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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박해받는다 외워라" 가짜 난민 서류값만 300만원

중앙일보 2021.01.11 06:00
대법원 전경 [뉴스1]

대법원 전경 [뉴스1]

한국에서 불법으로 취업하려는 외국인에게 가짜 난민 신청서를 만들어 주고 뒷돈을 받아챙긴 변호사가 대법원에서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확정 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변호사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고 11일 밝혔다.  
 

중국인 184명에 가짜 난민신청서 작성
1인당 200만~300만원 챙겨

“종교적 이유로 박해” 거짓 난민 신청 사유

서울 목동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 난민인정신청서가 비치돼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중앙포토]

서울 목동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 난민인정신청서가 비치돼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중앙포토]

A씨는 지난 2016년 10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중국인 184명의 난민신청 및 체류자격 변경 신청 절차를 대행했다. 브로커를 통해 허위 난민 신청이 필요한 중국인을 소개받은 후, 이들의 난민 신청서와 체류자격 변경 신청서에 가짜 사유를 적었다. 한 중국인의 신청 서류에는 “모 종교단체 구성원이라는 이유로 중국 당국으로부터 박해를 받고 있다”고 썼다. “종교 박해를 받는다”는 신청 사유를 외우도록 시키기도 했다. 
 
대가로 A씨는 한 사람당 200만~300만원 상당의 돈을 받았다. 출입국관리법은 체류자격 변경 등과 관련해 거짓 사실이 적힌 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부정한 방법의 신청을 하거나 이런 행위를 알선·권유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검찰은 A씨를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또 취업 비자가 없는 중국인을 변호사 사무실 통역인으로 고용한 혐의로도 함께 기소했다.
 
검찰은 A씨가 난민신청제도의 빈틈을 노린 것이라고 판단했다. 외국인들이 국내에 들어와 난민신청을 하게 되면 난민신청자들에게 주어지는 비자(G-1)를 받을 수 있다. 이후 난민 불인정 결정을 받으면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다. 이의 신청이 기각되더라도 법원에 소송을 내 대법원 판단까지 받아볼 수 있다. 이런 불복 절차를 진행하는데 최소 2~3년이 걸린다. 난민신청자가 이 기간에 국내에 취업해 돈을 벌면 나중에 강제퇴거를 당하더라도 경제적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가짜 난민 신청과 그 대행 업자들이 생긴다는 게 검찰 판단이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법무법인은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A씨가 초범이고 범행을 반성하고 있는 점이 참작됐다. 항소심은 A씨의 항소를 기각했고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
 
변호사법 제5조는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지난 후 2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을 변호사 결격 사유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A씨는 집행유예 기간에 2년을 더한 기간 동안 변호사 활동을 할 수 없다.  
 

법무부 “허위 난민 신청 처벌 근거 마련”

이와 별도로 법의 빈틈을 메우려는 개정안 마련도 진행 중이다.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28일 난민법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 개정안에는 난민신청이 불허된 사람이 재신청을 할 경우 중대한 사정변경이 있다는 점을 소명하지 않으면 법무부 장관이 부적격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난민법에 A씨와 같은 사례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보다 명확히 했다. 위조ㆍ변조되거나 허위사실이 기재된 문서, 기타 자료를 제출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난민 인정 신청을 하도록 알선ㆍ권유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는 조항을 새로 만들었다. 또 영리를 목적으로 이런 행위를 했다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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