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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수사권 폐지 서약해라” 여당 의원 압박한 친문 팬덤

중앙일보 2021.01.11 00:02 종합 8면 지면보기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서약서 내용. [페이스북 캡처]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서약서 내용. [페이스북 캡처]

‘모든 노력을 기울여 문재인 대통령께서 임기 내 검찰개혁의 양대 과제를 완수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친문 시민단체 문자·편지로 독려
일부 의원에 하루 50통 문자폭탄

당내선 이낙연·이재명 퇴출 투표
“자중지란…국민들 어떻게 보겠나”

친문(친문재인) 성향 단체가 최근 범여권 의원들에게 서명을 압박하고 있는 서약서의 한 문장이다.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파란장미시민행동’(이하 파란장미)이 최근 올린 구글드라이브(공유 서비스)에는 여당 의원들 휴대전화 번호와 함께 ‘○○○ 의원님께서 검찰수사권 완전폐지가 문 대통령 임기인 2022년 5월 9일 이전에 전면시행되도록 관련 법률을 제정, 개정하겠다고 서약해주실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편지, 그리고 의원들 서명을 빈칸으로 둔 서약서 파일이 들어 있다. 이 단체는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의원들에게 촉구 문자·편지 보내기’를 독려 중이다.
 
10일 기준 더불어민주당 김용민·이수진·장경태·황운하 의원과 열린민주당 최강욱·김진애·강민정 의원 등 7명이 서약에 동참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부 의원은 서약문을 페이스북에 공개하기도 했다. 황운하 의원은 지난 9일 “시민단체에서 수사·기소 분리의 입법 추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고맙고 바람직한 일”이라면서 자신이 서명한 서약문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당내에선 서약서 작성 요구에 “지나치다”는 반응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하루에 40~50통씩 서로 다른 번호로 문자폭탄이 왔고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독촉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검찰개혁과 관련돼서 서약을 했지만 그 단체 실체는 불분명해 차후에 알아보려 한다. 의원 개개인에게 연락이 잦아서 이런 경우 너무 난감하다”고 했다.
 
파란장미는 2019년 11월 ‘조국(전 법무부 장관) 수호와 검찰개혁’을 앞세우고 출범했다. 이들은 2019년 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찬성 서약운동을 벌이면서 서약 의원들을 국회 본회의 전광판 방식으로 실시간으로 알려 ‘친문 감별사’란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표창원 전 민주당 의원은 당시 페이스북 글에서 “국회의원들에게 특정 사안 찬반 관련 양식 회신 혹은 공문 발송 요구들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경고 및 문제 제기하는 연락들도 동시에 접수되고 있다”며 문제를 공론화했었다.
 
친문 성향이 다수인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서는 최근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 퇴출 여부를 놓고 각각 찬반투표가 진행돼 양쪽 지지자들 사이에 화력 대결이 벌어졌다.  
 
발단은 이 대표가 연초 제시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에 대해 일부 강성 당원들이 “촛불 민심 배신”이라고 반발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6일 시작된 ‘이 대표 퇴진 요구 찬반투표’가 시작되자 이 대표 측 지지자들 사이에서 “경쟁자인 이 지사 측 지지자들의 집동행동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고, 이후 게시판에 ‘이재명 출당을 위한 당원투표’ 글이 오르면서 양측 지지자들이 격하게 맞붙었다.
 
10일 오전 기준 ‘이낙연 퇴진’ 글에는 ‘좋아요’ 3422개, ‘싫어요’ 6720개가 달렸다. 퇴진 반대가 약 2배였다. 반면에 ‘이재명 출당’ 글엔 ‘좋아요’ 6563개, ‘싫어요’ 327개가 집계됐다. 권리당원 게시판 여론으로만 보면 이 대표에 비해 이 지사에 대한 비토가 컸던 셈이다.
 
이번 투표가 공신력을 갖는 건 아니지만 차기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처한 복잡한 상황을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영남이 지역구인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같은 당끼리 벌써 자중지란을 보이는 건 일반 국민이 봤을 때 과해 보이는 면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준영·한영혜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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