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육아휴직중 코로나 봉사했는데…"휴직급여 토해내라"

 
대구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A(40·여)씨는 2019년 12월부터 5개월간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10살·8살 두 아이를 돌보면서, 자신의 건강도 회복하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한다. 그는 부인과 질환을 앓았다. 
 
지난해 2월 18일 대구에서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 환자는 신천지 교회 성도였다. 이후 신천지 교회 발(發) 집단감염이 터졌다. 대구에서 연일 수십, 수백명의 환자가 쏟아졌다. 이달 29일까지 대구 코로나19 확진자는 2055명이 나왔다. 일시적으로 환자가 폭증하자 의료 붕괴 현상이 발생했다. 확진 판정을 받고도 병상 배정을 받지 못해 자택에서 숨지는 환자도 속출했다. 병상 자체 보다는 의료 인력이 부족했다. 정부·대구시는 이런 상황을 호소하며 의료봉사자 모집에 나섰다. 같은 달 27일 대구시간호사회도 긴급 호소문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대구 내 환자 급증으로 병원 현장을 지키는 간호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선생님들의 귀한 노고를 잊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A간호사는 육아휴직 중이던 지난해 2월 말 의료봉사에 나섰다. A씨가 다니던 직장은 코로나19 전담병원이 아니었다. A씨가 다니던 병원에 복직을 신청하는 대신 의료봉사에 나선 이유다. 당시 코로나19 유행 초기라 공포심이 심할 때라 A씨는 가족을 어렵게 설득한 뒤에야 현장에 나설 수 있었다. 
 
A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의료봉사에 자원하려 했지만, 여건이 맞지 않아 결국 포기해야 했다”며 “이번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짐을 쌌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뒤로 한 채 현장에 나선 A간호사는 지난해 3월 1일 대구시 내 생활치료센터에 배치됐다. 대구시와 ‘코로나19 대응 전문의료 인력 근로계약’을 맺었다. 현장은 매일매일 전쟁터였다. 업무 매뉴얼을 숙지할 새도 없이 119구급차로 환자가 하루에도 수십명씩 실려 왔다고 한다. 레벨D 방호복 속 몸은 늘 땀에 젖었다. 평소 앓던 질환도 그를 괴롭혔다. 체중이 한 달 만에 6㎏이 줄어 들 만큼 고된 일이었다. 
 
A간호사는 처음에 2주만 봉사하려 했다. 하지만 생치센터를 떠나는 봉사 인력이 많다 보니 현직 간호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결국 두 달을 채웠다. 자연스레 육아휴직 기간도 끝났고, 이후 그는 전 직장으로 복직했다. A씨는 의료봉사 기간 위험수당 등을 포함해 1800만원가량을 받았다.  
 
이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이 A간호사에게 3~4월분 육아휴직 급여(153만3900원)를 반환해줄 것을 통보한 것이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 ‘취업’했다는 이유에서다. 의료봉사를 예외로 인정해줄 수 있는 규정이 별도로 없다고도 했다.
 
이에 A간호사는 일단 육아휴직 급여를 반환했다. 이어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민원을 제기했다.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자원한 의료봉사의 수당은 근로자가 노동의 대가(임금)로 받은 것이 아니다”며 “그런데도 노동청은 (의료봉사 기간) 수령한 육아휴직 급여가 ‘부당이득’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반환 조치했다”고 주장했다.
 
권익위는 A간호사의 손을 들어줬다. 권익위는 의결서를 통해 “감염병 예방·치료라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의료봉사를 (고용보험법상) 규정된 ‘대가를 목적으로 한 근로의 제공’으로 단정, 육아휴직 급여를 지급하지 않은 것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권익위는 이 경우 사명감을 갖고 의료봉사 활동에 참여한 의료인의 숭고한 뜻을 훼손하거나 명예에 큰 상처를 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권익위는 고용노동청에 지난해 3·4월분 육아휴직 급여를 A간호사에게 지급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고용노동청은 ‘불수용’ 입장을 권익위에 전달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고용노동청과 재협의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