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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칸 띄는 공연, 하지말라는 말”…도마 오른 '퐁당당' 객석

중앙일보 2021.01.11 13:00
한 공연장에서 앉을 수 없는 객석에 종이를 붙여놓은 모습. [중앙포토]

한 공연장에서 앉을 수 없는 객석에 종이를 붙여놓은 모습. [중앙포토]

 “공연장 로비까지 손잡고 같이 왔다가 객석에 입장하면 두 칸을 떨어져 앉는다. 이치에 맞지 않는다.”

뮤지컬 제작사 클립서비스 설도권 공동 대표의 말이다. 지난달 5일 서울시 사회적 거리두기 비상조치, 지난달 8일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 따라 수도권 공연장 객석은 관객 간 거리를 두 칸 띄어야 한다. 이후 많은 공연이 멈춰섰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지난해 11월 10일부터 이달 17일까지 공연 예정이었지만 3일 조기 종영했다. 두 칸 띄어앉기로 공연의 수익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도 지난달 5일부터 이달 17일까지 공연을 중단했다. 초연 25주년인 ‘명성황후’는 개막을 2주 연기해 19일로 예고했다.

 
뮤지컬과 같은 대형 공연을 중심으로, 제작자들은 객석 띄어앉기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엔 한국뮤지컬제작자협회를 만들어 호소문을 발표했다. “2.5단계의 두 칸 띄어앉기 규정을 재고해달라”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변화는 없었다. 
 
이달 17일까지 공연 예정이었지만 객석 '두 칸 띄어앉기'에 따른 수익 악화로 3일 조기 종영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사진 마스트 엔터테인먼트]

이달 17일까지 공연 예정이었지만 객석 '두 칸 띄어앉기'에 따른 수익 악화로 3일 조기 종영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사진 마스트 엔터테인먼트]

객석 내 띄어앉기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규정이 다르다. 1단계는 객석 띄어앉기가 없고, 1.5단계는 동반자 거리두기, 2단계는 한 칸 띄어앉기, 2.5단계는 두 칸 띄우기가 규정이다. 3단계에서는 극장 운영이 금지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 16일~11월 6일에는 한 칸 띄어앉기가 의무화하고 위반시 과태료(300만원)가 책정됐으며 11월 19일부터는 일행간 좌석 띄우기, 24일부터는 한 칸 띄기가 적용됐다.  
 
문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올라간 지난달 8일부터다. 두 칸을 비워놓고 앉아야 하는 ‘퐁당당’ 객석으로는 공연 수익은 커녕, 제작비 충당도 안된다는 계산이 나오면서 공연이 불가능해졌다.
 
객석 두 칸 띄기의 방역효과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이왕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은 “한 칸과 두 칸 띄기를 구별하는 자체가 넌센스”라고 했다. “한 칸 띄기는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바로 옆에 있는 것과는 위험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칸을 더 띄는 것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공간당 밀집도를 낮추는 것도 합리적이다. 하지만 마스크를 쓰고, 음식 섭취를 안 하고, 대화도 안 하는 공연장에서 과연 두 칸을 띄어야하는지는 의학적 근거가 없다. 다만 마스크를 벗지 않는 건 중요하다.”

 
독일에서는 공연장 내의 감염 여부에 대한 실험이 진행됐다. 독일 할레 의과대학 의료진이 작센안할트 주 정부 지원으로 콘서트 내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을 분석했다. 지난해 8월 콘서트에서 실험 참여 관객 1212명을 대상으로 조건을 달리해 실험하고 “‘정해진 좌석’ ‘마스크 착용’ ‘환기 시스템’을 준수하는 이상 코로나19의 전파 위험은 크지 않다”는 결론을 지난해 10월 발표했다.
 
형평성의 문제도 있다. 지난달 예정됐던 ‘맨오브라만차’ 개막을 연기한 오디컴퍼니의 신춘수 대표는 “공연장은 마스크 벗을 일이 없고 대화, 취식할 일도 없는 곳인데 다른 공간보다 엄격한 제한을 받는다”고 했다. 한 뮤지컬 제작사의 대표는 “식당은 붙어앉아 밥도 먹는데, 감염 전파 사례가 없었던 공연장만 멀찌기 띄어앉는 것이 합리적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또 “방역은 협조하는 게 맞지만 정확한 근거에 따라 차등화해야할 일”이라며 “다른 분야는 규제 완화를 적용하면서 공연장 띄어앉기 완화는 고려하지 않는 이유도 설명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경제적 문제도 남는다. 설도권 대표는 “공연의 사전 제작비용만 10억~50억원, 대관료가 한달 2억~3억원이다. 운영 비용은 별도로 한다. 티켓 매출이 30% 이하로 떨어지면 공연은 소멸이다”라고 했다. 뮤지컬계 뿐 아니라 공연계 전체에서도 같은 계산이 나온다. 한 클래식 공연 기획사가 본지에 공개한 예산서에 따르면 소규모 오케스트라와 독주자가 출연하는 공연의 경우 총 제작비는 5800만원 선이다. 연주자 개런티가 2800만원, 서울 예술의전당 대관료와 부대설비 사용료가 1200만원, 홍보비·대행료·진행비가 총 1800만원 수준이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2300석)에서 3만~10만원(평균 6만원선)으로 티켓을 판매했을 때 객석 100%는 1억 5400만원, 한자리 띄기는 7700만원이고, 두자리 띄기는 5230만원으로 티켓 수익이 줄어든다. 두자리를 띌 경우 제작비를 티켓 수익으로 충당할 수 없다.  
 
신춘수 대표는 띄어앉기 규정 완화 요구에 대해 “한 회사의 욕심으로 보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단순히 제작사 욕심이 아니다. 지금까지 20여년 많은 자원을 쏟아부어 발전시켰던 뮤지컬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맨오브라만차’의 경우 직접 고용이 150명, 무대 인력까지 합치면 300명에 이른다.” 신 대표는 “공연을 개별적으로 보지 말고, 산업으로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객석 띄어앉기 완화에는 우려도 따른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영화관은 한 칸 띄기지만 오후 9시 이후 금지 규정이 있다. 또한 공연장은 50인 이상 집합금지 규정에서도 예외다”라고 했다. 또 “중앙사고수습본부에 공연계 의견과 상황은 전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연 제작자들은 당장의 판매 하락보다 관객의 심리적 위축을 더 우려한다. 설도권 대표는 “사람들은 공연에서조차 동반자가 떨어져야 한다는 데에 공포심을 가진다. 일행만이라도 함께 앉도록 허용하면 심리적 위축이 해결된다”고 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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