가정보원도 지난해 11월 국정감사에서 “(당 제1부부장이자 후보위원인)김여정이 8차 당대회에서 그의 위상에 걸맞는 당직책을 부여받을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로 선출된 정치국 상무위원과 후보위원. 북한은 이례적으로 직책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새로 선출된 정치국 상무위원과 후보위원. 북한은 이례적으로 직책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날 공개된 간부 명단에서 이름이 빠지면서 김여정의 위상 변화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김여정과 함께 김 위원장의 문고리 권력으로 여겨졌던 조용원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정치국 상무위원 겸 조직비서로 수직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 당국자는 “김여정은 이전에도 후보위원에서 빠졌다가 다시 진입한 경우가 있다”며 “그가 서기실 등 오늘(11일) 공개되지 않은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는 역할을 맡았거나 조만간 다른 직책을 맡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상의 이유가 있거나 아직 30대 초반인 김여정이 ‘정규권력’의 틀로 나서기엔 시기상조인 만큼 리베로식으로 김 위원장 곁을 지키며 역할과 위상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번에 그가 정치국원에서 제외된 걸 위상 추락으로 보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김여정이 당의 지도기관인 중앙위원회 위원 139명 21번째로 호명된 만큼 꺼진 불씨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가 정치국에서 제외되긴 했지만 향후 중앙위 위원으로서 당 활동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번 당 지도부 선거에서 정치국원의 절반을 교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정치국의 진용을 상무위원 5명, 정치국 위원 19명, 후보위원 11명으로 구성했는데, 상무위원을 포함한 19명의 정치국 위원 중 8명(조용원, 김정관은 후보위원에서 상승)이 새로운 인물이다. 후보위원의 경우 7명(박태덕, 태형철은 위원에서 후보위원으로 강등)이 새로 이름을 올렸다. 기존 정무국에서 조직의 이름을 바꾼 비서국은 11명에서 8명으로 규모를 축소하고 4명(조용원, 정상학, 김두일, 최상건)을 교체했다.  
 

경제ㆍ대남ㆍ대미라인 지고 군부 약진

북한 경제의 브레인으로 여겨졌던 박봉주 정치국 상무위원을 경질하고, 경제정책실(실장 전현철)을 신설한 건 김 위원장이 지난해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 연설에서 “미안하다”는 말을 연발한 경제정책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었을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은 집권 첫해인 2012년 4월 “더는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자연재해 등의 탓으로 경제 난관의 원인을 돌려 왔지만 누군가 희생양이 필요했을 수 있다.  

 
또 이번에 새로 확인된 규율조사부(박태덕)와 법무부(김형식) 역시 지난해 김일성고급당학교와 평양의대 등에서 발생한 금품 수수 등의 비리에 따른 규율강화 차원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미 상대 김영철·최선희 직위 밀려

여기에 대남ㆍ대미 라인의 입지가 줄어들고, 군부의 위상이 강화된 것도 눈에 띈다. 김정은 시대의 대남ㆍ대미 협상을 주도했던 김영철 비서(과거 당 부위원장)는 통일전선부장으로, 대미 협상의 최전선에 섰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중앙위 위원에서 후보위원으로 강등됐다. 반면, 19명의 정치국 위원중 오일정 군정지도부장, 오수용 제2경제위원장, 권영진 총정치국장, 김정관 국방상, 정경택 국가보위상, 이영길 사회안전상 등 군부 인사가 6명이 포진했다. 

 
과거엔 4명이었으나 2명을 늘린 셈이다. 전현준 국민대 겸임교수는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됐고, 이후 남북관계와 북미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담당인사들을 인사조치한 결과”라며 “상대적으로 북한이 당규약을 개정해 ‘강력한 국방력 건설’을 포함시킨 연장선에서 정치국에 군부인사를 포함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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