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호 KAIST 석좌교수와 휴보2. [카이스트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11/64c36cd9-2664-47f4-9ad8-848d19633c56.jpg)
오준호 KAIST 석좌교수와 휴보2. [카이스트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
![[카이스트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11/9b4ca081-b46c-4bff-a73b-69c37127f7aa.jpg)
[카이스트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
![KAIST 기계공학과 오준호 교수팀이 2004년 첫선을 보인 휴보1과 나란히 섰다. [카이스트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11/180e0a4c-2a34-42bd-81b4-b98920143b73.jpg)
KAIST 기계공학과 오준호 교수팀이 2004년 첫선을 보인 휴보1과 나란히 섰다. [카이스트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

김률희(왼쪽)·김수안 학생기자가 ‘휴보 아빠’ 오준호(가운데) KAIST 석좌교수와 만났다.
- 원래 로봇에 관심이 많아 연구를 계속해 왔어요. 인간형 로봇을 만든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었는데, 일본에서 아시모라는 휴머노이드를 발명한 걸 보고 굉장히 놀랐죠. 로봇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저런 로봇도 만들 수 있구나’ 싶었어요. 도전 정신이 들더라고요. 인간을 대신하기도 하고, 인간과 협력하는 로봇을 만든다는 게 참 재미있고 가치 있는 일이잖아요. 우리나라도 기술과 인재를 충분히 갖추고 있는데 휴머노이드에 도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죠. 그 당시 일본이 기술적으로 가장 앞서가긴 했지만, 노력하면 그 이상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률희 일본은 아시모를 만드는 데 15년이 걸렸다고 해요. 휴보는 11년 만에 인간형 로봇으로 발전했는데, 그 비결은 무엇인가요.
- 그만큼 준비가 돼 있었기 때문이죠. 서비스·산업·제조 등 로봇의 형태와 쓰임새는 다양하지만, 로봇을 구성하는 기술은 비슷해요. 다만 광범위한 기술 요소를 잘 연결해 하나의 결과물, 즉 작품으로 만드는 게 어렵죠. 과학자들은 이 과정을 ‘(기술을) 총합해서 시스템으로 만든다’고 표현합니다. 우리 팀은 로봇 기술 하나하나에 대한 경험이 있었어요. 이 경험을 모아 작품으로 만드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였죠. 휴보를 시스템화하는 데 아시모보다 적은 시간이 걸린 이유는 준비와 공부가 잘돼 있었기 때문이에요.
![휴보1에서 개량을 거듭해 탄생한 휴보2. 빠른 이동과 날렵한 움직임을 위해 무게를 44㎏으로 대폭 줄였다. [카이스트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11/60b790f5-e873-4c65-81be-0a7f43db0fa8.jpg)
휴보1에서 개량을 거듭해 탄생한 휴보2. 빠른 이동과 날렵한 움직임을 위해 무게를 44㎏으로 대폭 줄였다. [카이스트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
- 로봇에 완성형이란 없어요. 완벽하게 만든 줄 알았는데 실패하고, 보완해서 완성했다고 생각하지만 또 실패하는 과정의 반복이죠. 그 과정을 시행착오라 합니다. 반복되는 실패와 실험을 통해 조금씩 나아갔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한 번에 발전할 수는 없습니다. 실패를 보완하며 연구해 온 과정이 유효했죠.
수안 연구를 그만두고 싶은 때는 없었나요.
- 이상하게도 그만두고 싶은 적은 없었어요. 로봇 연구란 게 항상 어렵거든요. 그런데 10번 어렵다가도 1번 발전하면 기쁘더라고요. 발전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즐겁고 재밌었죠. 아무리 힘든 고비가 닥쳐도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항상 극복해왔기 때문에 내성이 생겼달까요. 이번에도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반복하며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DARPA 로봇공학 챌린지(DRC)’에서 우승한 DRC-휴보 플러스가 작업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사다리를 올라가고 자동차를 운동하는 등 민첩하고 정교한 작업이 가능하다. [카이스트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11/21a02c2f-2580-4e88-8e72-9b9882f75170.jpg)
‘DARPA 로봇공학 챌린지(DRC)’에서 우승한 DRC-휴보 플러스가 작업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사다리를 올라가고 자동차를 운동하는 등 민첩하고 정교한 작업이 가능하다. [카이스트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
- 인간형 로봇은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첫째, 사람과 친해질 수 있는 느낌, 즉 인간 친화적이어야 하고요. 둘째, 실제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너무 작게 만들면 사람이 보기엔 귀여울 수 있지만 업무 수행력이 떨어지고, 너무 크게 만들면 무섭고 위화감이 들죠. 그래서 인간의 시선에 맞게 120~150㎝ 크기로 설계됩니다. 여러분 키와 비슷하죠. 사람과 눈높이도 맞고 친근하면서 장난감처럼 느껴지지 않는 적당한 크기예요. 단, 재난대응을 목적으로 하는 DRC-휴보의 경우 사람과 직접 상호작용하는 로봇은 아니기 때문에 조금 크게 만들었어요. 실제로 보면 약간 무서울 수 있답니다.
률희 55㎏이라는 휴보의 무게도 인간형 로봇의 특성을 고려한 것인가요.
- 55㎏이 정확한 숫자는 아니에요. 원래 휴보의 무게는 65㎏ 정도인데요. 사람도 옷을 입고 몸무게를 재면 더 나가기도 하고, 공복에 재면 덜 나가기도 하듯 휴보도 배터리를 넣고 쟀을 때, 본체만 쟀을 때 무게가 모두 다르죠. 배터리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요. 휴보2의 경우 가볍게 만드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44㎏까지 무게를 줄였어요. 가벼우면 같은 힘을 냈을 때 더 빨리 움직일 수 있거든요. 사람으로 치면 다이어트를 굉장히 많이 한 거죠. 살 뺄 때 신체 한 부위만 감량할 수는 없잖아요. 전체적으로 체중을 줄이듯 휴보2도 전체 무게에서 30%를 줄였죠.


- 현재 가장 성능이 뛰어난 건 미국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아틀라스라는 휴머노이드입니다. 장애물을 뛰어넘고 백 텀블링하고 심지어 춤도 추는 아주 놀라운 로봇이죠. 미국에서 큰 지원을 받아 집중 연구 중이에요. 휴보가 재난로봇 경진대회에서 우승할 당시 이런 로봇들을 제치고 1등을 하긴 했지만, 그 시험에서 문제를 잘 푼 것이지 가장 성능이 뛰어나다고는 말할 수 없어요. 현재 아틀라스 이상의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일정한 틀이 주어진 대회의 문제를 잘 푸는 것만이 아니라, 로봇의 절대적인 성능 자체를 향상해야 해요.
수안 센서 등 로봇 핵심기술을 국산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던데요.
- 우리나라가 과학 기술 발전에 있어 진정한 의미의 기술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 자립을 이뤄야 해요. 이를 위해서는 기초과학과 순수과학 두 가지 분야의 발전이 꼭 필요한데요. 이게 참 쉽지 않습니다. 결과가 눈에 보이면 연구 동기 부여가 되는데, 잘 보이지 않을 때는 무작정 노력하고 연구하기도 힘들잖아요.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연구가 그래요. 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으니까 빨리 포기하곤 합니다. 사람으로 치면 근육·관절에 해당하는 게 로봇 구동기인데, 아직까진 로봇 선진국에서 만들어진 기술을 활용하고 있죠. 이 부분을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진정한 우리 기술이라 말할 수 없어요. 토종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충분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꾸준히 하면 발전할 수 있다는 게 보이거든요. 아직 부족하지만 보완해나갈 수 있다고 믿어요.
![지난 2017년 12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선 휴보. 휴보는 약 20m를 이동해 다음 주자에게 성화를 넘겼다. [카이스트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11/8fee15a0-2b50-4109-a786-fc4274fffb4a.jpg)
지난 2017년 12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선 휴보. 휴보는 약 20m를 이동해 다음 주자에게 성화를 넘겼다. [카이스트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
![[카이스트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11/c1dca914-9a22-4417-b36f-6603e36b2e1a.jpg)
[카이스트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
- 지금 여러분보다 더 어린 나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호기심이 많았어요. 자전거만 봐도 분해해보고 싶을 정도로 기계·장치에 대한 관심이 컸죠. 초등학교 들어가면서 과학자라는 꿈을 키웠습니다. 로봇뿐 아니라 별·자연 현상·화학 약품·실험 등 과학에 대한 거면 뭐든 재미있었어요. 이렇게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다 보니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알겠더라고요. 대학교에 진학하며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로봇까지 연구하게 됐죠. 여러분도 꿈을 넓게 가지세요. 로봇을 좋아한다고 로봇만 파고, 생물에 관심 있다고 생명공학만 공부하는 게 아니라 수학·역사·영어 등 주변 과목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거죠. 공부하다 보면 점점 생각이 넓어지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분명하게 보일 거예요.
수안 교수님처럼 로봇 공학자가 되려면 어떤 능력이 필요한가요.
- 로봇뿐 아니라 어떤 분야든 다 똑같아요. 목표·의지·확신 세 가지를 기억하세요. 내가 이걸 하겠다는 목표와 의지가 뚜렷하고, 이렇게 하면 되겠다는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확신은 허황한 확신이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면 되겠다는 과학적 확신을 말해요. 여러분이 싫어하는 이야기일 수 있는데, 과학적 확신을 가지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웃음). 풍부한 경험·공부·연습이 필요하죠. 이런 것들이 풍부할수록 더 높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어요. 이 모든 과정이 자기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소중 친구들, 2021년에는 자신만의 목표·의지·확신을 가지고 소중한 꿈에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지길 바라요.
글=박소윤 기자 park.soyoon@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카이스트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 동행취재=김률희(서울 성동초 5)·김수안(서울 잠신중 1) 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