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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 해리스 피부색 보정 논란…"삼성폰으로 찍는게 낫겠다"

중앙일보 2021.01.11 13:35
논란에 휩싸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의 보그 표지. [아메리카 보그 트위터]

논란에 휩싸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의 보그 표지. [아메리카 보그 트위터]

 
미국에서 여성 최초이자 유색 인종 최초로 부통령이 되는 카멀라 해리스(57) 당선인이 ‘화이트 워싱’ 논란에 휩싸였다. 유명 패션지 ‘보그’가 표지 모델로 나선 카멀라의 사진을 일부러 하얗게 보정했다는 의혹이 일면서다.   
 

영국 가디언은 10일(현지시간) 보그가 트위터에 공개한 2월호 표지 사진을 보도하며 “해리스 피부를 백인처럼 밝게 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화이트 워싱'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는 영화 등 문화 콘텐트에서 유색인종 캐릭터를 백인으로 일부러 바꾸는 것을 뜻한다. 보그가 미국의 첫 유색 인종 부통령을 백인처럼 보이게 하려고 '악마의 편집'을 했다는 취지의 비판이다. 해리스는 자메이카계 미국 흑인 아버지와 인도계 타밀족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의 연설 보도 사진. 보그 표지의 피부색과는 차이가 있다. AFP=연합뉴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의 연설 보도 사진. 보그 표지의 피부색과는 차이가 있다. AFP=연합뉴스.

 
비난의 화살은 보그의 셀레브리티 편집장 안나 윈투어(70)로도 향하고 있다. 그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속 주인공인 패션잡지 편집장 미란다(메릴 스트립 분)의 실존 인물로도 유명하다. 실제 패션계에선 안나 윈투어의 눈에 들고 나는 게 인기 및 매출과도 직결된다고 정평이 나있다. 적어도 패션계에선 무서울 게 없던 윈투어에게 이번 논란은 주요 시험대가 되는 분위기다. 
 
파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인 변호사 와자하트 알리는 10일 “안나 윈투어에겐 흑인 친구나 동료가 없는 것 같다”며 “내 삼성 휴대폰으로 찍어도 이 (표지)보다 나을 거라고 100% 확신한다”고 비꼬는 트윗을 올렸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실존인물로 알려진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 중앙포토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실존인물로 알려진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 중앙포토

 
보그 측은 피부색을 일부러 밝게 수정한 건 아니라고 부인했다. 또 해리스 당선인이 의상과 옷, 머리, 메이크업 스타일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이번 사진은 2018년 9월호 비욘세의 표지 사진을 찍었던 젊은 사진작가 타일러 미셸이 찍었다. 
 
하지만 보그와 윈투어 편집장을 둘러싼 인종차별 논란은 오래전부터 계속됐다. 지난해 NYT는 안나 윈투어를 비롯해 보그와 일해본 적 있는 유색인종 패션 에디터 18명과 인터뷰를 했다. 당시 이들은 “안나 윈투어가 편집장 역할을 30년 넘게 맡은 결과 보그엔 차별이 만연하게 됐다”고 고발했다.
 
당시 증언에 따르면, 윈투어는 ‘마른 백인’을 선호했고,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거나 명문대학교를 졸업한 직원을 더 우대했다. 한 에디터는 “그가 ‘피커니니(piccaninny)’란 단어를 사용했다”고 고발했다. 흑인 어린아이를 가리키는 모욕적인 표현으로 현재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윈투어는 당시 “내가 일을 하며 실수를 했던 것을 인정한다”며 사과했다.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의 백악관 공식 초상 [사진 연합뉴스]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의 백악관 공식 초상 [사진 연합뉴스]

 
보정을 떠나 사진 자체의 수준이 낮다는 비판도 나왔다. 보그 등 패션지는 커버 사진이 얼굴이자 상징이다. 그만큼 공을 많이 들인다. 그러나 이번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 커버는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 소수자 인권운동가인 샬럿 클라이머는 “보그의 기준보다 훨씬 못 미치는 사진”이라며 “마치 아침에서야 겨우 끝낸 숙제 같다”고 비판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 본인은 이 논란에는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는 약 열흘 뒤인 20일(현지시간) 취임한다. 한편 가디언은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가 지난 4년간 한 번도 패션잡지 표지에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취임도 하기 전에 표지모델로 선정된 해리스 당선인과 비교된다는 취지에서다. 
 
멜라니아는 10대부터 광고 및 패션잡지에 다수 얼굴을 내민 유명 모델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남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 4년 간 표지모델 제안을 받지 못했다. 멜라니아 여사의 전임 퍼스트 레이디인 미셸 오바마가 2016년 12월 보그를 포함해 잡지에 수차례 등장했던 것과도 대조적이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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