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미안의 네 딸들』 레트로판 20권 세트 커버 뒷면. [사진 거북이북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11/a461f931-1edf-4821-b2fd-81df5a08e699.jpg)
『아르미안의 네 딸들』 레트로판 20권 세트 커버 뒷면. [사진 거북이북스]
신일숙 순정만화 『아르미안의 네 딸들』레트로판
추억의 독자, 뉴트로 열풍 타고 독자 펀딩 1억 돌파
고대 중동 역사에 여성만 왕위 잇는 가상 왕국 접목
있는데 또 산 '찐팬'·엄마 좋아한 만화 딸이 읽기도
펀딩목표의 41배…1억 달성할 줄이야
![『아르미안의 네 딸들』 레트로판 북펀딩 기념 엽서. [사진 거북이북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11/af7acbd3-1e7f-4337-94e5-1d71e0fc2900.jpg)
『아르미안의 네 딸들』 레트로판 북펀딩 기념 엽서. [사진 거북이북스]
“고등학교 때 보았던 작품인데 이제는 중학생 아이와 함께 볼 수 있겠다” “엄마가 좋아하시던 책을 구입하게 됐다” “이 책에 이어 고전순정만화들이 많이 복간됐으면 좋겠다” 등. 이번 펀딩 응원란을 채운 댓글이다. 순정만화를 보고 자란 30~50대 여성팬에 더해 뉴트로 열풍에 힘입은 10~20대 독자층이 가세했다. 신 작가는 “원체 권수가 있어서 3000만원 정도는 돌파할 거라 예상했는데 그 이상은 생각지도 못했다”고 놀라워했다.
사랑 아닌 왕위 겨루는 자매 대결
![『아르미안의 네 딸들』 레트로판 20권 세트. [사진 거북이북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11/d9a3f5ab-4a2f-4379-9fd4-928926b66251.jpg)
『아르미안의 네 딸들』 레트로판 20권 세트. [사진 거북이북스]
나란히 왕의 운명을 타고난 맏딸 마누아와 막내 샤르휘나의 대결이 주축을 이루지만, 여성 대 여성 구도에서 흔히 보이는 연적으로 엮지 않은 점도 눈에 띈다. 신 작가는 “체질적으로 끈적끈적한 걸 못 참는 성격이라 치정 얽힌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네 자매의 각자 기본적인 삶의 테두리는 정해져 있었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점점 인물이 살아움직인달까. 내가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스스로 살아가더라”고 했다.
그런 결정적 순간마다 반복·변주된 ‘운명이란 예측 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갖는다’란 대사는 독자들의 유행어가 됐다. 이 대사의 탄생 비화를 묻자, “당시 뭔가 약간 신들렸던 것 같다”고 신 작가는 말했다.
![『아르미안의 네 딸들』 레트로판 4권. 아르미안의 왕이 될 운명을 타고난 첫째딸 레.마누아는 같은 운명의 막내동생 샤르휘나를 사막으로 추방한다. [사진 거북이북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11/5b652746-b891-40f1-9714-dc06ab0c5f30.jpg)
『아르미안의 네 딸들』 레트로판 4권. 아르미안의 왕이 될 운명을 타고난 첫째딸 레.마누아는 같은 운명의 막내동생 샤르휘나를 사막으로 추방한다. [사진 거북이북스]
80년대 남아선호 한국사회 '미러링'
“특별히 페미니즘이라기보다 생각이 깨이길 바랐다”는 그는 세상이 정한 틀에 갇혀 살지 말라는 당부를 만화 곳곳에 담았다. 또 “인간을 인간으로 평가하고 자연스럽게, 여자도 인간이란 걸 인정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다. 내 작품을 읽고 여자들도 용기냈으면 하는 마음이 자연스레 작품에 묻어난 것 같다”고 했다.
역사·성서 속 인물 퍼즐 맞추듯 등장
![『아르미안의 네 딸들』 레트로판 1권. 신일숙 작가는 오랜만에 마주한 35년 전 그림체가 “어떨 때는 입하고 코가 너무 가깝고, 턱이 너무 뾰족하거나 눈 사이가 너무 먼 것도 있더라”면서 그간 “그림체가 많이 바뀌었다”고 돌이켰다. [사진 거북이북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11/052ec2fe-91c3-4ce8-8f7f-636f878ec9bd.jpg)
『아르미안의 네 딸들』 레트로판 1권. 신일숙 작가는 오랜만에 마주한 35년 전 그림체가 “어떨 때는 입하고 코가 너무 가깝고, 턱이 너무 뾰족하거나 눈 사이가 너무 먼 것도 있더라”면서 그간 “그림체가 많이 바뀌었다”고 돌이켰다. [사진 거북이북스]
국내에서 영상화 제안도 받았지만, 한국 배우로 하자는 얘기에 거절했단다. 고대 중동 무대의 세계관을 지켜내기 위해서다. 주인공들이 환생할 여지를 남기며 끝맺는 터. 『아르미안의 네 딸들』이 21세기에 부활한다면 어떨까. “장난으론 많이 생각했지만, 아름답지 않아요. 아름다운 끝을 원합니다.”(웃음)
초능력 지구방위대·파라오의 저주까지
![『아르미안의 네 딸들』 레트로판 2권. 샤르휘나와 운명의 상대로 얽히는 전쟁과 파멸의 신에일레스의 모습이다. 이런 신화적 상상력은 신일숙 만화를 풍성하게 만드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사진 거북이북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11/b5837626-0c46-492e-a9c4-d21cb2285fd5.jpg)
『아르미안의 네 딸들』 레트로판 2권. 샤르휘나와 운명의 상대로 얽히는 전쟁과 파멸의 신에일레스의 모습이다. 이런 신화적 상상력은 신일숙 만화를 풍성하게 만드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사진 거북이북스]
하와이의 두 소녀와 외계행성을 지배하는 여신의 이야기를 그린 웹툰 『카야』는 지난해 국립과천과학관이 주최하는 SF어워드에서 만화웹툰부문을 수상했다. 2017년부터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 중인 작품이다.
“지금 시작하는 작가들한테 그런 얘기를 해요. 네가 좋아하는 걸 해라. 언젠가 네가 좋아하는 분야가 그 시대에 어울리는 것이 될 수도 있다고요.”
작가란 몸 갈아넣는 직업…좋아하는 것 해야
![『아르미안의 네 딸들』 레트로판을 펴낸 신일숙 작가가 화실에서 반려묘들과 함께한 모습이다. [사진 거북이북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11/0f7c649c-04f3-47b5-b1aa-ad0dc1e23245.jpg)
『아르미안의 네 딸들』 레트로판을 펴낸 신일숙 작가가 화실에서 반려묘들과 함께한 모습이다. [사진 거북이북스]
이번 『아르미안의 네 딸들』의 복간판 펀딩 성공이 순정만화 소장판에 새 물꼬를 틀 것으로 보인다. 거북이북스는 ‘레트로판(RETRO PAN)’ 레이블을 계속 이어나갈 예정. 알라딘 만화 MD 도란 과장에 따르면 알라딘도 몇몇 만화 출판사에서 제안을 받아 절판 도서 복간판뿐 아니라 다양한 만화를 북펀드로 선보일 계획이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