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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결국 秋가 틀렸다, 증권합수단 없애자 58건중 기소 3건

중앙일보 2021.01.11 05:00
2020년 10월 21일 서울남부지검. 2020년 1월까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설치돼 있던 검찰청이다. 뉴스1

2020년 10월 21일 서울남부지검. 2020년 1월까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설치돼 있던 검찰청이다.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초 ‘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을 폐지한 이후 검찰의 증권범죄 수사가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를 마치는 비율이 크게 떨어지고, 처리 사건 가운데 재판에 넘기는 비율도 급감했다. 추 장관은 “합수단 없이도 관련 수사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틀린 셈이 됐다.
 

2020년 대검 통계 보니

10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검찰의 증권범죄 사건 처리 비율이 지난해 급격히 떨어졌다. 최근 5년간 검찰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은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 접수·처리 현황을 보면 2016년 81건을 접수해 77건을 처리(기소 혹은 불기소)했다. 나머지 4건은 수사 중이다. 2017년엔 81건을 접수해 모두 마무리했다. 2018년엔 76건을 접수해 63건을 처리했고, 2019년엔 56건을 접수해 33건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2020년엔 58건을 접수해 8건을 처리하는 데 그쳤다.
 

처리 사건 중 기소 비율은 38%로 반 토막

이 통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소 건수와 비율도 매우 낮아졌다. 접수 건수 대비 기소 건수를 보면 2016년 81건 중 55건을 기소했고 2019년엔 56건을 접수해 23건을 기소했지만, 지난해는 58건을 이첩받아 단 3건만 기소했다. 연간 처리 건수 중 기소 비율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70% 수준을 유지하다가 지난해엔 37.5%(8건 중 3건)로 반 토막이 났다.  
 
대검 관계자는 “지난해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 등의 업무에 다소 공백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신라젠 사건’ 등 대형 사건 수사와 공소 유지를 하다 보니 나머지 사건들에는 제대로 신경을 쓸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최근까지 검사로 일하다 퇴직한 A변호사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해 하반기 대규모 주가조작 혐의를 잡고 내사를 벌이다 인력 부족 등 탓에 수사로 전환하지 못한 일도 있었다. A변호사는 “이렇게 수사 공백이 생기면 결국 모든 피해는 평범한 개미 투자자들에게 돌아간다”며 안타까워했다.
 
2013년 5월 설립된 합수단은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릴 만큼 증권 시장 정화에 큰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다. 지난해 초까지 1000명가량의 범죄자를 재판에 넘겼다. 검찰과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의 협업기관인 덕분에 수사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추 장관은 검찰의 직접 수사를 축소하는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합수단 문을 닫았다.
 
당시 검찰과 증권업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합수단을 없애면 증권범죄 수사에 제동이 걸린다”는 반대 목소리가 컸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야권과 법조계 일각에선 “정권에 불리한 금융범죄를 막기 위해 합수단을 없애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추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합수단 재설치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합수단이 없어도 서울남부지검에 금융조사 1·2부가 있어 아무 문제가 안 된다”고 답변했다.  그는 또 “합수단이 외부와 유착돼 각종 비리에 휘말려왔다”면서 “부패의 온상이었다”라고 지적했다.
1월 8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1월 8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증권 범죄꾼들 살판났다”

합수단이 폐지되고 검찰 수사가 차질을 빚으니 증권범죄자들이 활개를 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합수단이 없어진 뒤 주가 조작꾼 등은 살판난 분위기”라며 “범행이 대담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이 접수한 연간 사이버 불법금융 행위제보 신고 건수는 2018년 119건, 2019년 139건에서 2020년 495건으로 급증했다. 초대 합수단장을 지낸 문찬석 전 광주지검장은 지난해 8월 검찰을 떠나며 “합수단을 없애면 주가 조작범들이 제일 좋아할 것”이라며 “주식시장, 특히 코스닥 시장은 난장판이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합수단 부활이나 인력 증원 해야" 

‘라임자산운용 펀드환매 중단 사건’의 피해자를 대리하는 김정철 변호사는 “금융 범죄를 제대로 수사하기 위해선 합수단을 부활시키든지 관련 전문 인력을 대폭 충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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